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의시각]혼란의 광복절을 지내고...

이장호 승인 2024.09.26 10:33 | 최종 수정 2024.09.26 10:39 의견 0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광복절 행사장에서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연합뉴


[뉴스임팩트=이장호 전 정훈병과 중령] 1945년 8월 15일은 우리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외세에 의해 나라의 국권이 강탈당하고 문화와 역사가 사라질 위기를 겪은 역사상 가장 힘들고 어려웠던 시기였다. 1910년부터 우리의 역사가 사라졌던 암흑의 시기를 지나 다시 나라를 찾은 의미 있고 매우 중요한 날이다.

올해 광복절은 예년과 달리 밀도 많고 탈도 많았다. 하나가 되어야 할 역사적 이념과 가치가 다르다는 이유로 정부와 광복회가 갈라선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원인은 광복절 전에 임명된 독립기념관장의 정치적 성향과 그가 보여주었던 언행과 처신에 대해 많은 비난과 비판으로 축제의 장이 되어야 함에도 나라가 갈라지는 이상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정말 초유의 사태였다.

이번 논란은 우리가 어려서부터 배웠던 역사 교육에서도 1945년 광복과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의구심을 품지 않았던 역사적 사실이 정치적 이해와 편 가르기의 희생으로 그 근본마저 흔들 정도의 혼란을 야기했다.

나는 정치적인 편향도 없고 특이한 사고를 하는 경향은 아니다. 객관적인 사실이나 역사에 대해서도 의심이나 다른 해석을 하는 편도 아니다. 안보에 여야의 차이가 없고 지역색도 없어야 한다는 평소의 신념도 보통 사람과 다르지 않다. 오히려, 약간 보수쪽에 있을 만큼 나라를 위태롭게 하는 문제는 더욱 더 그런 편이다.

그러다보니 이런 문제로 싸우는 것을 보면 더욱 안타깝다. 객관적인 사실이나 보통의 생각과 다른 것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감하고 동의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올해 광복절 행사에서 보여 준 정치인들의 행동은 그렇지 않았다. 국민들이 분노하는 것은 상식에 벗어나는 일들을 너무 많이 자주 하고 있어서다. 그래서 개인이 얻는 이익이 나라 전체의 이익과 바꿀 수 있을 정도로 중요한 것인지 묻고 싶다.

국민이 나라가 분열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우리나라가 존재해야 국민도 존재한다는 그 역사적 교훈과 아픔을 벌써 잊은 듯하다. 독립운동가들이 개인의 안위보다 나라를 위해 목숨과 모든 것을 희생했던 그 행동과 가치가 무엇이었는지를 생각해 보면, 나라가 분열되고 혼란스러운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현실이 가슴 아프다.

우리 국민들이 한일전에 목숨을 것도, 독도를 지키려는 노력도, 위안부 문제에 핏대를 올리는 것도 결국은 우리가 겪은 그 아픔을 잊지 않겠다는 공통의 마음이다. 그런데 역사를 거스르고 분열이 되는 지금의 현실은 참으로 안타깝다. 지금의 이 일들도 훗날 역사가 판단할 것이다.

공익이라는 것은 누구에게나 중요한 가치다. 그 공익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당연히 나라의 존망에 관련된 것들이다. 나라가 있어야 국민이 있다는 것은 수천 년의 역사를 통해 증명된 사실이다. 불과 100년 전에 우리도 경험한 바 있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그 아픔이 남아 우리 역사에 큰 가르침을 주고 있다. 이런 이유만으로도 나라를 지키는 안보와 국방은 국민 모두의 공통 가치이자 목표이며, 관심사가 되어야 한다.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팔레스타인 어린이가 희생되는 뉴스를 접하면서, 우리는 안전하다는 것에 새삼 감사한 마음이 든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도 바로 우리 눈앞에 있다. 만약 우리나라가 전쟁 중에 있다면,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이 행복을 느낄 수 없을 것이다. 평화가 오래 지속되다보니 안보의 중요성을 잊고 사는 건 아닌지 되돌아 볼 일이다. 군 생활을 하면서도 가장 걱정되었던 것도 ‘과연 우리 군이 북한이라는 실재하는 적을 이길 수 있을 정도로 잘 하고 있는가’ 였다.

공익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이 한 방향, 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 부디 현명한 판단과 노력으로 국민들의 분열을 막고 한 방향으로 갈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공익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그들에게 국가의 존망이 달려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잘 해야 한다.

[글쓴이 이장호 중령]

1990년 육군사관학교 46기로 졸업해 정훈장교로 30여 년간 복무했다. 고려대학교 언론홍보대학원 신문방송학과 단국대학교 교육대학원 영어교육학 석사 학위를 받음. 앙골라UN평화유지군 파병 등 3회의 해외 파병과 미국 공보학교 졸업, 20여 회의 외국 업무 경험 등 군 생활을 통해 다양하고 풍부한 경험을 쌓아 군 업무에 활용해 나름 병과 발전에 기여했다고 자부하며 전역 후 군에 대해 감사한 마음으로 애정과 지지를 보내고 있다. 현재는 기자, 요양보호사 등의 일을 하며 우리 사회의 생활상에 대해 색다른 경험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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