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자폭드론이 러시아군 폭격기를 공격하는 영상@SBU우크라이나 특수부대


[뉴스임팩트=이정희 기자] “모스크바의 하늘은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

이같은 한탄은 지난달 이후 러시아 군 지도부 내부에서 반복적으로 회자되고 있는 말이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새벽, 우크라이나군이 발사한 대규모 자폭 드론이 러시아 수도 방공망을 돌파하며 크렘린 상공까지 진입했다.

이 공격은 단순한 군사 작전을 넘어선 전략적 충격이었다. 전쟁이 시작된 이후 처음으로 붉은광장 인근에 기관총으로 무장한 병력이 긴급 배치되는 장면이 목격되었고, 이는 러시아 내부의 위기감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당시 상황을 목격한 모스크바 시민 알렉세이 루킨(34)은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도시 사이렌 소리와 함께, 평소에 보지 못한 병력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공습 경보가 아닌 전시체제 선포처럼 느껴졌다”고 증언했다.

◇드론이 바꾼 전장의 룰=우크라이나의 이번 드론 공습은 단발성 국지 공격이 아니라, 정밀한 작전 기획과 사이버전이 결합된 대규모 전술 드론 작전이었다. 특히 전자전 방해 장치를 뚫고 모스크바 방공망에 침투했다는 점에서, 러시아의 기존 전쟁 전략은 뿌리부터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미국 웨스트포인트 군사학교의 무기체계 분석가 제임스 레너 대령은 디펜스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평가했다.

“이번 사건은 제4세대 전쟁 이론이 현실이 되었음을 보여준다. 우크라이나는 고가의 전투기 없이, 저비용 드론으로 러시아 수도의 심장부를 타격했다. 이는 단순한 물리적 피해보다 심리적, 정치적 파장이 훨씬 더 크다.”

◇푸틴의 ‘갑작스러운’ 휴전 제안=놀라운 건 이 공습 이후 불과 5일 만인 6월 2일, 러시아가 튀르키예를 통해 휴전 협상을 제안했다는 점이다. 이는 2025년 여름 공세를 예고했던 푸틴 대통령의 기존 전략과는 전면 충돌한다. 러시아는 당초 하르키우, 수미 등 우크라이나 북동부 접경 지역을 추가 점령하기 위해 병력을 증강하던 상황이었다.

워싱턴의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소속 군사전략가 미카엘 코헨은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분석한다.
“크렘린의 계산이 바뀌었다. 이번 드론 공습은 러시아가 핵심 방어망에 구멍이 있음을 자인하게 만든 셈이다. 푸틴에게는 전선을 확장하기보다, 전선을 고정하고 내치를 관리하는 것이 더욱 시급해졌다.”

◇게임의 법칙을 다시 쓰는 드론=우크라이나의 드론 전략은 단순한 기계적 전술이 아니다. 인공지능 기반 경로 자동화, 위성통신 연동, 민간 기술을 활용한 자산 재활용 등 다양한 민군 융합기술이 결합된 결과물이다. 이른바 “무기화된 스타트업 전략”이라고도 불리는 이 방식은, 고비용 군사장비 중심의 전통적 전쟁 구조를 전면에서 부정한다.

이스라엘 텔아비브대 무인기술 연구소의 리브카 샤피르 교수는 “드론은 더 이상 보조 무기가 아니며, 이제는 전장을 설계하고 심리전을 주도하는 핵심 플레이어”라며 “모스크바 공습은 그 결정적 전환점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을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가장 결정적인 전환점 중 하나로 본다. 전통적 전투 병기들이 하늘을 장악했던 시대에서, 이제는 자율성과 은밀성, 확산성을 갖춘 드론이 전장의 판을 새로 짜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러시아뿐 아니라 전 세계 군사 전략도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휴전이 성사될지 여부는 미지수지만, 분명한 것은 현대전의 게임체인저는 전차도, 미사일도 아닌 드론이라는 점을 세계는 이번 모스크바 공격을 통해 확실히 깨닫기 시작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