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자들 곡소리 부른 ELS사태(1편)

한성규 승인 2024.02.16 14:47 | 최종 수정 2024.02.16 16:05 의견 0
사진 @연합뉴스


[뉴스임팩트=한성규 라오스 통신원]전 재산이 반 토막 난 사연 곡소리가 들리고 있다. 이번에는 빚투, 즉 빚을 내서 투자를 감행한 젊은이들의 이야기가 아니다. 6, 70대 은퇴자들이다. 3년간 은행에 맡겨두었던 은퇴자금이 반 토막이 났다. 평생 모은 자금이다.

젊은이들은 지금부터 일을 해서 회복할 가능성이라도 있지만 졸지에 은퇴자금을 날린 고령자들은 어쩔 줄 몰라 하고 있다. 실제 65세 이상 고령투자자의 ELS투자액은 전체 잔액의 30.5%인 5조4000억 원이나 된다. 90이 넘는 고령자의 투자액도 90억8000만원에 달한다. 이들은 지금부터 일해서 손해를 만회할 기회가 거의 없다.

뉴질랜드 국세청에서 근무하다가 30대의 나이에 일찍이 은퇴한 내 은퇴자금도 이번 위기로 반 이상이 날아갈 처지다. 증권사에서 ELS를 만들고 돈을 번 사람, 은행에서 ELS를 팔고 월급 받는 사람은 모른다. ELS 난리가 났다고 기사만 쓰는 기자들도 모른다. 진짜 안 당해본 사람은 모른다. 잠이 안 오고 밥이 안 넘어간다. 그래도 필자의 경우는 ELS가 뭔지는 알고 투자를 감행했다. 즉 내 선택이 초래한 손실이다.

대다수의 한국은퇴자들은 ELS가 어떤 상품인지, 얼마나 위험한 상품인지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투자를 했다고 한다. 은행에서 정기예금과 비슷하다는 설명을 들었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정기예금은 IMF같은 사태가 벌어져 은행이 망하지 않는 이상 절대로 손해를 보지 않을 최저위험 상품이고 ELS는 고위험 상품이다. 저위험, 중위험도 아니고 투자를 웬만큼 해본 사람이 아니면 가입조차 못하는 고위험 상품이다. 투자 이익도 겨우 정기예금 금리의 2배 정도일 뿐이다. 최고 수익은 6~10%에 그치지만 최고 손해는 100%까지 날 수 있는 상품이다.

은행에서 ELS같은 파생상품에 가입하려면 적합도 테스트를 거쳐야 한다. 미성년자는 당연히 가입이 어렵다. 고령자나 은퇴자, 주부들도 금융취약소비자로 구분된다. 금융취약소비자는 유의사항에 동의하지 않으면 적합도 테스트를 받을 수조차 없다. 투자금액이 보호가 안 된다는 점, 원금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 중도해지시에 수수료가 발생한다는 점을 확인하고 동의를 해야 한다.

유의사항에 다 동의를 하고난 후에야 투자성향분석을 받을 수 있다. 투자성향은 1에서 6등급으로 나뉘는데 최소 2등급은 되어야 ELS에 가입할 수 있다. 참고로 6등급은 안정형이며 1,2 등급은 공격투자형이다. 3등급은 웬만큼 투자를 해본 적극투자형인데 적극투자형으로 분류되어도 ELS에 가입할 수 없다. 그만큼 위험한 상품이다.

투자성향분석 질문을 살펴보자. 먼저 연령대와 연소득 그리고 수입원을 묻는다. 나이가 들수록, 현제 수입이 없을수록 투자등급이 떨어진다. 근로소득이나 임대소득, 사업소득이 발생하고 있지 않으면 등급은 또 떨어진다.

이어서 전재산중에 금융자산이 얼마나 되는지, 채권이나 펀드, 주식거래를 해본 경험이 있는지도 묻는다. 파생상품이나 파생결합증권, 파생상품투자펀드를 해본 경험이 있는지도 묻는다. 금융투자 상품에 대한 이해도도 묻고 투자의 목적과 예상투자기간 그리고 기대 수익과 감내할 수 있는 손실까지 꼼꼼히 체크한다.

필자는 고령의 은퇴자들이 이 테스트에서 ELS에 가입할 수 있는 1,2등급을 받았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사실 지금 주식시장은 그리 나쁘지 않다. 실례로 일본주식시장은 34년만의 최고점을 찍으며 고공행진 중이다. 인도증시는 하늘을 훨훨 날고 있다. 유럽증시도 좋고, 미국증시도 2년 만에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한국증시도 코로나가 터졌을 때는 1700선까지 떨어졌으나 지금은 2400선을 넘어선지 오래다. 아무리 생각해도 투자금액이 반 토막 날 이유가 없다. 하지만 코로나 때보다 훨씬 더 떨어져 홀로 지하를 파고드는 증시가 있다. 바로 홍콩증시다. 홍콩증시는 코로나 때 1만 지수 밑으로 떨어졌다가 살짝 반등하는 듯했지만 홀로 역주행을 하며 쭉 미끄러져 5천 가까이 왔다. 그야말로 반 토막이 난 것이다.

불행히도 손실확정이 나고 있는 한국 ELS의 대부분은 홍콩 항셍중국기업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포함하고 있다. 등락을 거듭한 다른 나라 증시와는 달리 홍콩 증시는 펜데믹 이후에도 3년간 줄곧 떨어지기만 했다. ELS만기는 3년이고 코로나 시절 금리가 낮을 때 수익 조금 더 준다는 유혹에 가입한 ELS 상품들이 올해부터 손실을 확정짓기 시작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홍콩 항셍중국기업지수 연계 ELS의 판매 잔액은 19조3000억 원이나 된다고 한다. 전체 잔액의 79.6%인 15조4000억 원이 올해가 만기인 상품이다. 어디에 투자하면 돈을 번다는 조언은 거의가 다 엉터리다. 돈을 넣기만 하면 수익이 난다면 남에게 가르쳐줄 이유가 있나? 자기가 빚이라도 내서 넣지.

이번 사태를 맞아 개인경험을 바탕으로 다양한 투자 상품에 대해 알아보고 최소한 돈을 잃지 않는 전략에 대해서 살펴보자. 다음 칼럼은 이번 위기를 부른 ELS에 대해서부터 심층적으로 알아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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