협박·고발·찌라시 난무했던 조현문發 효성 경영권 분쟁

조석래 명예회장 측근 변호사, 법정서 당시 상황 증언

이상우 승인 2024.11.01 01:00 의견 0

조현문 전 효성중공업 부사장.@출처=연합뉴스

[뉴스임팩트=이상우기자] 2013~2014년 효성그룹 경영권 분쟁에서 갖은 협박, 고발, 찌라시(사설 정보지)가 오갔던 것으로 나타났다.

경영권 분쟁엔 고(故)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 아들 3형제인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1968년생), 조현문 전 효성중공업 부사장(1969년생), 조현상 HS효성그룹 부회장(1971년생)이 연루됐다. 분쟁에 불을 당긴 이는 조현문 전 부사장이다. HS효성그룹은 지난 7월 형제간 독립 경영을 위해 효성그룹에서 분리됐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26단독 최민혜 판사는 강요와 공갈 미수 혐의를 심리하는 11차 공판기일을 지난달 30일 열었다. 피고인은 조현문 전 부사장과 그를 지원한 박수환 전 뉴스커뮤니케이션즈(이하 뉴스컴) 대표이사다.

공갈은 불법적인 이익을 얻고자 다른 사람을 협박하는 일이다. 미수는 범죄를 실행하려다가 그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박수환 전 대표는 1958년생으로 외국계 홍보대행사를 다니며 경력을 쌓은 이후 1997년 뉴스컴을 세웠다. 뛰어난 영어 실력과 폭넓은 네트워크를 앞세워 회사를 키웠다. 남상태 옛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 전 대표 연임 청탁 사건에 연루돼 2018년 대법원에서 징역 2년 6개월 확정판결을 받기도 했다.

검찰은 2022년 11월 조현문 전 부사장과 박수환 전 대표를 재판에 넘겼다. 검찰에 의하면 두 사람은 조현문 전 부사장이 보유한 효성그룹 비상장 계열사 주식 고가 매입, 조현문 전 부사장에게 긍정적인 내용을 담은 보도자료 배포를 효성그룹에 요구했다. 이를 안 들어주면 경영 비리 자료를 검찰에 넘기겠다고 협박도 했다.

11차 공판에선 조석래 명예회장 측근이었던 A 변호사가 증인으로 나왔다. 그는 법정에서 "2014년 9월 박수환 전 대표와 두 차례 통화했다. 조현문 전 부사장 측과 합의하라는 조석래 명예회장 지시에 따른 것"이라며 "박수환 전 대표는 조현준 회장이 조현문 전 부사장에게 무릎을 꿇고 용서를 구해야 문제가 풀린다고 여러 차례 목소리를 높였다"고 했다.

이어 "박수환 전 대표는 조현준 회장이 직접 사과하지 않으면 효성그룹에 엄청난 어려움이 닥친다, 조현준 회장은 반드시 감옥에 간다고 했다"며 "박수환 전 대표 태도가 완강해 타협하자는 제안을 할 수 없었다"고 했다.

A 변호사는 "박수환 전 대표와 협상이 잘 안된 뒤인 2014년 10월 조현문 전 부사장 측이 조현준 회장 경영 비리 의혹을 3건으로 나눠 검찰에 고발했다"며 "협박과 고발의 진의가 무엇인지는 2016년 검찰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을 때 비로소 알았다. 조현문 전 부사장이 지닌 효성그룹 비상장 계열사 주식을 비싼 값에 팔려는 거였다"고 했다.

박수환 전 대표 측 변호인은 "2013년 10월 효성그룹 모 임원이 박수환 전 대표와 뉴스컴 관련 허위 찌라시를 유포했다. 깊은 상처를 받은 박수환 전 대표가 찌라시 배후에 조현준 회장이 있다고 의심했다"고 지적했다.

A 변호사는 "그런 찌라시가 돌긴 했다"면서도 "박수환 전 대표가 찌라시 때문에 대화를 못 하겠다는 소린 안 했다. 그는 협상 전권을 갖고 있지 않은 저와 논의해 봐야 소용없다, 조현준 회장이 동생에게 무릎을 꿇어야 한다는 말만 반복했다"고 했다.

조현문 전 부사장 측 변호인은 "2013년 2월 효성그룹 모 부장이 조현문 전 부사장 배우자에 대한 찌라시에 관여했다. 박수환 전 대표 찌라시 사건처럼 효성그룹이 조직적으로 움직인 게 아닌가"라고 물었다.

A 변호사는 "효성그룹을 공격하는 홍보 대행사를 막으려다가 임원이 지나친 행동을 한 것과 총수 일가 구성원에 대해 직원이 찌라시를 만드는 건 차원이 다른 얘기"라고 했다. 조현문 전 부사장 배우자 찌라시는 효성그룹과 무관하다는 의미다.

다음 공판기일은 내년 1월 22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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