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민은행 대출우대금리추이@연합뉴스
[뉴스임팩트=최진우 전문위원] 꽤 오래전 얘기지만, 20세기말 유럽에서는 황화론(黃禍論·Yellow Peril)’이 유행했었다. 당시는 제국주의 일본이 황화론의 진원지였으나 지금은 중국이 ‘신 황화론’의 진앙지로 지목되고 있다.
중국경제가 심상치 않다는 소식이 끊이지 않는다. 올초 중국당국이 거의 3년을 고집했던 ‘제로코로나’ 정책을 폐기했을 때만 해도 중국경제가 본격적으로 회복할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리오프닝 효과는 반짝효과에 그쳤고, 상반기를 기점으로 본격적인 경기침체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중국경제는 현재 총체적인 난국에 봉착해 있다. 중국의 세관인 해관총서에 따르면 7월 중국의 수출은 전년 대비 14.5% 급락했다. 이는 시장의 예상치 12.5%를 크게 웃도는 것으로, 코로나 첫 해인 2020년 이후 최대폭 감소다. 특히 중국의 대미수출은 더 심각해 전년 대비 23.1% 급락했다.
그동안 내수와 부동산, 그리고 수출이 중국경제를 떠받치는 3대 버팀목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수출감소는 중국경제에 심각한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중국 대형 부동산 업체 비구이위안(碧桂園·컨트리가든)의 베이징 외곽 공사 현장 근처 차량에 "비구이위안 주택 구매자 권리 보호"라는 문구가 적힌 팻말이 놓여 있다@연합뉴스
다른 두 가지 역시 심각한 수준이다. 중국국가통계국은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대비 0.3% 하락했다고 발표했다. 중국 CPI가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2021년 2월 이후 처음이다. 그만큼 중국인들이 돈을 쓰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소비급감의 원인은 자명하다. 현재와 미래, 모두가 불확실해지면서 중국인들이 돈을 쓰기를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6월말 현재 중국인들은 6조7000억 달러라는 엄청난 규모의 돈을 그냥 은행에 묶어놓고 있다.
수출이 급감하고 내수시장이 꽁꽁 얼어붙고 있는 상황에서 부동산 시장 역시 위험수위에 놓여 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중국의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 컨트리가든(비구이위안)이 디폴트 위기에 빠졌다. 컨트리가든은 지난 7일 만기가 도래한 액면가 10억 달러 채권 2종에 대한 이자 2250만달러를 갚지 못했다. 컨트리가든이 오는 30일 이후에도 이자를 지불하지 못하면 최종 디폴트 처리된다.
컨트리가든외에 또다른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 시노오션(위안양) 역시 디폴트 위기에 직면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시노오션은 2024년 만기 2094만위안 채권에 대한 이자를 상환하지 못했고, 홍콩당국은 즉각 해당채권의 거래를 중지시켰다.
지난 4월 중국 충칭 취업 박람회@연합뉴스
이보다 앞서 올초 중국 초대형 부동산업체 헝다와 개발사 완다그룹이 디폴트를 선언했는데, 대형 개발업체들이 줄줄이 파산위기를 겪고 있는 것이다.중국인들은 재산의 대부분을 아파트와 주택 등 부동산에 투자해왔다. 투자신탁회사들 역시 투자자들로부터 돈을 받아 아파트와 대형 부동산 등에 투자했는데,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연쇄적으로 악영향을 받고 있다.
특히 수많은 중국인들이 아파트 등에 올인한 상황에서 부동산경기 침체가 닥쳤고, 이는 개인소비를 위축시키고 있고, 소비가 급감하면서 내수시장과 부동산시장이 연달아 침체에 빠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형성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들의 잇딴 위기로 여기에 투자한 부동산 신탁회사들이 연쇄적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발 제2의 리먼브라더스 사태가 터지는게 아니냐는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중국정부는 외신들의 이같은 우려에 대해 “헛소리”라며 중국경제가 여전히 건강하다고 강변하고 있지만, 돌아가는 사정을 종합해보면 중국정부의 호언장담은 허풍에 가깝다.
중국 상하이 증권거래소 모습@연합뉴스
중국경제가 심각한 위기에 빠진다면 한국은 어떻게 될까. 전문가들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불러온 리먼브라더스 사태의 악몽을 떠올리고 있다. 세계금융시장에서 미국의 영향력과 중국의 영향력은 확실히 차이가 있지만, 미국에 이어 세계 경제대국 2위에 올라있는 중국의 금융시스템에 금이 간다면, 한국경제에 미칠 영향이 결코 가볍지 않을 것이다.
2008년 금융위기 때 코스피 지수는 2007년 10월 2085포인트에서 1년 동안 줄기차게 급락해 2008년 10월 892포인트로 저점을 기록했다. 증시가 의미있는 반등을 시작한 것은 1년 6개월이 지난 2009년 3월이었다.
수출의 4분의 1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한국으로선 중국의 경제위기를 ‘강건너 불구경’으로 치부해서는 안될 것이다.
뉴스임팩트 최진우 wltrbriant65202@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