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민족 신화와 헤어질 결심을 해야

서담 승인 2023.01.16 17:41 의견 0
지난해 제청룡영화상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은 탕웨이 =KBS 유튜브 공개영상


[뉴스임팩트=서담 전문위원]영화감독들 중에 스타일리스트라는 별칭을 갖고 있는 감독들이 있다. 스타일리스트 감독의 영화는 전달하는 메시지가 그 감독만이 갖는 독특한 스타일로 전달된다는 특징이 있다. 즉 개성 강한 스타일 자체가 메시지가 된다.

"블루 벨벳"의 데이빗 린치, "블레이드 러너"의 리들리 스콧, "인정사정 볼 것 없다"의 이명세, "올드보이"의 박찬욱 감독 등이 개성 있는 자신만의 스타일을 구축한 감독들이다.

스타일리스트 감독 박찬욱은 이미 국제적으로 거장 반열에 올랐는데, 지난 칸영화제에서 "헤어질 결심"으로 감독상을 받았다. 이 영화 역시 그의 전작들처럼 특유의 분위기를 풍기는 영상미가 돋보이는 영화이다.

문학도 그렇고 영화도 그렇지만 일단 창작자의 손을 떠나면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은 독자의 몫이다. 헤어질 결심도 보는 사람에 따라 다양한 반응이 나올 수 있다. 범죄 미스터리를 떠올리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사랑 이야기로 받아들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미묘한 인간관계에 대한 통찰로 해석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극단적으로는 "외노자"의 부정적 이미지를 떠올리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영화에서 어떤 의미나 메시지를 찾기 보다는 영화 그 자체가 풍기는 박찬욱 특유의 분위기를 즐기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개인적으로 영화에서 다문화 사회로 진입한 한국 사회를 두드러지게 보았다. 탕웨이가 연기한 여주인공 송서래는 한국으로 밀입국한 중국인지만 한국 남자와 결혼하여 한국에 정착한 사람이다. 한국 영상물에 외국인이 등장한 것은 이미 꽤 되었지만, 주인공으로 캐스팅 된 경우는 거의 없었다.

탕웨이는 본인 자신이 한국 영화감독과 결혼한 중국 배우인데, 영화에서도 한국인과 결혼한 중국인 배역으로 출연하였으니, 한국이 다문화 사회가 되었음을 여러 가지 측면에서 입증하고 있다.

탕웨이가 연기한 송서래는 한국에 정착한 중국인이고, 한국말도 아직 서툴기에 종종 번역기를 사용하여 의사소통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여느 한국인과 다르다는 느낌보다 오히려 매우 한국인 같은 느낌을 준다. 한국어가 서툰 한국인을 당연한 한국인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만들어준다고 해야겠다.

아마도 그녀가 갖고 있는 복잡한 내면을 매우 잘 연기했기에 외형적으로 드러나는 외국인의 특징들, 예컨대 서툰 한국어와 종종 구사하는 중국어가 그리 중요하게 느껴지지 않고 넘어가게 된 것이 아닐까. 원인이야 어쨌건, 이 영화가 갖고 있는 미덕 중 하나가 바로 이점이 아닐까 한다. 한국에 정착한 외국출신 국민들을 자연스럽게 한국인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

지구상에 순수한 단일민족은 존재하지 않는다. 어떤 형태로건 다양한 피가 섞여있기 때문이다. 다만 한국은 오랜 기간 비교적 외부인의 유입이 없었고 문화적 동질성을 강하게 갖고 있기에 단일민족이라는 의식이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다.

따라서 "다른 것"에 대한 거부감이 심했다. 최근에 급격하게 증가하기 시작한 외국인의 유입은 한국인 특유의 동질성에 기반을 둔 감정으로 인해 쉽사리 다문화 사회를 인정하지 못하고 있었다. 차별대우와 혐오감을 드러내는 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는 종종 매스컴에 오르내린다.

따라서 그동안 한국영화에 등장하는 다문화인들의 모습은 유창한 한국어에도 불구하고 전형적인 주변인 소수자로서의 모습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런데 헤어질 결심에서 그런 틀이 깨졌다는 점에 주목하고, 그만큼 한국 사회의 인식이 변하고 있다는 증거인 듯 하여 긍정적이다.

물론 영화 한편이 한국 사회의 인식 변화의 바로미터를 제공하는 것은 아니다. 또한 영화에서 받은 느낌도 지극히 필자의 주관적 해석일 수도 있다. 그러나 한국 사회의 구성원이 급변하고 있다는 것은, 세계적으로 가장 낮은 출산율을 보이고 있고 외국인 노동자 인력이 없이는 경제가 지속되기 어려울 상황이니, 다문화 사회로 급격히 이행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단일민족 신화는 이제 더 이상 한국에서 발붙일 곳이 없다. 다문화, 다인종 국가의 현실을 인정하고 적응하는 것이 당연하다. 변화의 속도만큼 우리의 인식 전환도 빨라지기를 희망한다.

저작권자 ⓒ 뉴스임팩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