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 훈련 참가해 리투아니아 영공서 비행하는 이탈리아 공군 전투기@연합뉴스
[뉴스임팩트=최진우 전문기자]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햇수로 3년을 넘어가면서 이제는 단순한 지역 분쟁을 넘어, 세계 각국의 안보 전략과 군사 예산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유럽을 중심으로 국방비 증액은 더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는 인식이 자리 잡았다. 동시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에 대한 비판적 태도 역시 동맹국들의 자율적인 안보 강화 움직임을 가속화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NATO의 현실적 위협 인식 변화=트럼프 행정부는 나토를 “시대에 뒤떨어진 조직”으로 규정하며, 동맹국들의 방위비 분담 부족을 강하게 비판했다. 트럼프의 살벌한 비판은 유럽 국가들에게 미국의 안보 우산이 더 이상 절대적인 안전망이 아닐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이러한 우려를 현실로 끌어올렸고, 독일, 폴란드,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국가들은 자국 방위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사상 최대 규모의 국방예산을 편성하기 시작했다.
독일은 특별 국방기금 1000억 유로(약 156조 원)를 마련하고 국방비를 GDP 대비 2%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 규모의 재무적 결단이다. 러시아에 인접한 폴란드 역시 국방예산을 4%까지 상향 조정하며, 러시아의 위협에 적극 대응하기 시작했다.
◇“새로운 냉전의 시작”=미국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군사 분석가 마크 캔시언은 디펜스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은 유럽이 안보를 미국에만 의존할 수 없다는 냉정한 교훈을 줬다”며 “자체적인 억제력을 갖추기 위한 군비 증강은 단기 유행이 아니라 장기 전략”이라고 말했다.
영국 국방연구소(RUSI)의 제임스 해커트 박사는 제인스 디펜스 위클리에 기고한 글에서 “나토뿐 아니라 아시아 국가들까지도 러시아와 중국의 군사적 확장에 위협을 느끼고 있다”며 “한국, 일본, 대만은 첨단 무기체계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국방예산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일본은 평화헌법 제9조에 대한 재해석을 바탕으로, 2027년까지 국방예산을 두 배로 늘려 GDP 대비 2% 수준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한국 역시 2025년 국방예산을 70조 원 이상으로 편성, 첨단 무기와 사이버전 대비에 중점을 두고 있다.
◇군수산업의 호황 전망=이러한 국방비 증가는 방산업체들에게는 황금기와 같은 기회로 인식되고 있다. 미국의 록히드마틴, 레이시온, 독일의 라인메탈, 한국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은 이미 역대급 수주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폴란드는 K2 전차와 FA-50 전투기 등 한국산 무기 도입을 대규모로 추진하며, 방산 외교의 새로운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국방비 증액이 무조건적인 긍정적 결과만을 낳는 것은 아니다. 브루킹스 연구소 군사 전문가 앤드루 페터슨 박사는 디펜스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국방비 증액은 필연적으로 복지 예산이나 인프라 투자를 압박하게 된다”며 “지나친 군비 경쟁은 오히려 갈등을 고조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군사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국방예산의 증가는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이 자국 우선주의 노선을 포기하지 않는 한, 유럽과 아시아 국가들은 ‘전략적 자율성’ 확보를 위해 보다 적극적인 군사 투자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국제질서의 불확실성이 고조되는 지금, 각국은 미국 의존에서 벗어나 자국 안보를 스스로 책임지기 위해 각자도생에 나서는 모양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