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건설파트장 "반도체공장 설계도면, 30년 노하우 담긴 영업비밀"

前삼성전자 임원 반도체 기술 유출 10차 공판서 밝혀

이상우 승인 2024.04.01 05:00 | 최종 수정 2024.04.01 06:00 의견 0

수원지법 표지.@출처=연합뉴스

[뉴스임팩트=이상우기자] 삼성전자와 하이닉스(SK하이닉스 전신) 전직 고위 임원의 반도체 기술 유출 사건을 다루는 재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삼성전자 직원이 "반도체 공장 설계 도면은 30년 이상 반도체 공장을 조성해 온 삼성전자 노하우가 집약된 영업비밀"이라고 밝혔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법 형사14단독 박이랑 판사는 산업기술보호법·부정경쟁방지법 위반 혐의를 심리하는 10차 공판기일을 지난달 29일 열었다.

이 재판의 피고인은 삼성전자 상무, 하이닉스 부사장을 역임한 최 모 씨를 포함해 모두 8명이다. 최 씨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반도체 전문가다.

검찰은 지난해 6월 피고인들을 재판에 넘겼다. 이들이 2018~2019년 중국 시안에 반도체 공장 건설을 추진하면서 삼성전자 영업비밀인 BED, 공정 배치도, 공장 설계 도면을 부정 취득·사용했다는 이유에서다.

검찰은 피고인들이 삼성전자 영업비밀을 활용해 시안에 있는 삼성전자 공장에서 불과 1.5㎞ 떨어진 곳에 복제판 공장을 세우려 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검찰은 최 씨가 다른 피고인들에게 삼성전자 반도체 기술을 쓰도록 적극적으로 지시했다고 했다. 공범들이 최 씨 지시에 따라 삼성전자 자료를 부정 취득·사용했다고도 했다.

피고인들이 중국에 빼돌린 삼성전자 반도체 기술의 가치는 최소 3000억원, 최대 수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10차 공판에선 권 모 삼성전자 반도체 건설기획그룹 건설투자파트장이 증인신문을 받았다. 그는 시안 공장이 만들어질 때 중국 현지에 파견됐던 인물이다.

권 파트장은 "반도체 공장 설계 도면엔 공장을 짓는 데 필요한 모든 정보가 들어간다"며 "삼성전자의 경우 30년 전부터 반도체 공장을 지어 왔다. 이 과정에서 축적된 노하우가 설계 도면에 포함된다"고 했다.

이어 "반도체 공장 설계 도면에 표시된 전기실 면적, 반도체 팹(제조 시설) 층고, 오염 방지 시설 규모, 기둥 간격 같은 수치 모두가 공장 건립의 핵심 정보"라며 "이 자료를 경쟁사가 얻는다면 반도체 공장을 바로 지을 수 있다"고 했다.

권 파트장은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피고인들의 반도체 공장 설계 도면을 봤다. 삼성전자 도면과 수치가 똑같았다. 기둥 간격 숫자까지 동일했다"고 했다. 피고인들이 삼성전자 기술을 빼갔다고 생각한다는 얘기다.

더불어 권 파트장은 반도체 공장 설계 도면의 비밀성에 대해 질문을 받자 "도면은 외부 유출이 엄격히 금지된 삼성전자 영업비밀"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삼성전자가 아닌 A 설계 회사가 시안 공장 설계 도면을 작성한 것 아니냐는 물음에 대해선 "삼성전자 직원들이 중국에 직접 가서 현지 사정을 살핀 뒤 이를 반영해 도면을 만들었다"며 "A 사와 협업한 건 맞지만 시안 공장 설계 도면은 엄연히 삼성전자 자료"라고 했다.

다음 공판기일은 내달 8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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