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은 어떻게 한국 사회 문제가 되었나?

서담 승인 2023.03.19 20:33 의견 0
사진=연합뉴스


[뉴스임팩트=서담 전문위원]드라마의 영향으로 학교 폭력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 동급생들 간의 학교 폭력뿐 아니라, 교사에 의한 학교 폭력도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학생들끼리의 폭력도 문제이지만, 과거 교사에 대한 학교 폭력은 심각했다. 사랑의 매라는 허울 좋은 이름으로 포장이 되어서 그렇지, 실상 교사들의 폭력은 학생들의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경우가 태반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교사들의 폭력은 대부분 별다른 문제 제기 없이 넘어갔고 학생들이 그런 부당한 체벌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경우도 없었다. 물론 교육차원에서 불가피하다고 생각해서 체벌을 가한 교사도 있었겠으나, 그런 교사의 인식 자체가 문제였다. 체벌로 교육효과를 기대하기란 불가능하다는 연구 결과는 수없이 많다.

따라서 과거 체벌은 다분히 교사들이 손쉬운 훈육 방법으로, 때로는 교사들 본인의 기분에 따라서 스트레스 해소성 측면도 있었다. 예전에는 학생들 사이의 폭력보다 교사들에 의한 폭력이 더 심각했을 수 있는데 다만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았을 뿐이다. 물론 이제는 시대가 변해서 교사들이 학생에게 체벌을 가하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시대가 되었으니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학생들 사이에 일어나는 폭력은 과거와 비할 수 없이 수위가 심각해진 듯하다. 학폭 때문에 전학을 가는 것은 이슈가 되지도 않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학생의 소식이 미디어에 자주 등장한다. 오래 전에도 물론 학생들 간 폭력이 있었으나, 작금에 문제가 되는 것처럼 특정한 학생에게 집단적으로 린치를 가하고 지속적으로 괴롭힘을 가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그렇다며 무엇이 학생들 간의 폭력 수위를 이렇게 높이고, 심각한 사회 문제로 부상하도록 만들었을까?

다양한 해석이 있을 수 있겠으나, 근본적으로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가 학교 폭력을 심각한 수위로 끌어올렸다고 보겠다. 모든 것을 입시에 맞춘 교육 시스템, 그리고 입시가 학생 개개인을 평가하는 기준이 된 어처구니없는 천박한 사회 구조는 학생들을 숨 막히게 하고, 약육강식과 철저한 자본주의 경제논리는 어린 학생들이 기본적으로 가져야 할 윤리의식을 무너뜨린 것은 아닐까.

화제가 된 드라마에서 잘 묘사되었듯이, 학교 폭력을 가하는 학생들은 돈 많고 권력 있는 사회 상류층 자제들이다. 이들에게 당하는 학생들은 어려운 가정 형편에 부모가 힘없고 돈 없고 무력하다. 심지어 자식에게 신경 써주기는커녕 돈과 권력에 자식을 팔아넘기기까지 한다. 학교의 선생도, 경찰도, 아무도 학폭을 당한 학생의 호소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오히려 힘 있는 가해자를 감싸고돈다.

대통령의 측근으로, 고위공직에 임명된 검사출신 변호사의 아들이 고교시절 학교 폭력을 일삼았다는 사실로 인해 임명된 지 하루도 되지 않아 낙마하는 사태가 일어났다. 드라마에 묘사된 학폭의 현실이 결코 심각한 과장이 아니고 현실은 더욱 심각하고 냉혹하다는 것을 만천하에 드러낸 케이스이다.

사회가 이러니, 학생들이 무엇을 배우고 있겠는가? 더구나 바로 그 검사출신 변호사의 아들은 학폭을 일삼으며 주위 학생들에게 자신의 아버지가 검사출신이라는 것을 내세우고 판사의 판결에 얼마든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떠들고 다녔다니, 우리나라 상류층 인사들의 인식과 가정교육의 실태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이런 사회에서 과연 학생들이 무엇을 보고 배우며 어떤 윤리 의식을 갖게 될지는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사회 정의를 구현해야 하는 공무원인 검사들의 인성이 이런 지경이니, 학폭의 근원적 문제를 어디서 찾아야 할지는 자명하다.

학폭을 다룬 드라마가 국제적 인기를 얻으며 미국의 유력 언론에서도 한국의 교육 현실에 대한 분석과 우려의 기사를 내보내고 있으니, K-드라마의 국제적 영향력을 기뻐해야 할지, 외국에서조차 한국 교육 현실을 우려하는 현상에 울어야 할지, 답답한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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