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우의 국제논단] 극우정치의 득세와 유럽의 분열 위기

프랑스 RN 자국 우선주의
우크라이나 지원 정책 파병에서 방어무기 지원으로 변화

최진우 승인 2024.07.07 01:00 의견 0
마린 르펜 프랑스 국민연합 의원과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연합뉴스


[뉴스임팩트=최진우 전문위원]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조기 총선 승부수는 실패로 끝났다.

마크롱이 고집해서 진행된 조기 총선에서 극우정당인 국민연합(RN)의 승리가 확실시되면서 극우당이 이제 프랑스 정치의 1당으로 부상할 것이기 때문이다.

극우당의 부상은 단순히 프랑스 정치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유럽연합(EU)전체에 큰 파장을 일으킬 것이 자명하다.

극우당인 RN은 기본적으로 자국 우선주의를 표방하고 있다. 독일과 함께 유럽의 맹주로 불리는 프랑스의 역할과 책임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쓰지 않고 있다.

극우당의 이런 태도는 통합을 표방해온 정치·경제공동체 EU 중심의 기존 질서를 흔들 수 밖에 없고, 당장 우크라이나 전쟁에 적지않은 파급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극우당이 1당이 된다고 해서 마크롱이 대통령 자리에서 물러날 이유는 없다. 마크롱 역시 선거결과와 상관없이 대통령으로서의 책무를 끝까지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하지만 유럽통합파이자, 중도파인 마크롱과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는 극우정당의 동거 정치는 향후 적지않은 파열음을 일으킬 것이 분명해 보인다.

독일과 함께 EU 내에서 가장 큰 목소리를 내고 있는 프랑스에서 극우당이 부상했다는 것은 앞으로 EU의 정책추진 능력에 큰 제동이 걸렸음을 의미한다.

프랑스 정치구조는 외교와 국방은 대통령이, 내정은 총리가 분할해서 맡는다. EU 정책 등 굵직한 외교현안은 마크롱의 권한이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예산편성 권한은 총리 등 내각의 권한이기 때문에 국민연합 측이 예산에서 협조하지 않으면 마크롱의 힘은 약화될 수 밖에 없다.

마크롱은 EU를 강력히 지지하는 반면, 국민연합은 EU는 물론이고 유럽 통합에 매우 회의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프랑스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으면, 굳이 유럽통합에 적극 나설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국민연합의 총선 승리로 총리로 유력시되는 조르당 바르델라 국민연합 대표는 최근 자당이 정부에 참여하게 되면 '자국 이익을 지키는 프랑스'의 귀환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르델라는 특히 EU가 개별국가의 권한을 더 많이 부여하는 쪽으로 바뀌어야 하며, 재원조달에서도 프랑스의 몫을 줄여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프랑스의 기업과 농업을 우선하는 법률을 제정하겠다는 약속도 내놨다. 특정국가가 자국의 기업과 농업을 우선시하는 법률을 제정하겠다는 것은 단일 시장을 표방하는 EU의 규정을 정면으로 거부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 프랑스는 대통령과 내각이 각각 따로 노는 ‘따로국밥’ 정치로 흘러갈 공산이 매우 높아 보인다.

마크롱이 여전히 국가원수로서 외교 정책을 책임지겠지만 EU와 관련한 중요한 현안이나 관련법은 국민연합 소속 장관의 손아귀에 놓여지게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판세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마크롱은 그동안 강력하게 우크라이나 지원에 나섰지만, 국민연합은 제한된 지원에 그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바르델라는 우크라이나에 군수품과 방어용 장비는 보내겠지만 프랑스군 파병이나 러시아 영토를 타격할 수 있는 장거리 미사일 제공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프랑스뿐 아니라, 유럽 여러 나라에서 극우정치 세력이 득세하고 있는 것은 향후 유럽이 통합이 아니라, 분열쪽으로 흘러갈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원래 경제가 어려워지고, 삶이 팍팍해지면 사람들은 다른 나라보다는 내정에 더 관심을 쏟게 마련이다. 삶 자체가 힘들어지고 있는 마당에 우크라이나 전쟁이니, 인권, 난민 같은 거대담론이 내 삶과 무슨 상관이냐는 식의 태도를 갖게 된다.

이런 심리를 이용해 극우정당들이 득세하고 있는데, 단순히 프랑스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독일이나 오스트리아 등 다른 국가로 확대될 경우 유럽의 정치, 사회적 변동은 어떤 결말로 치달을지 모를 일이다.

수세기에 걸쳐 유럽은 분열과 통합을 반복해왔는데, 이번 프랑스 총선결과를 계기로 유럽이 다시 분열로 방향을 튼 것이 아닌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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