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과 상식

서담 승인 2022.12.19 17:22 의견 0

윤석열 대통령 국정과제 점검회의 모습=KBS방송 유튜브공개영상 캡쳐


[뉴스임팩트=서담 전문위원]현 정부의 슬로건이 공정과 상식이다. 윤대통령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공정과 상식을 외치고 있다.

최근 일련의 사건을 보면 그가 외치는 공정과 상식은 본인 측근들에게는 전혀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지만, 어쨌거나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고, 검사 출신답게 "법치"도 자주 강조한다. 맞다. 법에 따라 공정하게 상식이 통하는 사회가 되어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대통령 영부인 김건희씨의 도이치모터 주가 조작사건의 재판이 진행 중인데, 재판장에서 검사가 증인 심문도중 본인 입으로 김건희씨가 직접 주식 매매 지시를 내렸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12월 5일자 이데일리 기사에 따르면 "주가조작 선수 김모씨가 김 여사 증권계좌를 관리하던 투자자문사 임원 민모씨에게 '매도하라고 하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내자 7초 만에 8만주의 주가 매도 주문이 김 여사 계좌에서 나왔다는 것이다. 검사는 증인으로 출석한 민씨에게 '김건희 여사가 직원에게 직접 전화해서 낸 주문이었다'는 사실을 확인하기도 했다."

이 기사에 따르면 검사가 재판정에서 김건희씨가 주가 조작에 직접 가담했다는 사실을 적시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일국의 영부인이 주가조작이라는 불법 행위에 능동적으로 가담했다는 것이니 그야말로 나라가 뒤집어질 사건이다. 여타 외국에서 발생한 일이라면 언론에서 난리가 날 사안이고, 정치권은 물론이고 국민 여론도 들끓고 있어야 할 사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실을 다루는 언론 기사는 찾아볼 수 없다. 언론도 조용하고 정치권도 조용하고 따라서 여론도 조용하다. 지방 대학의 표창장 위조 여부에 대해서 온 나라를 쑥대밭으로 만들었던 그 검찰은 이런 중차대한 사건에 대해 김건희씨를 소환 조사조차 하지 않고 있다. 관련자들이 모두 구속되었는데도 불구하고. 유일하게.

지난 정부에서 공정과 상식이 무너졌다며 그렇게 분노하며 2번에게 표를 던진 사람들도 이렇게 공정과 상식이 무너지고 법치가 유린되는 상황에 대해 아무런 반응도 없으니, 도대체 공정과 상식은 누구를 위한 것이었는지 의아하기만 하다.

검찰은 이미 누구를 위해 일을 하고 있는지 스스로 명백히 보여주고 있으니 아예 논의할 가치도 없고, 정치권의 반응이야 어차피 정치적 이해관계를 따지는 무리들이라 그렇다고 해도, 무엇보다 한심한 것은 언론이다. 이렇게 중차대한 문제에 대해 약속이라도 한 듯 입을 다물고 있다.

언론의 이런 태도는 정부가 특정 언론사를 타깃으로 탄압하고 있는 것을 목격하고도, 언론 자유를 지키기 위해 나서기는커녕 모두들 침묵하고 있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가장 깨어서 권력을 감시하고 비판해야 할 언론이 한국에서는 잘 길들여진 사냥개로 전락한 듯 보이니, 불행한 일이다.

2022년도 저물어 가는 시점에서, 이제 임기 시작하고 고작 반년을 조금 더 채운 대통령과 그 일가가 대한민국의 가장 큰 리스크처럼 보인다. 아집으로 똘똘 뭉쳐있고 공감 능력은 제로처럼 보이는 대통령과, 엉터리 논문과 경력 위조에 주가 조작 의혹까지 받고 있는 영부인은 세간의 표현으로 "영부인 놀이"에 몰두하고 있는 듯 보인다.

어이없는 참사를 당해 목숨을 잃은 꽃다운 청춘들을 단순 사고로 몰아간 것도 모자라 부검으로 마약 검사까지 하겠다고 나서는 몰상식에 기가 막힌데, 그 와중에 대통령은 월드컵에 출전한 축구선수들과 축구협회의 배당금 비중이 불공평하다며 축구선수를 알뜰히 챙기는 그 모습은 너무나 비현실적으로 보인다.

선택적 공정과 상식을 잘 실천하고 있는 현 정부의 행태에 대해 인터넷 댓글 창에는 "2찍(기호 2번을 찍은 사람들)들, 그럴 줄 모르고 찍었냐," "자업자득" 등의 비아냥이 넘쳐난다. 대통령 후보시절 발언한대로 의료보장은 축소되고 주 120시간 노동도 허용되는 사회가 되면 그들은 과연 누구를 위해 투표한 것인지 깨달을 수 있을까?

오늘도 어김없이 공정과 상식이 무너져 내리는 소식을 접하며, 앞으로 남은 세월이 그저 길게만 느껴지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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