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임팩트=최진우 전문기자] 자동차 메이커들은 신차를 출시할 때마다 기능과 외형 못지않게 신경쓰는 부분이 있다. 바로 신차의 이름이다.
자동차산업 태동기에는 포드 모델A, B 혹은 모델 T처럼 단순한 이름이 붙여졌다. 자동차 종류가 많지 않았던 시기라서 자동차회사들도 굳이 작명에 많은 시간을 빼앗길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시대가 발전하면서 해마다 세상에 선보이는 자동차가 무섭게 늘어나면서 작명은 자동차업계의 사활이 걸린 문제로 떠올랐다.
자동차 브랜드를 소개하는 넷카쇼닷컴에 따르면 2024년 현재 전세계 자동차 회사 수는 164개에 달한다. 이들이 매년 신모델 1개씩을 내놓다고 가정한다면 해마다 164개의 새 차종이 시장에 나온다는 계산이다. 세계1위 미국시장의 경우 한해 평균 30~40개의 신모델들이 쏟아져 나온다. 신차 이름을 어떻게 붙여 소비자들의 주목을 끌지가 업계로선 사활이 걸린 문제라고 할 수 있다.
◇ 멋진 지명을 신차이름에 가장 많이 사용=글로벌 자동차업계에서 신차에 대한 작명을 할 때 가장 많이 활용되는 것은 단연 지명이다. 기아 모하비의 경우 미국 캘리포니아 남동부를 중심으로 네바다, 유타, 애리조나에 걸쳐 있는 광대한 사막에서 따온 이름이다.
2023년 현재 미국에서 팔리고 있는 자동차모델 340개 가운데 85개가 지명이 들어간 모델이다. 대략 도로를 달리는 차량 4대 중 1대꼴에 해당한다.
카메이커들이 선호하는 지명 중에는 북미와 유럽 지명이 절대적이다. 글로벌 자동차 소비자들이 몰려 있는 곳이 북미와 유럽이란 점을 감안한다면, 이들에게 친숙한 지명을 신차에 갖다 붙이는 것이 충분히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쉐보레 말리부(캘리포니아), 닷지 듀랑고(콜로라도), 닛산 무라노(이탈리아) 등이 대표적 예다.
현대차도 SUV에는 주로 세계적인 휴양지 이름을 많이 쓴다. 싼타페(뉴멕시코), 투싼(애리조나), 베라크루즈(멕시코), 펠리세이드(캘리포니아) 등이 대표적이다.
기아차의 경우 모하비, 쏘렌토(이탈리아) 등 지명이름을 활용하지만 셀토스처럼 스피디(Speedy)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헤라클레스의 아들인 켈토스(Celtos)의 합성어를 쓰기도 한다.쌍용자동차는 이탈리아 휴양도시 중 정원의 도시로 유명한 티볼리를 자동차 이름에 가져다 썼다.
◇ 특별한 작명법을 선호하는 회사들= 신차 이름에는 세계적인 명소 등 지명이 많이 활용되지만 지명외에도 자동차회사들이 애호하는 특별한 작명법이 있다는 것이 업계의 정설이다.
독일차들은 주로 알파벳과 숫자를 조합하는 알파뉴메릭 방식을 선호한다. 고급차의 대명사 메르세데스 벤츠는 C클래스, E클래스, S클래스, M클래스 등 플래그쉽 모델별 알파벳 뒤에 엔진방식에 따라 숫자를 붙여 차종을 구분한다.
BMW는 숫자 크기와 짝수 홀수를 통해 자동차 등급과 종류를 구분한다. 3시리즈, 5시리즈, 7시리즈 등은 주로 세단에 붙여지는 이름이며 4, 6시리즈는 쿠페와 컨버터블 차량을 의미한다.
앞 숫자 뒤에는 배기량 크기에 따른 숫자가 붙으며 디젤(d)이냐 가솔린(i)를 구분하는 의미의 영어약자도 혼용한다. SUV의 경우 X시리즈로 시작되는 이름이 붙는다.
아우디는 알파벳 A에 세단 등급에 따라 1~8까지 숫자를 붙이는 방식으로 이름을 정한다. 숫자뒤에는 엔진의 특성이 강조되는 영문약자가 붙는데, FSI는 가솔린 직분사, TDI는 디젤 직분사, Quattro는 풀타임 4륜구동(AWD)을 의미한다. SUV의 경우 Q시리즈로 시작되는 이름이 붙는다.
기아자동차 역시 K3, K5, K7, K9 등 K시리즈를 통해 통합성과 정체성을 강화하고 있으며 삼성자동차 또한 SM시리즈와 QM시리즈를 통해 알파뉴메릭 방식의 자동차 이름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에 폴크스바겐은 주로 바람과 관련된 이름을 많이 쓴다. 골프(멕시코만의 강한 바람), 폴로(북극에서 오는 찬바람), 제타(초고속 제트기류), 파사트(무역풍), 시로코(사하라사막에서 부는 뜨거운 바람) 등이 대표적이다.
동물이나 곤충 이름도 많이 활용된다. 폴크스바겐 비틀(딱정벌레), 포드 무스탕(야생마), 닷지 바이퍼(독사 일종), 닛산 블루버드(파랑새), 쉐보레 임팔라, 포르쉐 스파이더 등 33개 모델이 여기에 속한다.
◇ 사연이 있는 자동차 이름= 단순히 부르기 쉽고 기억하기 편한 이름을 선호하는 회사도 있다. 도요타 캠리는 왕관을 뜻하는 일본어 ‘가무리’를 영어식으로 바꿔 부른 이름이다.
특이한 것은 국내에서 한때 한글이름의 차가 유행한 적이 있다는 점이다. 과거 대우자동차의 맵시나(1983년)와 누비라(1997년), 쌍용자동차 무쏘(1993년) 등이 여기에 해당하지만 2000년 이후에는 한글이름을 달고 나오는 자동차는 사라졌다.
이름이 갖는 나쁜 이미지 때문에 자동차 이름을 바꾼 예도 있다. 인도 타타그룹이 2016년 내놓은 지카(ZICA) 모델은 지카(ZIKA) 바이러스 여파로 자동차 이름을 바꾸기도 했다. ZICA는 애초 빠른 차를 의미하는 이름이었지만 지카 바이러스를 연상시킨다는 이유로 회사측은 티아고로 이름을 변경했다.
현대차의 경우 1990년대초 소나타 차종을 출시했는데, 경쟁업체를 중심으로 사람이 타는 차가 아니라, ‘소’가 타는 차라는 식의 비방이 이어이자, 자동차 한글 표기를 소나타에서 쏘나타로 바꾼 적도 있다.
중국 광저우자동차그룹(GAC) 또한 2010년 출시한 트럼치(Trumpchi)라는 이름의 자동차 이름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중국명으로는 '전설'을 뜻하는 '추안치(传祺)'와 비슷하게 들리는 트럼치로 이름을 붙였는데 공교롭게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연상케한다는 지적에 미국진출을 앞두고 모델이름을 바꾸는 방안을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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