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우의 전쟁영화 이야기(24)] 실화 기반 지옥 탈출기 모가디슈

최진우 승인 2024.09.29 00:00 의견 0
영화 ‘모가디슈’ 포스터. [뉴스임팩트 자료사진]


[뉴스임팩트=최진우 전문위원] 한국인들 중에 아프리카에 있는 소말리아라는 나라를 아는 이가 얼마나 될까.

류승완 감독의 영화 모가디슈는 한국인들에게 낯선 소말리아에서 일어난 대사관 공관원들의 탈출기를 그리고 있다. 1991년 당시 소말리아는 내전에 휩싸였고, 신변에 위협을 느낀 한국과 북한의 대사관 공관원들은 수도 모가디슈를 탈출하기로 하고, 서로 협력한다.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제작된 이 영화는 외교공관 철수를 주제로 촬영한 한국 최초의 영화이기도 하다.류승완 감독은 전작 군함도에서 참담한 흥행을 기록하며, 의기소침해 있었는데, 이 작품을 계기로 다시 부활하는 쾌거를 이룩했다.

류승완 감독의 탁월한 연출력과 배우 김윤석(한국대사관 대사 한신성 역)과 조인성(한국대사관 참사관 강대진 역), 허준호(북한 대사관 대사 림용수 역)의 열연이 돋보이는 이 영화는 관객을 긴장감 넘치는 현장 속으로 끌어들여 실화라는 사실이 주는 무게감을 고스란히 전달하고 있다.

영화는 199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남북한은 유엔가입을 앞두고 유엔회원국 중 한 국가라도 더 자기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시기였다. 시대배경을 보자면, 당시 소말리아는 한국에 우호적이었다. 이에 긴장한 북한은 소말리아가 한국의 편을 들지 않도록 방해공작을 해대던 시기였다.

하지만 1991년 갑자기 소말리아가 내전에 돌입한다. 내편네편 없이 반군들이 마구잡이로 총을 쏴대는 치안부재의 상황에서 대사관 공관원들은 목숨의 위험을 느낀다. 한국이나 북한 대사관 공관원들이 느끼는 위험은 동일했다.

남북 공관원들의 탈출기를 그린 영화는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하지만 극적인 요소를 가미해 드라마틱한 긴장감을 높였다. 내전 속에서 생존과 탈출이라는 절박한 상황에 놓인 인물들은 그들의 외교적 위치와 상관없이 인간적인 갈등을 겪는다. 그 과정에서 한국 대사관뿐만 아니라 북한 대사관 직원들과의 미묘한 관계가 중요한 축을 이룬다. 남북한 외교관들이 정치적 이념을 초월해 생존을 위해 힘을 합치는 모습은 관객들에게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류승완 감독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긴박한 탈출극을 화려한 액션으로만 그리지 않고, 그 안에 내포된 인간적 고뇌와 감정들을 섬세하게 표현한다. 이는 단순히 스릴러를 넘어, 관객들이 등장인물들과 함께 울고 웃게 만드는 힘을 지닌다.

또한, 영화의 배경이 된 소말리아의 혼란스러운 도시 풍경과 전쟁의 참상은 사실적으로 그려져, 몰입감을 더한다. 총알이 난무하는 가운데 생명을 건 도주를 이어가는 인물들은 관객의 심장을 조이게 하며, 그들이 마침내 자유를 찾았을 때의 감동은 잊을 수 없는 여운을 남긴다.

영화의 배경이 된 소말리아는 치안이 극도로 불안해 한국정부가 자국민 출입금지 국가로 지정했기 때문에 실제 영화는 북아프리카 모로코에서 진행되었다. 역사적 사실에 충실하기 위해 모로코 서부도시 에사우이라에 거대한 세트를 만들어 촬영했다.

덕분에 영화는 2021년 개봉 당시 한국영화 최고의 흥행작으로 기록되었다. 개봉 22일차만에 관객 250만명을 동원했지만 계속되는 코로나 시기에 최종적으로 360만명을 겨우 넘기는데 만족해야 했다.

모가디슈는 단순한 탈출 영화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그것은 생존에 대한 이야기이자, 인간성과 신념의 충돌, 그리고 이를 넘어서는 연대와 협력의 가치를 담은 작품이다. 긴박한 스토리와 함께 깊은 감정의 울림을 주는 이 영화는 한국 현대사의 숨은 이야기를 재조명하며, 관객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남긴다.

평점: ★★★★☆ (5점 만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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