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우의 국제논단] 시진핑 시대 중국공산당 3대 파벌의 운명

뉴스임팩트 승인 2022.10.25 10:59 의견 0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3기 상무위원을 발표하고 있다=ytn뉴스 유튜브 영상캡쳐


[뉴스임팩트=최진우 전문위원] 개인의 사상, 성분은 물론, 조상의 조상까지 뒤지는 중국 공산당에는 3대 파벌이 있다.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 태자당, 상하이방이 그것이다.

이 중에서 가장 역사가 오래된 것은 공청단이다. 마오쩌둥이 중국을 장악하기 훨씬 이전인 1920년부터 시작됐으니 10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한다. 공청단은 1920년 중국사회주의청년단이라는 이름으로 설립해서 2년뒤인 1922년 중국 공산당 지도하에 열린 제1차 전국대표대회에서 정식 조직으로 인정받았다.

공청단은 무엇보다 개인의 능력이 매우 중시된다. 내세울 연줄도 없고, 집안 조상이 공산당에 기여한 것이 없는 사람들도 능력만 출중하면 공청단을 거쳐 입신양명이 가능했다.

대표적인 인물이 1980년대 덩샤오핑의 후계자로 꼽히며 주석까지 올랐던 후야오방이다. 그는 온건한 개혁을 꿈꿨지만 학생시위를 제대로 막지 못했다는 이유로 덩샤오핑에게 팽을 당하고 주석직에서 사임한 후 심장마비로 생을 마감했다. 아이러니하게 그의 죽음이후 중국대학생들은 그를 기리는 모임을 시작했고 이것이 그 유명한 1989년 6.4항쟁의 시작이었다.

후야오방이 실권을 쥐고 있던 시절 많은 인재를 발탁했다. 그 중에는 후에 공청단을 이끌게되는 후진타오(전 국가주석)와 원자바오(전 총리)를 비롯해 상하이방 주룽지(전 총리) 등이 포함되어 있다.

공청단 출신 중에는 후진타오, 원자바오를 비롯해 리커창(전 총리), 후춘화(전 부총리) 등이 손꼽힌다. 특히 후춘화는 언제가될지 모르겠지만 시진핑 이후 실권을 잡을 가능성이 가장 높은 인물로 지목되고 있다.

공청단이 개인의 능력에 기반한 등용문이라고 한다면, 그 반대되는 개념의 파벌이 태자당이다. 태자당은 공식 단체는 아니며 공산당 내 고위층 자녀들을 일컬을 때 쓰이는 용어다.

대표적인 인물은 덩샤오핑의 자녀인 덩푸팡(장남), 덩린(장녀), 덩룽(3녀), 덩즈팡(막내), 저우언라이 양자인 리펑, 보이보의 아들 보시라이(전 충칭시 당서기), 시중쉰 전 부총리의 아들이자 현 국가주석 시진핑, 양상쿤 전 국가주석의 아들 양사오밍, 예젠잉 전 부주석 아들인 예쉬엔핑, 왕전 전 국가부주석 아들인 왕쥔, 야오이린 전 상무부총리의 사위 왕치산 등이 있다.

이들은 부친이 마오쩌둥과 함께 대장정에 참여했거나 중국 인민공화국 건국에 기여한 바가 커서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그야말로 강력한 뒷배경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다.

공청단이 개인의 능력에 힘입어 입신양명했다고 한다면 태자당 출신은 조상을 잘 둔 덕분에 출세한 케이스이다. 태자당의 상징이랄 수 있는 시진핑이 현재 중국공산당 권력을 모두 거머쥐었으니까 어찌보면 중국공산당 3대 파벌 중 지금 가장 잘 나간다고 할 수 있다.

마지막 파벌은 상하이방이다. 상하이방 역시 태자당과 마찬가지로 특별한 조직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며, 고위간부 중 장쩌민 전 국가주석(상하이 당서기 출신) 측근들을 가리키는 말이다.

상하이방의 시작은 장쩌민 전 국가주석이다. 1989년 후야오방 사망을 계기로 들불처럼 번진 학생들의 민주화 요구는 결국 텐안먼 사건으로 이어졌고, 당시 인민군을 동원한 무력진압이후 덩샤오핑의 깜짝발탁으로 상하이시 당서기에서 일약 중앙무대로 진입한 장쩌민은 텐안먼 시위이후 상황을 정리하며 덩샤오핑의 총애를 받았다.

중앙무대에서 아무런 연줄이 없었던 장쩌민은 덩샤오핑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1993년 국가주석에 오르자 자신과 인연이 있는 상하이시 행정당국 출신들을 중앙무대로 대거 끌어들였고 이를 계기로 상하이방이라는 비공식 파벌이 생겨난 것이다.

주요 인사로는 우방궈, 자칭린, 청징훙, 황쥐, 리창춘, 우관정, 류치, 저우융캉, 류윈산, 화젠민, 천즈리, 천량위 등이 꼽히는데, 장쩌민의 퇴각과 함께 상하이방은 그 영향력이 급속도로 줄어들었다.

지난 16일 열린 제20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는 시진핑의 3연임 확정과 함께 공산당 내 3대 파벌의 부침을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상하이방의 원톱이자 최대원로인 장쩌민은 시진핑의 초청에도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공청단의 원로 후진타오는 당대회에는 참석했지만 회의 말미에 경호원의 부축을 받으며 퇴장하는 쓸쓸한 모습을 연출했다.

그렇다고 태자당이 모든 권력을 쥐게된 것은 아니다. 당 대회 폐막 이후 공개된 중앙위원 명단에 19기 중앙위원회에서 권력서열 2, 3, 4위였던 리커창 총리와 리잔수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 왕양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을 비롯해 6위 한정 부총리가 빠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시진핑 2기를 뒷받침했던 인물 중 4명이 뒷전으로 밀렸는데, 아직 후임이 발표되지 않은 그 자리에는 시진핑 측근들로 채워질 것으로 알려졌다.

시진핑은 앞서 같은 태자당 출신이면서 자신보다 더 먼저 유명세를 떨친 보시라이를 부정부패 혐의로 감옥에 집어넣었고 상하이방의 거두 저우융캉에 대해서는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이번에는 상하이방을 모두 뒷전으로 밀어냈고 공청단 중에는 잠재적 경쟁자로 꼽히는 후춘화 부총리를 일단 중앙위원 명단에 포함시켰지만 대부분의 핵심 요직은 자신의 측근들로 채웠거나 앞으로 채울 것으로 예상된다.

내부의 비판에도 3연임에 성공한 시진핑은 향후 권력유지를 위해 측근정치를 더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공산당 내 3대 파벌 중 공청단과 상하이방을 사실상 무력화시킨 시진핑은 자신이 속한 태자당을 중요시하기 보다는 자신에게 충성을 하느냐, 충성을 한다면 얼마나 충성하느냐를 기준으로 요직에 발탁할 것이 분명해 보인다.

결국 그동안 공산당내 세력균형을 이뤘던 3대 파벌은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이고, 시진핑의 사람들이 득세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된다면 2022년 10월 당대회는 시진핑파라는 새로운 개념의 파벌이 공산당의 주류로 떠오르는 시발점으로 기록될 것이다.

뉴스임팩트 최진우 wltrbriant6520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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