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러시아 대통령=mbc뉴스 유튜브공개 영상캡쳐
[뉴스임팩트=최진우 전문위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지도 벌써 10개월이 다 되어 간다.현대전에서 전쟁비용은 상상을 초월한다.
미사일 하나 가격이 100만달러를 웃도는 것을 고려하면 하루 수십, 수백 발의 미사일을 쏴대는 러시아가 얼마나 비싼 전쟁의 대가를 치를지 충분히 짐작이 간다. CNN 등 외신들은 러시아가 지금까지 전쟁비용으로 900억달러(11조7000억원)를 소진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런데도 러시아는 아직 끄덕이 없는 것 같다. 석유와 천연가스 등 에너지를 팔아 거둬들이는 수익이 몇 갑절에 달하기 때문이다.러시아가 지난 2월말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서방은 러시아에 대한 금융제재 등 각종 제재 폭탄을 쏟아냈다. 하지만 석유와 천연가스에 대해서는 이렇다할 효과를 보지 못했다. 러시아에 대한 유럽의 에너지 의존도가 매우 높았기 때문이다.
더욱이 러시아는 개전 이후 석유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판매단가가 급증한데서 오는 반사이익을 톡톡히 누렸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한때 배럴당 120달러를 넘어섰고, 북해산 브렌트유는 150달러에 육박하면서 러시아산 원유 역시 전쟁 전보다 훨씬 높은 가격에 팔렸던 것이다.
러시아는 하루 원유생산량이 1000만 배럴에 달한다.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치고 세계 최대 원유생산국에 등극한지 오래다. 하루 1000만 배럴은 전세계 생산량의 10%를 차지하는 엄청난 규모다. 이 가운데 500만 배럴은 원유 그대로 수출하고 300만 배럴은 석유제품 등으로 정제해서 수출하곤 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서방의 각종 제재로 수출량은 20~30% 줄었지만 원유가격 상승으로 판매단가가 크게 올라 수출감소량을 상쇄하고도 오히려 더 이득을 봤다는 것이 정설이다.
블라디미르 푸티 러시아 대통령의 마르지 않는 돈줄, 에너지 판매비용을 통해 막대한 전쟁비용을 충당하는 구조가 지속되면서 전쟁은 쉽게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러자 서방은 푸틴의 돈줄 차단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러시아산 원유에 대해 기존에 없던 가격상한제를 덧씌워 러시아가 원유가격 상승으로 인한 혜택을 보지 못하도록 행동에 나선 것이다.러시아산 석유가격에 매겨진 상한액은 배럴당 60달러다. 현재 WTI가 배럴당 81달러, 북해산 브렌트유가 배럴당 86달러에 거래되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가격을 30% 가량 후려쳐서 사주겠다는 전략이다.
러시아는 원유와 천연가스 등 에너지 수출만으로 연간 2000억달러(260조원)에 달하는 수익을 거두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러시아 연간 예산의 45%에 달한다. 수출물량이 전쟁 전에 비해 줄어든 상황에서 가격까지 후려친다면 러시아로서는 눈뜨고 수백억 달러의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서방이 러시아산 석유가격에 기존에 없던 가격상한제를 적용키로 한 것은 푸틴의 돈줄을 막아 궁극적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에 들어가는 전쟁비용 조달을 어렵게 해서 전쟁을 조기에 끝내겠다는 심산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러시아가 전쟁을 예상보다 길게 끌고 가는 데는 전쟁으로 높아진 석유가격 혜택을 보겠다는 속셈도 숨겨져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석유가격이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러시아는 전쟁을 더 오래, 더 길게 끌고갈 이유가 충분하다는 지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서방의 가격상한제는 러시아의 허를 찌르는 강수로 해석된다. 러시아는 즉각 반발에 나섰다. 알렉산드르 노박 러시아 부총리는 가격상한제 소식이 전해진 직후 타스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가격상한제는 자유 무역의 원칙을 어기는 간섭 행위이며 공급 부족을 촉발해 세계 에너지 시장을 불안정하게 만들 것”이라고 강한 어조로 서방 조치를 공격했다.
물론 러시아에는 또 다른 믿는 구석이 있다. 바로 서방의 제재에 동참하지 않는 중국과 인도 등 원유수요국에 몰래 원유와 천연가스 등을 팔아치우는 것이다. 이른바 그림자 군단으로 불리는 이들 국가들은 전쟁 초기부터 지금까지 시중가격보다 훨씬 싼 값에 러시아산 원유를 대량으로 사들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런 그림자 군단이 존재하는 한, 서방의 러시아산 원유 제재는 실효성을 잃어버릴지 모른다. 지금까지 수많은 제재 폭탄에도 러시아가 흔들림없이 전쟁을 수행하고 있는 것은 중국과 인도 등의 보이지 않는 도움이 큰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해석된다.
그럼에도 이번 가격상한제는 푸틴의 돈줄, 그 중에서도 뇌관이랄 수 있는 러시아산 원유를 정조준했다는 점에서 향후 파장이 작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유럽은 전쟁 초기 우왕좌왕했던 것과 다르게 최근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도를 급격하게 떨어뜨리는 데 성공했다. 특히 최근에는 해상을 통한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제재 조치도 단행하기 시작했다.
가장 의존도가 높은 천연가스 수요도 지난 5년 평균에 비해 24% 가량 줄였다. 러시아산 천연가스 수입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줄이겠다는 것이 유럽의 각오다. 더욱이 날씨까지 포근해 천연가스 수요가 감소하고 있는 것도 유럽의 전략에 보탬이 되고 있다.
세계적 왕따로 몰리면서도 에너지를 팔아서 벌어들인 돈을 갖고 불곰처럼 끈기있게 전쟁을 지속하고 있는 푸틴의 돈줄이 이번에는 정말로 마를지 궁금하다.
뉴스임팩트 최진우 wltrbriant65202@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