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리포트] US스틸 매각과 미국에 번진 국수주의
카멜라 해리스 도널드 트럼프 매각 반대 매각절차 무산위기
일본제철 인수시 이사의 과반수는 미국 국적
이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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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6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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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임팩트=이정희 기자] 자본주의의 대명사 미국에서 국수주의 물결이 거세지고 있다.
오는 11월 5일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후보와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거의 매각 직전단계까지 진행된 US스틸의 매각 반대를 격렬하게 외치면서 매각 절차가 무산될 위기에 놓인 것이다.
US스틸은 미국의 자존심으로 꼽혔던 대표적인 철강회사다. 금융황제 JP모건과 철강왕 앤드루 카네기가 주도해 1901년 설립된 이 회사는 한때 세계 최대 철강회사로 군림하며 철강산업을 주도했지만, 한국의 포스코, 중국 바오강 그룹 등에 밀려 경쟁력을 잃어가면서 매각작업에 매달려왔다.
US스틸은 글로벌 경쟁심화에 밀려 시장점유율을 급속하게 잃어버렸다. 위기상황에 놓인 US스틸 경영진은 여러 차례의 구조조정과 자산 매각을 통해 회생을 노렸지만, 여의치 않자 끝내 US스틸을 일본제출에 매각하기 위해 물밑작업을 벌여왔다.
매각은 성사단계까지 갔고, 유럽과 미국의 승인만 남겨놓은 상태다. 유럽은 이미 US스틸의 매각을 승인했지만, 미국은 아직 승인하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노조가 매각반대를 외치며 들고 일어났고, 트럼프와 해리스 대통령 후보 모두 한 목소리로 US스틸이 일본에게 매각되지 않게 하겠다며 날을 세우고 있다.
두 대선후보가 US스틸 매각에 적극 반대 목소리를 내는 것은 US스틸이 갖는 상징성과, US스틸이 있는 곳이 대선승패를 가를 수 있는 펜실베이니아 피츠버그이기 때문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박빙의 승부를 펼치고 있는 트럼프와 해리스 모두 대선승리를 위해서는 펜실베이니아와 조지아에서 승리가 필요하다.
이런 상황에서 펜실베이니아 피츠버그에 공장을 둔 US스틸이 해외, 그것도 일본기업에 매각을 앞두고 있다는 것은 두 후보 입장에서는 정치적으로 수용하기 힘들어 보인다.
대선 승리를 위해서는 노조의 지지도 필요하고, US스틸과 관련된 수많은 유권자들을 자기편으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US스틸 인수를 추진중인 일본제철은 미국 내에 불고 있는 반발움직임을 해소하기 위해 기업 인수 후 통치 방침으로 US스틸 이사의 과반수는 미국 국적으로 할 것이며, 이사는 최소 3명의 미국 국적의 사외이사를 포함할 것, 그리고 경영의 중추 멤버는 미국 국적으로 할 것 등의 방침을 밝혔다.
아울러 미국 철강 시장에 대해 US스틸의 미국 내 생산을 우선시하고, 일본제철이 일본 거점에서 경쟁 제품의 수출을 우선시 하지 않겠다는 입장도 거듭 밝혔다.
하지만 대선후보까지 나서며 매각 반대를 외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 당국이 US스틸의 매각을 승인해줄지는 의문이다. 자칫 상당기간 표류하다가 매각 자체가 흐지부지될 공산이 커진 것이다.
US스틸은 노조의 반대와 정치권까지 가세한 현 상황에 큰 우려를 표시하며, 만약 매각이 무산된다면 공장을 폐쇄하고 본사를 이전할 수도 있다고 으름장을 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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