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국민 사과를 하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출처=연합뉴스
[뉴스임팩트=이상우기자] 일본인 작가 시오노 나나미가 쓴 베스트셀러 '로마인 이야기'엔 기원전 2세기 로마가 숙적 카르타고를 물리치고 지중해 패권을 차지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로 '패장에 대한 관용'이 나옵니다.
로마는 패한 장수에게 명예 회복의 기회를 줬습니다. 패배에서 얻은 교훈을 바탕으로 설욕하라는 의미였죠. 반면 카르타고는 지고 돌아온 지휘관을 사형에 처했습니다. 이 차이가 양국의 희비를 갈랐습니다. 카르타고군 사령관은 패전이 두려워 소심한 지휘밖에 못 했지만 로마군 사령관은 거침없이 창의적 전략을 구사했으니까요.
지난달 18일 발생한 SK텔레콤 해킹 사고를 대하는 우리 사회 일각의 태도를 보면서 카르타고가 떠올랐습니다. SK그룹 총수 최태원 회장에게 인격 모독적 비난을 퍼붓거나 기업에 미칠 여파를 따져보지도 않은 채 "번호 이동 고객의 위약금을 무조건 면제하라"고 SK텔레콤을 옥죄는 행태가 패장을 십자가에 못 박은 카르타고와 유사한 측면이 있기 때문입니다.
국가 기간 통신 사업자인 SK텔레콤이 보안에 실패한 건 명백한 과오입니다. 하지만 최태원 회장이나 SK텔레콤에 몰매를 때린다고 해킹 사고가 없던 일로 돌아가진 않습니다. 지금은 로마식으로 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생각합니다. SK텔레콤이 해킹 사고를 만회할 시간을 준 다음 종합적인 보안 강화 대책과 피해 보상안을 마련하자는 얘깁니다.
지난 2일부터 SK텔레콤은 휴일과 관계없이 데일리 브리핑을 열어 문제 개선 상황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최태원 회장도 지난 7일 브리핑에 참석해 "뼈아프게 반성한다"며 대국민 사과를 했고요. '왜 좀 더 빨리 움직이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들지만 해킹 사고 수습에 애쓰는 이들을 계속 손가락질하며 구석에 내몰기보단 숨통을 틔워주었으면 합니다. 감정에 치우쳐 카르타고식 단죄를 하려 들다가는 해결만 어려워지기에 하는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