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기일 상지대 교수 "한미일 동맹? 북중러 결속 다져"

"현 징병제 지속 불가능… 한국형 스마트 모병제 도입하자"
"지상무기 방산전시회 갈등은 시장 자율에 맡겨야"

이상우 승인 2024.07.25 05:56 | 최종 수정 2024.07.25 18:35 의견 1

박종국 뉴스임팩트 편집국장(사진 왼쪽)과 최기일 상지대 군사학과 교수가 대화하고 있다.@뉴스임팩트

[뉴스임팩트=박종국·이상우기자] 국방, 외교, 방위산업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국방은 무기로 하는 외교다. 외교는 말로 하는 국방이다. 방산은 국방과 외교를 떠받친다. 국방과 외교가 잘 되면 방산이 성장한다.

국내엔 국방, 외교, 방산에 대해 의견을 내놓는 여러 전문가가 있다. 고개를 끄떡일 만한 분석력을 보이는 전문가가 많지만 아쉬운 측면도 있다. 세 분야를 두루 경험한 사람이 부족해서다.

그런 점에서 최기일 상지대 군사학과 교수는 차별화된 존재다. 그는 학사장교 출신 예비역 육군 중령으로 문재인 정부 시절 청와대 국가안보실에서 행정관을 지낸 데다 국내 1호 방위사업학 박사까지 따냈다. 국방, 외교, 방산을 통합적으로 조망하고 견해를 피력할 수 있는 경력을 갖춘 셈이다. 뉴스임팩트가 최기일 교수를 만나 설명을 들어봤다.

최기일 상지대 군사학과 교수.@뉴스임팩트

ㅡ군, 정부, 학계에서 어떤 역할을 수행했나.

"육군 학사장교로 임관해 경리(재정)병과로 군 생활을 했다. 2010년 대위 5년 차에 획득전문인력(950 특기)으로 선발돼 국방부 외청인 방위사업청으로 옮겨갔다. 방사청 계약관리본부 소속 국제계약부 국제부품계약팀, 원가회계검증단 원가총괄팀, 지상유도무기원가분석팀, 감사관실 공직감사담당관 부서 등에서 근무했다."

"2015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방위사업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후 국방대학교 국방관리대학원 국방관리학과 군수조달전공 교수로 임용돼 2019년 초까지 재직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국가안보실에선 사이버정보비서관실, 정보융합비서관실 행정관으로 일했다. 매일 새벽 4시에 출근해 북한 특이 동향과 주요 국제 정세를 담은 대통령 보고서를 작성했다."

ㅡ지금은 상지대 군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데 군사학과에서 무엇을 가르치나.

"2020년 강원특별자치도 내 최초로 상지대에 군사학과가 신설됐다. 군사학과는 말 그대로 군사학을 배우고 연구한다. 전쟁과 무기의 개념, 이론을 학습하는 거다. 학부 내 군사학과는 한 학년 40명이 입학 정원이다. 대학원 안보학 석사 과정엔 50여명이 수학하고 있다. 안보정책학과 방위사업학 박사 과정 1기엔 5명이 입학했다."

북한이 시험 발사한 극초음속 미사일.@출처=연합뉴스

ㅡ극초음속 미사일 실험 등 북한의 도발이 노골화되고 있다. 우리 군의 3축 체계가 한계를 맞은 것으로 보이는데.

※ 3축 체계는 북한의 핵미사일 발사 징후를 탐지해 선제 타격하는 킬 체인(Kill Chain), 핵미사일이 발사되면 공중에서 요격하는 한국형 미사일 방어(KAMD), 핵미사일로 공격받으면 즉각 보복하는 대량 응징 보복(KMPR)을 가리킨다.

"군사학에선 공격하는 자인 공자, 방어하는 자로서 방자를 구분한다. 항상 방자는 공자보다 불리하다. 우리 군의 3축 체계는 기본적으로 미사일 방어 체계(Missile Defense·MD)다. MD로 북한이 개발한 마하 5(시속 6120㎞) 이상의 속도를 내는 극초음속 미사일을 방어하긴 힘들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서 보았듯이 아이언돔, 아이언빔 같은 고도화된 대공방어체계도 재래식 물량 공세를 감당하지 못 한다. 휴전선 인근에 대규모 배치된 북한의 방사포 등 다양한 화력에 맞서 한반도 상공을 완벽하게 지켜내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북한은 최근 체결된 북러협정에 따라 러시아로부터 선진 군사 기술을 도입할 수 있게 됐다. 러시아판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로 불리는 S-400이 북한에 배치될 가능성도 있다. 우리 군도 첨단 무기 연구와 개발에 속도를 내야 할 상황이다."

ㅡ일부 언론에선 전술핵 재배치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실효성이 있나.

"핵무장론과 전술핵 재배치에 대해 긍정적, 부정적 의견을 모두 가진 양가론적 입장이다. 기본적으론 부정적이다. 핵무장, 전술핵 재배치가 현실적으로 어렵거니와 평화적 해결을 선호해서다. 다만 불가피한 경우엔 핵무장, 전술핵 재배치를 할 수도 있다고 본다. 최우선 가치는 국익이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지난해 4월 윤석열 대통령의 워싱턴 선언은 아쉽다. 윤석열 대통령은 핵무기 개발을 포함해 핵무장을 하지 않겠다고 국제 사회에 선언해 버렸다. 핵무장 여지 자체를 없앤 셈이다. 반대급부로 전술핵 재배치를 얻어낸 것도 아니다. 핵무장, 전술핵 재배치를 말하는 언론이라면 워싱턴 선언부터 비판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ㅡ워싱턴 선언 이후 미국은 전략 핵잠수함, 전략 폭격기를 한반도에 보냈다. 이것으로 북핵을 막을 수 있을까.

"한미동맹을 대내외에 과시하고 군사 대응 수준을 높였다고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북핵을 막진 못 한다. 도발을 일부 억제하는 정도라고 생각한다."

ㅡ중국, 러시아, 북한이 핵무장을 강화하는 상황에서 우리는 어떤 대안을 택해야 할까.

"오늘날 세계 정세는 미국, 나토를 위시한 자유주의 진영과 러시아, 중국, 이란, 북한으로 대표되는 권위주의 진영이 대립하는 구도다. 우리는 자유주의와 민주주의를 추구하는 만큼 한미동맹을 중심으로 자유주의 진영과 결속을 강화해야 한다. 아울러 초정밀타격 무기체계 개발 등을 서둘러야 한다."

각개전투 훈련을 하는 육군 훈련병들.@출처=연합뉴스

ㅡ선거 때마다 군 복무 기간 단축이 단골 메뉴다. 분단국가에서 1년 6개월 복무가 타당한가. 이스라엘은 3년을 복무하지 않나.

"복무 기간 논의에 앞서 전제해야 할 사항이 있다. 먼저 현대전은 군인 수만으로 전쟁에서 이길 수 없다. 따라서 첨단 무기체계 활용도를 높이는 게 과제다. 다음으로 현 징병제는 고수할 수 없다. 인구 절벽 시대에 병력 감축은 필연이다. 징병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망상에 불과하다. 적정 병력 산출 작업을 해야 한다."

"복무 기간 연장 문제로 돌아오면 분명 1년 6개월은 지나치게 짧다. 안보만 고려하면 복무 기간을 2배로 늘려야 할 것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현 상태에서 복무 기간을 연장하겠다고 하면 누가 받아들이겠나. 편제 개편, 복무 여건 개선을 이뤄내고 군 관련 부정적 인식도 불식시킨 다음에야 복무 기간 연장을 얘기할 수 있다."

ㅡ사병 월급 인상과 병력 자원 부족으로 부사관, 장교의 박탈감이 커지고 있다. 간부 지원율도 갈수록 하락하고 있다. 어떻게 해결하면 되나.

"병장 월급 205만원 때문에 부사관, 장교 탈출 현상이 심화한 건 맞다. 월급이 역전됐는데 누가 책임 무거운 간부를 하고 싶겠나. 국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간부 처우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군 복무에 자부심을 심어주는 일도 병행해야 한다."

ㅡ모병제를 주장하는 것으로 안다. 이유가 뭔가.

"당장 모병제를 시행하자는 건 아니다. 그렇지만 징병제가 이대로 가선 안 된다는 것도 분명하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군과 일본군의 성인 남성 징집률이 95%를 넘지 않았다. 그런데 대한민국 병무청이 발표한 지난해 징집률이 98%다. 초등학교 미졸업자, 소아마비를 앓았거나 대인 공포증이 있는 이들까지 군대에 끌고 간 거다. 이런 식으로 어떻게 안보를 지탱할 수 있나. 불가능하다."

"징병제와 모병제를 혼합한 한국형 스마트 모병제가 대안이다. 징집 장병 중 일부를 부사관이나 군무원으로 전환하고 예비군을 전력화하는 제도다. 한국형 스마트 모병제를 하려면 군에 대한 인식이 제고돼야 한다. 미국처럼 국민이 장병들에게 'Thank for your service'하는 문화가 정착돼야 한단 의미다. 사람들이 입대와 군복을 자랑스러워하도록 정부가 노력해야 한다."

한미일 군사훈련 이미지.@출처=연합뉴스

ㅡ한미일 군사 협력이 강화되고 있다. 세 나라의 관계를 어떻게 규정해야 할까.

"대한민국 안보의 핵심 축은 한미동맹이지 한미일동맹이 아니다. 일본까지 군사 협력에 들어가면 중국이나 러시아를 자극해 불필요한 긴장을 불러일으킨다. 한미일 군사훈련에 맞서 북중러 군사훈련을 하겠다는 빌미가 될 수 있단 뜻이다."

"생각해 보라. 한미일 군사훈련을 핑계로 서해에서 중국 인민해방군과 북한군이 훈련하고, 동해에선 러시아 태평양 함대와 북한군이 훈련한다면 대한민국은 상시적인 준전시 상황에 빠진다. 이게 우리 국익에 도움이 되나. 금번 한미일 군사훈련은 정작 일본의 군사 재무장과 우경화를 부추긴 꼴이 됐다.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

ㅡ미국은 전시작전권을 이양하겠다고 하는 반면 보수 진영에선 시기상조라고 하는데.

"전시작전권을 논의할 때 분명히 알아야 할 사실이 있다. 전시작전권은 기본적으로 대한민국에 있다. 다만 1953년 10월 1일에 체결된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따라 북한이 대한민국의 영토를 침범할 경우에만 전시작전권이 미군 4성 대장인 주한미군사령관에게 넘어간다. 만약 북한이 아닌 중국이나 러시아 또는 일본이 우리를 공격하면 우리가 전시작전권을 행사하게 된다."

"주권 국가로서 전시작전권을 보유하는 건 지극히 당연하다. 미국 정부도 합당하다고 하잖나. 한미동맹을 굳건히 다지면서도 주권 국가의 권리를 찾는 일이 전시작전권 이양이다. 보수 진영이 반대할 일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K방산 무기를 살펴보는 해외 군 관계자들.@출처=연합뉴스

ㅡ국내 방위산업(K방산) 이슈를 묻고 싶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민영화를 어떻게 여기나.

"KAI는 수출입은행이 대주주지만 법적으로 민간 기업이다. 그럼 시장에 맡겨야 한다. 글로벌 방산업체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라도 대형화, 통합화가 필요하다. 다만 특정 기업이 K방산을 독점해선 곤란하다. 경쟁 구도로 가야 한다."

ㅡ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의 지나친 수주 경쟁이 제 살 깎아 먹기라는 비판이 나오는데.

"HD현대중공업 직원들의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기밀 유출 사건은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인 만큼 수사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 더불어 수사는 수사고 사업은 사업이다. KDDX 사업을 수의계약으로 할지 경쟁 입찰로 할지 방사청이 책임지고 빨리 교통 정리를 해줘야 한다."

ㅡ지상 무기 방산 전시회인 DX KOREA와 KADEX의 갈등을 어떻게 풀어야 할까.

"둘 다 민간 행사다. 갈라져도 할 수 없다. 정부나 제삼자가 개입할 일이 아니다. 물론 방산 전시회는 군과 연관된 비즈니스여서 공공성은 있다. 하지만 민간 영역에 정부가 의견 표명을 해선 안 된다. 몇몇 방산업체가 '두 전시회를 한꺼번에 가야 하냐'고 불만스러워하는 것은 안다. 두 전시회 모두 참여할지, 한 군데만 갈지는 방산업체가 판단할 몫이다. 왜 스스로 옥석을 가리지 못 하나. 이참에 K방산 기업들이 시장 인식을 새롭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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