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우의 국제논단] 일본 북 타격 시나리오에 숨겨진 비밀

최진우 승인 2022.12.21 17:45 의견 0
일본 해상자위대 훈련모습=MBC뉴스 유튜브 영상캡쳐


[뉴스임팩트=최진우 전문위원] 제2차 세계대전의 전범국가 일본은 패망후 평화헌법을 통해 전쟁을 수행할 수 없는 국가로 바뀌게 된다.

미 군정하인 1946년 11월3일 기존 대일본제국헌법을 개정한 일본국헌법이 공포되고 1947년 5월3일 시행에 들어간 이후 일본은 헌법개정을 단 한번도 하지 않았다.일본국헌법은 전문과 11장 103개 조로 구성되어 있는데 제9조에 전쟁포기, 전력 불보유, 교전권 부인을 명시하고 있어 평화헌법으로 불리게 된다.

특히 9조 제1항은 “전쟁과 무력에 의한 위협 또는 무력의 행사는 국제분쟁을 해결하는 수단으로는 영구히 포기한다”고 되어 있고 제2항은 “전항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육해공군 그밖의 전력은 불보유, 국가의 교전권은 인정하지 않는다”고 명시되어 있어 사실상 일본을 전쟁을 수행할 수 없는 국가로 규정하고 있다.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일본이 이른바 평화헌법으로 불리는 일본국헌법을 개정해서 ‘전쟁을 할 수 없는 국가’에서 ‘전쟁을 할 수 있는 국가’로 바꾸려는 움직임 때문이다.평화헌법 제9조에 대한 개정 움직임은 지금은 고인이 된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정권을 차지했을 때 기승을 부렸다.

그는 재임기간 중 여러 차례 일본이 1947년 이후 일관되게 지켜온 평화헌법 제9조를 개정하려고 노력했던 인물이다. 평화헌법 제9조의 핵심은 전쟁포기이며 그에 기반한 일본의 방위개념이 전수방위다.

전수방위란 적이 일본을 무력으로 공격했을 때에만 비로소 방위력을 행사한다는 개념으로 그나마 보유하는 군사력도 방위에 필요한 최소한의 전력만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적을 공격할 수 있는 탄도미사일이나 전폭기는 전수방위 체제에서는 꿈도 꿀 수 없다.

그런데 이 평화헌법 제9조에 기반한 전수방위 개념을 폐기하고 전쟁을 할 수 있는 국가로 일본을 탈바꿈시키기 위해 아베는 정말 많은 노력을 했다. 전쟁이라면 끔찍이 싫어하는 일본인들의 전쟁 알레르기 때문에 아베의 시도는 번번히 실패로 돌아갔다.

수면 아래 가라앉았던 평화헌법 제9조와 전수방위 개념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지난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을 때다. 당시 일본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이유로 일본도 핵무장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득세했다. 이런 주장을 가장 먼저 들고 나온 인물이 아베였다.

당시 정치 일선에서 한 발 물러나 있던 아베는 핵무장론을 주장하면서 일본을 전쟁수행이 가능한 국가로 만들기 위한 여론전에 다시 불을 붙였다. 일본은 그동안 전수방위 개념을 기반으로 핵무기를 제조하지도, 보유하지도, 반입하지도 않겠다는 이른바 비핵화 3원칙을 고수해왔다. 그런 상황에서 핵무장을 하겠다는 아베의 주장은 기존의 방위개념을 송두리째 뜯어고치겠다는 선전포고나 다름없는 것이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적기지 공격 개념이다. 적기지 공격은 전쟁억지를 위해 선제타격이 가능하다는 개념이다. 전수방위 개념에서는 적 기지를 공격하는 것은 포기해야 한다. 그저 방위 차원에서 최소한의 전력을 보유하는데 그쳐야지 적의 기지를 타격하는 등의 행위는 평화헌법 취지에 전혀 맞지 않는 것이다.

적기지 공격 개념은 아베 시절에도 몇 차례 논란이 되었었다. 하지만 평화헌법 개정에 부정적인 일본인들의 여론을 감안한 아베는 국회 등 공식적인 자리에서 적기지 공격을 단 한번도 공개적으로 표명하지 않았다.

그런 금기를 깬 것은 기시다 후미오 총리다. 그는 작년 12월6일 개원한 임시국회 소신표명 연설에서 적기지 공격능력을 언급한 바 있다. 총리의 소신표명은 자신의 국정방침과 중점 과제를 밝히는 것인데, 일본총리가 소신표명 연설에서 적기지 공격능력을 언급한 것은 기시다가 처음이다.

기사다의 발언 이후 한동안 수면아래 잠복해 있던 적기지 공격능력이 다시 여론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기시다 정부가 지난 16일 사실상 북에 대한 선제공격이 가능하도록 ‘적기지 공격 능력 보유’를 외교·방위 정책 문서에 명기하면서부터다.

일본정부는 “일본이 공격을 당할 게 확실시되는 경우에만 반격 능력 행사를 규정한 만큼 반격 능력 보유가 헌법 및 국제법의 범위 내에서 전수방위 개념을 변경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기시다 또한 지난달 30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선제공격은 국제법 위반이며 있어서는 안 된다”며 선제공격으로 확대해석하는 것에 선을 그었다.

그렇지만 반격과 선제공격의 차이가 분명하지 않은데다, 일본이 공격을 당할 게 확실시된다고 자의적으로 판단하면 적기지를 공격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에 사실상 전수방위 개념의 폐기로 해석될 수 있는 것이다.

문제는 여론이다. 아베 때도 그랬지만 지금도 여론은 일본의 중무장에 동조하지 않는 사람이 동조하는 사람보다 훨씬 많다. 교도통신 여론조사에 따르면 방위력 강화를 위한 증세에 대해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64.9%로 ’지지한다‘(30.0%)보다 2배 이상 많았다. 또 방위비를 43조 엔으로 증액하는 방침에 대해서도 반대여론(53.6%)이 찬선여론(39.0%)을 크게 앞질렀다.

상황이 이런데도 일본 정부, 그리고 일본의 정치인들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전쟁 가능한 국가로의 변신을 위해 끊임없이 시도하고 또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계속되는 미사일 도발과, 이를 빌미로 전쟁할 수 있는 국가로 변신하겠다는 일본의 움직임은 한반도에 전쟁의 위험이 커지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뉴스임팩트 최진우 wltrbriant6520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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