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보잉의 굴욕 5월 항공기 주문대수 달랑 4대

737맥스 MCAS오작동 추락 탑승 346명 전원사망
2019년 이후 1000억달러 이상 시가총액 증발

이정희 승인 2024.06.26 10:32 | 최종 수정 2024.06.26 10:33 의견 0
사진@보잉


[뉴스임팩트=이정희 기자] 한때 상업용 민항기의 대명사로 꼽혔던 보잉의 인기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항공기 인도대수가 경쟁사인 에어버스에 크게 밀리는가 하면 미래실적을 가늠할 수 있는 주문대수 역시 초라한 수준까지 떨어져 1분기에 이어 2분기 실적도 시장전망치를 밑돌 것이란 우울한 예측이 나오고 있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보잉은 지난 5월중 항공기 인도대수가 24대에 그쳤다. 인도된 항공기 24대 가운데 보잉의 주력인 737 맥스 기종이 19대에 달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5월 인도대수는 4월에 기록했던 24대와 같은 수치다. 그렇지만 이미 4월 수치는 2022년 2월 이후 최저치에 해당하는 것이어서 보잉의 실적부진이 계속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작년 실적과 비교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보잉은 작년 5월 50대의 인도대수를 기록했었는데, 올해 실적은 반토막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더 충격적인 것은 5월 주문대수가 4월에 이어 2개월 연속해서 달랑 4대에 불과해 전년 동기대비 43%나 줄었다는 점이다. 경쟁사인 에어버스가 수십대의 주문을 받은 것과는 대조적이다.

보잉의 1분기 항공기 인도실적은 83대였지만 2분기에는 72대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다. 이는 전문가들의 전망치 91대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보잉의 수난은 2018년, 2019년 잇달아 터진 항공기 추락사고가 일어나면서부터 시작됐다. 인도네시아 항공사와 이디오피아 항공사 소속의 보잉 737 맥스 기종이 운항 중 MCAS 오작동으로 추락하면서 탑승객 346명이 전원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항공사의 신뢰가 급격히 추락했다.

26일 보잉 주식가격@네이버n페이증권


더욱이 보잉은 사건발생 초기 MCAS 오작동 사실을 숨겼을 뿐 아니라, 조종사 훈련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항공사에 MCAS 탑재 사실을 알리지 않아 항공기 조종사들의 분노를 샀다.

미국 검찰은 보잉이 기존 737기를 수정한 737 맥스 기종의 승인을 받는 과정에서 미연방항공청(FAA)을 기만했다는 이유로 기소를 추진했고, 결국 보잉사는 미국 정부에 25억달러를 지불하는 대신, 형사소추를 면제받았다.

보잉의 수난은 거기서 끝난게 아니다. 올 1월 미 알래스카 항공의 737 맥스 기에서 도어 플럭이 비행 중 떨어져 나가 동체에 큰 구멍이 났는데, 사고 조사 과정에서 보잉이 수익성만 중시하다보니, 비행기 제작기간을 과도하게 단축시키는 바람에 많은 문제가 있다는 신고가 여러 전직 관리자 및 현직 근로자로부터 쏟아진 것이다.

그 결과 보잉의 신뢰도는 땅에 떨어졌고, 1분기 실적에서 총수입 감소 속에 3억5500만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그 여파는 고스란히 주가에 반영되어 애꿎은 개인주주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보잉의 주가는 코로나 이전인 2019년 3월 440달러를 넘어서기도 했지만, 지금은 170달러대에 머물러 있다.

엔비디아로 대표되는 AI 관련주들의 선전으로 다우존스 지수와 스탠더드앤푸어스(S&P)500 지수, 나스닥지수 등 미국의 3대 지수가 모두 사상최고치를 경신하는 경사에도 보잉의 주가는 오히려 뒷걸음질치고 있다.

미국 시애틀을 대표하는 보잉은 과거 ‘기술의 보잉’, ‘안전의 대명사’으로 추앙받았지만 미국의 동종 항공사인 맥도널 더글라스와의 합병이후, 수익을 최우선하는 더글라스 출신 경영진들이 회사를 장악하면서 지금의 보잉을 있게 해준 안전에 대한 신뢰가 크게 약화되었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그 대가로 보잉은 2019년 이후 1000억달러 이상의 시가총액이 증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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