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김정은 핵 미사일 개발 지속... 9 ·19 군사합의 유지해야 하나?

국가안보 이견 없어야

이장호 승인 2023.11.28 15:33 | 최종 수정 2023.11.28 15:47 의견 0
북한의 탄도 미사일 발사장면@연합뉴스

[뉴스임팩트=이장호 전 정훈병과 중령]11월 22일 정부가 북한이 21일 저녁 군사정찰위성을 발사한 것에 대한 대응으로 “9·19 군사합의 1조 3항에 대한 효력을 정지하고, 과거에 시행하던 군사분계선 일대의 대북 정찰·감시활동을 복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북한의 여러 차례 합의 위반에 대해 미온적인 태도로 실효적인 대응이 없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즉각 효력이 발생하는 단호한 조치를 취해 눈길을 끌었다.

정부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에서 “북한의 소위 군사정찰위성 발사는 성공 여부와 관계없이 우리에 대한 감시정찰 능력 강화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성능 향상에 그 목적이 있으며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실행에 옮기는 조치”라며 그동안의 군사합의가 효력이 없음을 인정했다.

특히, 군사분계선(MDL) 일대에서 대북 정찰을 재개하기로 한 이번 조치는 남과 북이 대치하고 있는 현실에서 그동안 눈을 가리고 있었던 답답함을 일부 해소하는 소득을 얻었다는 평가다.

지난해 우리 영공을 침범한 북한 드론@연합뉴스


반면, 북한도 이번 조치로 정찰 등 군사 행동을 할 수 있게 되어 우리에게만 유리한 일방적인 조치는 아니다. 결국 군사적 긴장상태가 증가하게 된 결과는 피할 수 없게 됐다.

9.19 남북군사합의는 지난 2018년 대한민국과 북한이 2018 제3차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서명한 군사 관련 합의로, 역사적인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로 평가됐다.

이 합의서의 주요 내용은 남과 북이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 상태를 완화하고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를 보장하는 데 필수적이라는 공통된 인식으로부터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선언 을 군사적으로 철저히 이행하기 위하여 포괄적으로 합의하였다.

무엇보다 남과 북이 지상과 해상, 공중을 비롯한 모든 공간에서 군사적 긴장과 충돌의 근원으로 되는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하기로 한다는 1조의 조항으로 군사적 긴장감이 늦춰지는 효과를 얻었다.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자이 위성발사 통제실을 방문한 모습@연합뉴스


특히, 2018년 11월 1일부터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상대방을 겨냥한 각종 군사연습을 중지하기로 한다는 2항으로 그동안 한미엽합연습 등 주요 훈련이 중단돼 군사력 공백을 우려할 정도로 군이 할 일이 없어졌다는 비난을 받는 근거가 되기도 했다.실제 지난 해 실시한 한미 연합훈련이 경험 미숙으로 혼란을 겪었다는 얘기는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얘기다.

그러다보니 이번 정부 들어 9.19 남북군사합에 대한 파기 등이 거론되는 등 전과는 다른 분위기로 변했다.
결국 이번에 북한이 군사정찰위성을 발사하면서 성공 여부와 관계없이 정부가 즉각적으로 일부 조항의 효력을 정지하는 강수를 들고 나왔다. 당연히 그 책임은 북한이라고 못 박으면서.

군에서도 9.19 남북군사합의에 대한 논란이 많았다. 대놓고 말하지는 못했지만, 북한의 군사적 위협이 더욱 증대되고 핵과 미사일 개발을 계속하는 상황에서 과연 이 합의가 실질적인 효과가 있을 것인가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많았다. 다만, 군이 아닌 정치적 결정에 의한 조치다보니 말을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군이 군으로서의 역할을 못하고 손과 발이 묶여 있는 상황을 달가워할 리는 없다. 만역 북한이 9.19 남북군사합의를 성실히 지켰다면 현재와 같은 위협이나 갈등은 없었을 것이다. 합의는 당국이 지켜야 의미가 있는 것이다.

북한군이 휴전선 일대의 초소를 재설치하고 있다.@연합뉴스


그동안 북한이 수차례 미사일을 발사하고 위성을 쏘아 올려도 우리의 대응은 합의 위반에 대한 성명 발표와 언론 보도 외에는 특별한 것이 없었다. 그러니 북한은 계속해서 합의와 무관하게 자신들의 계획대로 추진해 왔다. 단호한 대응이 아쉬웠던 과거의 대응이었다.

이번에 정부의 단호한 대응과 즉각적인 조치가 이례적이면서도 앞으로 더욱 북한을 압박하는 실질적인 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우리 스스로 9.19 남북군사합의에 발이 묶여 군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해 국민에게 불안과 걱정을 안겨준 것이 아닌가 한다. 군이 강한 모습으로 본연의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법에서도 그렇게 명시하고 있으며, 군의 존재 목적과 의의도 다르지 않다.

비록 일부 조항의 파기이지만, 이는 시작이다. 북한에 전과 다른 강한 대응과 조치가 있다는 것을 알리는 효과도 있다. 남과 북이 서로 군사적 위협이나 침범을 금지한다는 합의는 합의 그 자체다. 합의는 언제든 깰 수 있다. 지킬 때 의미가 있다. 지킬 의지와 행동이 없는데 일방만 고집하고 있다면 어리석은 것이다.

지난 23일 신원식 국방장관이 국회에 출석해 북한의 9.19군사합의 폐기를 선언한 것에 대한 의원들의 질의를 받고있다.@연합뉴스


또한, 국가안보에는 이견이 없어야 한다. 나라가 있어야 국민도 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도 결국 국민이 살 나라를 지키기 위한 전쟁이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오늘 저 멀리 이국땅에서 벌어지고 있는 삶과 죽음의 전쟁이다. 남의 전쟁이지만 남과 북의 전쟁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9.19 남북군사합의가 지켜진다면 남과 북이 소모적 논쟁과 국력을 낭비하지 않고 발전할 수 있는 바탕이 될 수 있지만, 북한의 행동은 전혀 그런 의도가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답은 간단하다. 우리도 북한에 상응하는 조치를 하는 것이 당연하고 현명하다. 그동안 북한을 그렇게 겪고도 모른다면 우리가 문제다.

이번에 북한이 군사위성을 발사한 것을 계기로 앞으로 더욱 단호한 조치를 보여줘야 한다는 것에 대한 정부의 입장이 명확해진 것은 환영할 일이다. 북한에 대해 명확한 메시지를 보내 더 이상의 도발을 눈감아주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아야 한다.

[글쓴이 이장호 중령]

1990년 육군사관학교 46기로 졸업해 정훈장교로 30여 년간 복무했다. 고려대학교 언론홍보대학원 신문방송학과 단국대학교 교육대학원 영어교육학 석사 학위를 받음. 앙골라UN평화유지군 파병 등 3회의 해외 파병과 미국 공보학교 졸업, 20여 회의 외국 업무 경험 등 군 생활을 통해 다양하고 풍부한 경험을 쌓아 군 업무에 활용해 나름 병과 발전에 기여했다고 자부하며 전역 후 군에 대해 감사한 마음으로 애정과 지지를 보내고 있다. 현재는 기자, 요양보호사 등의 일을 하며 우리 사회의 생활상에 대해 색다른 경험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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