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우의 전쟁영화 이야기(15)] 히틀러의 운명을 바꾼 탈출작전 그린 덩케르크
최진우
승인
2023.10.29 13:25 | 최종 수정 2023.10.30 07:38
의견
0
[뉴스임팩트=최진우 전문위원]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전범국가 독일은 전쟁 초기만 해도 영국과 프랑스와의 전쟁을 꺼렸다.
하지만 독일이 폴란드를 전격 침공하고, 오스트리아와 체코슬로바키아를 잇따라 합병하는 데 성공하자 분위기가 바뀌었다. 아돌프 히틀러는 참모들을 닦달해 프랑스 침공을 재촉했다.
당시 독일은 장기전 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았다. 이미 폴란드 침공에서 준비한 탄약의 30%가량을 소모한 상황이어서 히틀러의 참모들은 프랑스 침공을 서두르라는 히틀러 명령에도 불구하고 미지근한 태도로 일관했다. 일부는 아예 실패를 염두에 둔 말이 안 되는 작전을 건의하기도 했다.
영국과 프랑스 역시 전쟁 초기에는 독일을 자극하지 않으려고 많이 노력했다. 실제로 영국과 프랑스는 독일이 폴란드를 침공하고, 오스트리아를 병합할 때만 해도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였다. 1차 세계대전의 상처가 아물어 가는 시점에서 또 다른 전쟁의 참화를 겪지 않으려는 회피심리가 강하게 작용한 영향이 컸다.
이 때문인지 폴란드가 독일의 침공에 맞서 총동원령을 시도하자 히틀러를 자극할 우려가 있다며 영국과 프랑스가 반대하고 나설 정도였다. 프랑스는 표면적으로 독일이 폴란드를 침공하자 독일에 대한 선전포고와 함께 이른바 마지노선을 구축하며 독일의 침공에 대비했지만 설마 프랑스를 침공할까 하는 안일한 자세로 일관했다.
독일은 마지노선을 보란 듯이 무너뜨렸다. 네덜란드, 벨기에, 룩셈부르크를 차례로 침공하는 데도 성공했다. 영국군을 비롯해 유럽 전선에 포진해 있던 프랑스 벨기에 네덜란드 폴란드 소속 40만명의 연합군은 오갈 데 없는 신세가 되어 버렸다. 연합군은 밀려드는 독일군에 쫓기며 한곳으로 몰렸다. 그곳이 바로 프랑스와 벨기에의 접경지역인 덩케르크였다.
덩케르크는 파리로부터 240km 북쪽, 런던으로부터 180km 동쪽에 위치한 곳이다. 벨기에 국경에서는 14km 떨어진 지점에 있으며 도버 해협과 맞닿아 있는 지리적 요충지였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덩케르크는 2차 세계대전의 변곡점이 된 연합군 40만명에 대한 구출 작전을 그리고 있다. 기세 좋게 침공 작전을 거듭하던 독일군은 어찌 된 일인지 덩케르크를 코앞에 두고 행진을 멈췄다. 참모들은 덩케르크에 몰려 있는 수십만명의 연합군을 쓸어버릴 절호의 기회를 놓칠세라 히틀러에게 공격을 건의했지만 히틀러는 참모의 건의를 받아들이지 않고 진격을 멈출 것을 지시했다.
후에 알려진 바로는 히틀러는 영국과의 확전을 피하기 위해 대규모 영국군 살상이 뒤따를 덩케르크 공격을 머뭇거렸다고 한다.
천금 같은 기회를 잡은 영국은 연합군 철수작전을 실행에 옮겼다. 수송선은 물론, 동원가능한 배는 죄다 동원해 9일에 걸쳐 연합군 33만여명을 영국으로 탈출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 과정에서 사상자가 극히 적었던 것은 기적이나 다름없었다. 만약 독일군이 진격을 중단하지 않고 그대로 덩케르크를 공격했다면, 33만명 중 과연 얼마나 살아서 돌아갈 수 있었을지 상상만으로도 끔찍한 일이다.
영화는 덩케르크 철수 과정을 역사적 고증에 따라 충실하게 재현시켰다. 특히 영화 초반에 등장하는 나팔 사이렌 소리를 비롯해 전투함, 전투기 등 당시 사용되었던 실제 무기들이 대거 등장해 이 영화를 본 생존자들은 피플지와의 인터뷰에서 “당시로 돌아간 기분이었다”고 회상할 정도였다.
이런 섬세함 때문인지 영화는 개봉과 함께 호평이 이어졌다. 로튼토마토 92%가 이를 말해준다. 흥행에서도 큰 성공을 거뒀다. 1억달러를 투자해 전 세계적으로 7억달러에 가까운 수익을 올린 것이다.
저작권자 ⓒ 뉴스임팩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