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선·김동관 대리전 연상케한 HD현대중공업 가처분 심문

김앤장·광장·율촌 호화 변호인단 총출동… 1시간 동안 뜨거운 공방 펼쳐

이정희 승인 2023.09.09 09:39 | 최종 수정 2023.09.09 09:41 의견 0

서울중앙지법 청사.@출처=연합뉴스

[뉴스임팩트=이정희기자] 차기 호위함 사업 입찰에서 탈락한 HD현대중공업이 낸 가처분이 정기선 HD현대 사장과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간 자존심 싸움을 연상케 할 만큼 치열하게 치러졌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박범석 수석부장판사)는 우선 협상 대상자 지위 확인 가처분 심문기일을 지난 8일 열었다. 가처분은 법원에 어떤 행위를 임시로 요구하는 제도다.

채권자 HD현대중공업, 채무자 대한민국이다. 민사집행법상 가처분 신청자가 채권자, 상대방이 채무자다. 한화오션도 보조참가인으로 가처분에 참여했다.

방위사업청은 지난 7월 한화오션을 8000억원대 차기 호위함 사업의 우선 협상 대상자로 선정했다. 한화오션(91.8855점)이 HD현대중공업(91.7433점)을 미세한 차이로 앞질렀다.

호위함은 적 공격에 맞서 아군 선단이나 항공 모함을 보호하는 군함이다. 우선 협상 대상자는 입찰 참가 기업 가운데 가장 유리한 조건을 제시해 먼저 선발된 회사다. 우선 협상 대상자가 되면 일정 기간 경쟁사보다 먼저 발주처와 교섭할 수 있다.

HD현대중공업은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 군사 기밀 유출 재판의 1심 유죄 판결 때문에 감점 1.8점을 받아 한화오션보다 기술 점수가 높았는데도 차기 호위함 사업을 놓쳤다. 이를 받아들일 수 없었던 HD현대중공업은 법적 다툼을 택했다.

심문기일 때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대형 로펌의 변호사들이 대거 출석했다. HD현대중공업 측은 김앤장 법률사무소, 한화오션 측은 법무법인 광장과 율촌이 대리인을 맡았다.

HD현대중공업 대리인 가운데 백창훈 변호사는 사법연수원 13기 출신으로 롯데그룹, 효성그룹 재판을 포함한 여러 기업 소송에서 명성을 떨친 인물이다.

한화오션 대리인 중 성창호 변호사는 25기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뒤 1999년부터 24년간 법관으로 재직했다. 대법원장 비서실 부장판사,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서울남부지법 증권 전담 부장판사를 지냈다. 지난 2월 광장에 합류했다.

HD현대중공업 측은 방사청이 객관적 근거 없이 자신들을 차기 호위함 사업에서 배제했다고 지적했다. 한화오션 측은 HD현대중공업에 내려진 벌점 처분은 타당하다고 반박했다.

양측은 1시간이나 의견을 개진하며 한 치도 물러서지 않았다. 통상 가처분 심문이 아무리 길어봐야 30분 안팎에서 끝나는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으로 뜨거운 공방이 벌어진 셈이다.

재판부는 추가 발언 기회를 계속 요청하는 양측 대리인들을 중재하며 심문을 정리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오는 27일까지 양측 주장을 뒷받침할 서면을 받은 다음 내달 첫째 주에 결정을 내리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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