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우의 국제논단] 지구상 유일 신정국가 이란과 히잡 살인

최진우 승인 2022.10.17 18:39 의견 0
이란여성의 시위모습=mbc뉴스 유튜브 영상 캡쳐


[뉴스임팩트=최진우 전문위원] 이란의 공식 국호는 이란이슬람공화국이다. 영어로 ‘Islamic Republic of Iran’으로 표기한다.

공화국은 주권을 지닌 국민이 직접 혹은 간접선거를 통해 대표자를 뽑는 국가 방식이다. 국민의 손으로 임기가 정해진 대표자를 선출하는 것은 모든 민주주의 국가의 기본 방식이다.

그런데, 이란 국명을 보면 공화국 앞에 이슬람(회교)이라는 단어가 붙어있다. 이슬람은 신이 통치하는 국가 형태이다. 국가이름은 신과 인간이 공존하는 것처럼 지었지만, 공화국은 형식일 뿐, 이슬람 율법 샤리아로 통치하는 지구상 유일의 신정국가가 이란의 본질이다.

이란은 과거 팔라비 왕조 시절에 백색혁명을 계기로 여성이 참정권, 교육권을 얻고 사회진출도 하며 서구문화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팔라비 왕조는 부패했고, 결국 1979년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와 그 추종세력이 혁명을 일으켜 팔라비를 쫓아내고 사실상의 신정국가를 만들었다.

이란은 혁명을 계기로 곧바로 미국의 적대국가가 되었다. 테헤란주재 미국대사관 직원들을 인질로 잡고 무려 444일동안 억류했다. 결국 팔라비 왕조가 미국안에 숨겨두었던 재산을 환수하는 조건으로 인질을 풀어줬지만 미국과의 악연은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정교분리가 안 되어있는 이란은 대통령보다는 종교지도자가 힘이 더 세다. 대통령이나 종교지도자 모두 이슬람 율법을 통치의 기본수단으로 쓰고 있기 때문에 자국민은 물론 외국인과 소수민족, 심지어 다른 종교를 믿는 여성에게까지 히잡 등 이슬람 복식을 강요한다.

특히 공공장소에서 히잡 규칙을 엄격하게 적용하기 위해 도덕경찰까지 두고 있는데, 시도때도 없이 몽둥이질을 해대는 도덕경찰들의 갑질은 악명을 떨친지 오래다.
도덕경찰의 행패는 결국 시골에서 수도 테헤란 관광을 위해 올라온 한 여성을 죽음으로 몰아넣으며 사단이 벌어졌다.

이란 서부 쿠르디스탄에서 살던 마흐사 아미니(22)는 가족과 함께 여행중 히잡으로 머리카락을 단정하게 가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테헤란의 한 지하철역 밖에서 도덕 경찰에게 체포됐다. 체포후 3일만에 혼수상태에 빠진 그녀는 끝내 숨을 거뒀다.

경찰은 심장마비라고 사인을 밝혔지만 이를 믿는 사람은 없었다. 다들 고문으로 숨졌을 것으로 추정했다. 급기야 히잡 의문사에서 시작된 반정부 시위는 한달 이상 계속되며 이란사회를 들끓게하고 있다.

시위는 20대 여성들에서 지금은 성별과 나이, 직업에 상관없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생명과 자유를 외치던 구호는 ‘독재자에게 죽음을’로 바뀌었다. 미국과 캐나다 영국, 프랑스 등 다른 많은 나라에서도 히잡 살인을 규탄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미국은 히잡 의문사와 직접 관련이 있는 도덕경찰들을 제재리스트에 올려놓았다.

시위가 어떻게 진행될지, 그 끝은 어떻게 마무리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란정부는 시위가 거세지자 거칠게 시위를 진압하고 있다. 시위진압 과정에서 이미 201명이 숨졌고, 더 많은 희생자가 나올 것은 분명해 보인다. 시위진압에 나서고 있는 이란 혁명수비대는 반정부 시위의 배후가 있다며 조만간 이들 배후세력에 대한 대대적인 탄압을 예고했다.

이란에서는 이슬람 혁명이후 세 차례의 대규모 시위가 있었다. 2009년 대통령 부정선거에 대한 항의 시위가 있었고, 2017년과 2019년에는 경제정책 실패 항의 시위와 휘발유 가격 폭등 항의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세 차례 모두 이란정부의 무자비하게 진압에 용두사미꼴로 끝났다.

이번 시위도 앞선 세 차례의 시위처럼 결국은 진압될 것이라는 전망이 현재로선 우세하다. 이란의 혁명수비대는 여전히 충성심 강한 군대조직이며, 필요하다면 무력진압도 불사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시위의 배경이 단순히 히잡 살인 때문만은 아니며, 미국이 주도하는 경제제재로 인해 오랜 기간 이어져온 경제난과 빈부격차 등 양극화에 따른 불만이 누적된 것이라는 점에서 시위의 방향과 양상이 어떻게 바뀔지는 미지수이다.

1979년 호메이니가 정권을 잡았을 때 힘이 되어준 학생세력들이 지금은 정부를 향해 주먹을 흔들고 있다는 것도 이란정부에는 악재다. 꿈도 희망도 없어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다는 극단적인 상실감이 젊은층을 거리로 내몰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란의 필수산업인 에너지업계 종사자들이 파업을 선언하고 시위에 동참하는 것이나 이란 축구국가 대표팀 선수들이 유니폼 위에 검은색 재킷을 잎어 국기를 가리는 돌발행위를 보여준 것도 시위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로부터 지지를 얻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시위 과정에서 이란혁명이후 43년을 인내하고 참아왔지만 결국 돌아온 것은 가난 뿐이라는 구호가 터져나오는 것은 시위가 혁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단초를 제공하고 있다.

혁명으로 세워진 이슬람 국가 이란이 혁명으로 무너질 수 있을까. 그러자면 군대가 움직여야 하는데, 현재로선 가능성이 커 보이지는 않는다. 다만 만약 시위가 갈수록 확산되어 희생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면 군부 내부에서 균열이 일어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이슬람 정권을 떠받치는 절대적 힘이 되고 있는 군부의 균열은 신정국가 이란의 미래를 혼돈, 그 자체로 몰아넣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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