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의 문해력

서담 승인 2023.01.25 11:22 의견 0
사진=Pixabay 무료 컨텐츠


[뉴스임팩트=서담 전문위원]"하루, 이틀, 삼일, 사흘 일주일이 지나가." 어느 래퍼가 발표한 노래 가사이다. 사흘이 삼일과 같은 말인지 모르고 착각을 한 것일 테고 요즘 젊은 세대의 문해력 문제를 짚을때 단골로 등장하는 소재이다. 해당 래퍼가 음주운전과 운전자를 바꿔치기한 혐의로 유죄를 받았음에도 이후 다시 무면허 운전 사고를 내서 징역형을 살았고, 여당 유력 정치인의 아들이기에 더욱 문해력을 논할 때 단골로 등장하는 자극적인 소재가 된 것이기도 하다.

문해력에 관한 이런 사례는 최근 들어 특히 이슈가 되고 있다. "심심한 사과"를 드린다는 표현을 이해하지 못해 항의하는 사례도 있고, "설빔"이 무엇인지 전혀 감을 잡지 못해서 당황하는 사례도 있으며, 심지어 학교의 가정통신문에 쓰인 "중식 제공"에 대해 우리 아이는 중국 음식을 싫어한다고 항의한 학부모의 사례 등, 문해력에 관한 우려가 증가하고 있다.

디지털 세대인 MZ세대가 기존의 아날로그 시대의 문화를 이해하지 못해서 발생하는 문해력 문제도 있지만, 역으로 MZ세대들만의 특유한 어휘가 보편화된 온라인 사회에서는 기성 세대들의 문해력이 문제가 된다. 온라인에는 MZ력 테스트라는 설문이 있을 정도로, 이들의 언어는 기성세대의 언어와 이질감이 크다. "억텐" "오운완" "점메추" 와 같은 단어는 기존 세대가 이해할 수 없는 외계어에 가깝다. 각종 줄임말과 신조어가 자리 잡은 MZ 세대의 언어를 이해하지 못하는 기성세대는, 이들 세대와 소통의 문제가 발생할 수 밖에 없다. 젊은 세대의 문해력 문제와 마찬가지로 고민해야 할 사회 현상이다.

위의 사례들은 단어의 뜻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서 발생하는 문제이기에 비교적 해결책을 찾기에 수월한 문제이다. 단순한 어휘의 문제보다 훨씬 더 큰 문제는 디지털 미디어가 갖고 있는 특성에 기인한 근본적인 문제이다. 검증되지 않은 디지털 정보, 그리고 검증을 할 능력이 결여된 정보 소비자로 인해 발생하는 문해력의 문제가 더욱 심각한 문제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디지털 문해력의 문제가 매우 중요한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사실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디지털 시대의 미디어에는 검증되지 않은 온갖 정보가 홍수를 이루고 있다. 소위 가짜뉴스가 아무런 제재 없이 유포될 뿐 아니라, 팩트 체크가 되지 않고 진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레거시 미디어에서는 최소한 정보를 작성하고 유통하는데 있어서 사실 여부를 검증하고 게이트 키핑을 하는 장치가 있기에 비록 편향적인 정파성은 있을지언정 터무니없는 가짜 뉴스는 상당부분 걸러졌다. 그러나 디지털 시대에 접어들며 정보의 생산과 유통은 철저하게 상업적 이익에 기반을 둔 사업이 되었고 이에 따라서 정보의 객관성과 신뢰성은 끊임없이 추락하고 있다.

포털에 노출되는 각종 미디어 언론사의 기사는, 기사의 내용과 관계없이 얼마나 자극적인 제목으로 클릭수를 유도하느냐가 가장 중요한 덕목이 되었다. 유튜브와 같은 영상 플랫폼에서도 콘텐츠 내용과 관계없이 자극적이고 흥미를 유발하는 썸네일을 만드는 것이 보편적인 현상이다.

온라인 미디어를 접하는 수용자들은 대부분 가장 상위에 노출되는 정보를 무조건 신뢰하는 경향이 있다. 조회수가 가장 많거나, 검색에서 가장 먼저 나오는 정보를 진실이라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전혀 진실과는 거리가 먼 정보가 진실로 자리 잡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특히 전문가를 자처하는 사람들이 생산하고 유통하는 정보를 아무런 검증없이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큰 문제이다. 제대로 된 정보를 구별하고 이해하는 능력이 떨어지는, 디지털 문해력의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EBS 방송에서는 문해력 테스트 프로그램을 진행하였는데, 여기에서 사용된 몇 가지 테스트 문항을 보면 디지털 문해력을 갖추는 것이 만만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잘 보여준다.

1. SBI 성격 테스트는 세계 3대 소셜미디어 200만 명의 좋아요를 받아서 과학적 도구로 간주되고 있다.
2. 미국 FDA 식물 라벨링 규정에 의하면 음료 100ml 당 4 kcal 미만이면 0칼로리라고 표기할 수 있다.
3. AI 전문가 김성인 박사가 로마 여행 중에 관찰한 내용에 따르면, 고대 로마인들은 수학적 사고에 특히 강했다.
4. 나노 코스메틱스의 실험 결과는 자사 제품이 타사 제품에 비해 피부 미용에 유독 효과가 있음을 입증한다.

4개의 문항 중에서 2번을 제외한 모든 문항은 진실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들이다. 1번 문항을 보면, 소셜미디어 200만 명의 좋아요를 받았다고 해서 객관성이 입증된 것이 아니다. 소셜미디어는 과학적 증명을 하는 도구가 아니며, 소셜미디어의 좋아요가 객관적 팩트의 기준이 될 수 없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소셜미디어에서 많은 조회수를 기록한 내용을 진실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3번 문항은 전문가 1인의 주관적 관찰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그대로 사실로 받아들이면 안된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전문가의 의견에 무조건적인 신뢰를 보내는 경향이 있다. 4번 문항은 자사 제품을 타사 제품과 비교한 연구 결과이므로 전혀 객관성을 담보할 수 없는 것이기에 과학적 사실이 아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실험 결과"는 무조건적인 사실로 받아들인다.

2번 문항은 미국 FDA라는 공신력 있는 기관의 규정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 그러나 온라인에서 이 정보를 접했다면 과연 FDA 조항에 위의 조항이 정말 존재하는지 크로스체크를 할 필요가 있다. 공신력 있는 기관을 인용하며 "~에 의하면"이라고 했지만, 확인해보면 그 기관에는 그런 내용을 발표한 적이 전혀 없는 경우도 많다. 임의로 공신력 있는 기관을 언급하며 조작해낸 정보도 많다. 디지털 시대가 갖고 있는 맹점이며, 수용자들이 디지털 미디어의 콘텐츠에 대한 검증 필요성을 간과하는 경향이 많기에 발생하는 문제이다.

따라서 디지털 미디어 시대에 온라인에 넘쳐흐르는 수많은 정보에서 옥석을 가리는 능력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우리는 그런 능력, 즉 디지털 미디어 리터러시에 대한 경각심이 아직 매우 부족하다. 디지털 미디어 리터러시에 대한 교육이 강화되어야 하고, 공론화를 통해 대응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야 하는 이유이다. MZ 세대의 문해력 문제는 단순한 어휘의 문제를 넘어서 미디어 리터러시라는 보다 더 포괄적이고 사회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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