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코스카항 불법 드론 촬영으로 드러난 해자대 부실 방공망

제3자가 코앞 촬영 영상 허술한 방공망 대응능력 지적 이어져

이정현 승인 2024.06.05 11:01 | 최종 수정 2024.06.05 11:07 의견 0
중국 SNS에 올라온 일본 해상자위대의 항공모함 이즈모. @웨이보게재 영상캡쳐


[뉴스임팩트/일본=이정현 통신원] 지난 3월 하순 중국 SNS(웨이보)에 1차 항공모함 개장을 마치고 일본 요코스카항에 정박 중이던 이즈모(いずも)를 근접 촬영한 불법 드론 영상이 업로드되어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이를 두고 진위 논란이 일었고 일본 방위성은 5월 9일에서야 해당 영상이 조작이 아닌 사실이 맞다고 발표했지만 전문가들은 사실 확인에 한 달 이상이나 걸린 방위성과 자위대의 정보 분석과 위기관리 능력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사실 해상자위대의 주요 거점인 요코스카(横須賀)기지와 구레(呉)기지에는 방공시스템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드론 탐지용 레이더나 방해시스템 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대공병기조차 갖추지 않고 있어 전시(戦時)나 적의 기습을 받응다면 호위함과 잠수함들의 대규모 피해가 불가피하다.

이에 대한 가장 큰 원인은 해상자위대가 근거지에 적의 기습이 발생할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고 마치 옛날 사무라이들의 대결처럼 해양에서 적과 정면으로 맞붙을 경우만을 생각하기 때문이다.

비슷한 이유로 재작년 아베 신조 총리가 선거 유세 중에 야마가미 데쓰야 용의자에게 피습 당했을 때도 경호원들은 이를 사전에 예방하거나 빠르게 대처하지 못했는데 일본의 관습으로 따지면 야마가미 용의자는 아베의 이름을 크게 호명하며 정면에서 덤벼야 했기 때문이다.

예나 지금이나 갑작스러운 공격은 배제하는 탓에 지금까지 해상자위대와 육상자위대 모두 드론 개발과 도입에 소극적으로 대응했고 그 결과 주요 선진국들은 물론 파키스탄, 터키, UAE와 같은 중진국은 물론 개발도상국들에게도 관련 기술이 뒤처지고 있다.

드론과 관련 시스템 도입이 늦어지는 또 다른 결정적 이유는 방위성과 자위대에게 할당되어 있는 주파수가 군사용으로 적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다른 국가에서 실용화된 드론용 재머는 자위대가 가진 주파수대에서는 사용조차 불가해 도입은 꿈도 꿀 수 없다. 여기에 무인기의 장거리 운용을 위해 해외에서는 보통 5.8~2.4GHz 범위의 주파수를 사용하지만 자위대는 해당 주파수대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

한 예로 육상자위대는 보잉이 개발한 UAV 스캔 이글을 구입하면서 주파수 사양을 5GHz에서 2.4GHz로 변경하였는데 결과적으로 제값을 다 주고도 고성능 기기를 다운그레이드 시켜 들여오는 촌극을 빚기도 했다.

이에 대해 게이오대학 SFC연구소의 히다니 나오아키(部谷 直亮) 상임연구원은 정치경제 주간지 Wedge의 2023년 3월호 투고 사설에서 ‘미군이 운용하는 Skydio2+ 드론의 통신거리는 최대 6km에 이르지만 일본에 들여오면 고작 300m 거리 정도밖에 비행할 수 없다’며 일본의 전파법 개정을 역설했다.

다른 국가들에서는 해안 경비나 방어용으로 사용하는 무인함정도 해상자위대에서는 마찬가지의 이유로 도입이 힘들고 도입하더라도 운용거리가 극단적으로 짧아진다.

하지만 바꿔 말하면 일본 입장에서는 주파수대만 변경하면 큰돈을 들이지 않고도 비약적인 방위력 향상이 가능하다. 전파 관리는 총무성이 담당하고 있고 정치와 이권이 개입되기 쉬운 탓에 쉽게 손을 대기 힘든 것도 사실이지만 주파수대의 변경 없이는 아무리 최신식 장비를 들여와도 그 성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다.

이처럼 기습과 근접전에 대한 위기감 없이 해상 함대 결전만을 생각하는 해상자위대의 착각과 무인기의 운용을 저해하는 전파법이 동시에 걸림돌로 작용한 결과가 이번 요코스카항 불법 촬영으로 드러나면서 관계자들의 대응도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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