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측 "브로드컴, 삼성전자 위협해 부품 장기 공급 계약"

지난 25일 행정소송서 지적… 삼성전자 측도 "브로드컴이 갑" 주장

이상우 승인 2024.09.26 01:00 | 최종 수정 2024.09.26 10:03 의견 0

브로드컴 표지와 사옥.@출처=연합뉴스

[뉴스임팩트=이상우기자]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 측이 브로드컴에 대한 제재를 다투는 행정소송에서 "브로드컴이 삼성전자를 위협해 스마트폰 부품 장기 공급 계약을 맺었다"고 지적했다.

브로드컴은 글로벌 반도체 팹리스(설계 전문) 기업이다. 스마트 기기에 사용되는 최첨단, 고성능 무선 통신 부품의 시장 지배자이기도 하다. 나스닥 상장사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팔로알토에 본사가 있다. 월가가 전망한 브로드컴 올해 매출액이 515억달러(68조5980억원)에 이른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6-1부(부장판사 황의동 위광하 백승엽)는 시정 명령·과징금 부과 처분 취소소송 2차 변론기일을 지난 25일 열었다.

원고는 브로드컴 미국 본사와 한국·싱가포르 지사 등 4개 사다. 피고는 공정위다. 삼성전자는 피고 보조참가인으로 소송에 참여했다. 보조참가인은 소송 당사자가 아니지만 이해관계 있는 제삼자를 뜻한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 브로드컴에 과징금 191억원을 부과하고 시정 명령도 내렸다. 브로드컴이 2020년 삼성전자에 스마트폰 부품 장기 공급 계약을 일방적으로 강요해 공정거래법상 금지된 거래상 지위 남용을 했다는 이유에서다.

브로드컴은 공정위 제재에 맞서 지난해 11월 소송을 제기했다. 공정위 결정은 1심 판결과 같은 효력을 발휘하기 때문에 소송은 서울고법으로 넘어갔다.

2차 변론 때 브로드컴 측은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제조사로서 부품 업체 선택권을 보유했다. 브로드컴은 삼성전자에 납품하고자 노력했으며 장기 공급 계약 체결을 강제할 위치가 아니다"고 했다. 공정위가 브로드컴의 거래상 지위를 제대로 판단했는지 의문이라고도 했다.

반면 공정위 측은 "브로드컴은 삼성전자에 스마트폰 생산 라인이 중단될 수 있다고 압박하며 장기 공급 계약을 밀어붙였다.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부품을 브로드컴에 의존하는 상황을 이용한 것"이라고 했다.

삼성전자 측도 "브로드컴은 2021년부터 3년간 삼성전자가 매년 7억6천만달러(1조123억여원) 이상 스마트폰 부품을 사들여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부품 공급을 안 하겠다고 했다"고 했다. 브로드컴이 갑, 삼성전자가 을이었다는 얘기다.

브로드컴 측과 삼성전자 측은 소송 기록 열람·등사 문제로 신경전을 펼치기도 했다. 브로드컴 측은 "열람·등사 허가가 나오지 않았는데 삼성전자 측이 소송 자료를 등사했다"며 "해당 자료에 브로드컴 영업비밀이 담겨 있다"고 했다.

삼성전자 측은 "법원에 정식으로 열람·등사 신청서를 내고 소송 자료를 등사했다"며 "허가 없이 자료를 가져간 건 아니다"고 반발했다.

재판부는 "영업비밀 유출 관련 브로드컴 측 우려는 이해 가는 측면이 있다"면서도 "삼성전자 측의 소송 자료 등사가 위법이라는 근거 역시 없다"고 정리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3차 변론 전 따로 변론준비기일을 열어 자료 열람·등사를 포함해 소송 진행 방향을 논의하겠다고 했다.

변론준비기일은 내달 16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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