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우의 국제논단] 푸틴 조연으로 밀어내고 주연으로 등극한 시진핑

최진우 승인 2022.08.09 10:48 의견 0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가운데)=ytn뉴스 유튜브영상캡쳐


[뉴스임팩트=최진우 전문위원] 미국이 다시 2개의 전쟁 가능성에 직면하게 됐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맞서 러시아 포위작전을 펼쳐온 미국은 이제 대만을 겨냥해 위험한 불장난을 시작한 중국까지 상대해야 할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이다.

사실 미국이 2개의 전쟁을 수행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 오히려 2개의 전쟁 개념은 미국이 악의 제국이었던 독일과 일본을 동시에 상대했던 2차 세계대전 당시부터 유지해온 매우 오래된 전략이다.

아버지 조지 부시 행정부 시절부터 미국의 대외전략으로 확고하게 자리잡은 2개의 전쟁 개념은 2개 핵심지역에서 동시에 전쟁이 발생할 경우 미국은 한 곳에서 벌어지는 전쟁을 확실하게 승리하고, 동시에 다른 곳에서 벌어지는 전쟁에 대해서도 이길 수 있는 윈홀드윈(win-hold-win) 역량을 확보하는데 주력해왔다.

이런 대외정책은 민주당 빌 클린턴 행정부 때는 한단계 더 진화해 2개의 전쟁 모두를 확실하게 이긴다는 윈윈(win-win) 전략으로 발전했다.2개의 전쟁 개념을 공식적으로 포기한 것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결정이었다.

오바마는 국방비 부담을 덜기 위해 협상과 평화라는 다소 모호한 개념을 들고 나왔다. 힘 있는 미국이 군사력이 아닌, 평화협상과 중재를 통해 분쟁을 해결할 수 있다는 이 정책은 사실은 국방비를 줄여서라도 미국의 경제위기를 벗어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오바마에 이어 정권을 잡은 사업가 출신의 도널드 트럼프는 한술 더떠 미국이 천문학적인 방위비를 홀로 부담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유럽과 일본, 한국을 겨냥해 미군주둔에 따른 분담금을 더 내놓으라고 으름장을 놓으면서 아예 1개의 전쟁도 떠안지 않겠다는 속셈을 노골화했다.

오바마 행정부 이후 사실상 폐기되다시피 했던 미국의 2개의 전쟁 개념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중국의 대만해협 포위를 계기로 다시 부활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고 한동안 세계의 관심은 블라디미르 푸틴에게 쏠렸었다. 중국 시진핑은 서방의 제재를 피해 푸틴을 몰래 돕는 조연 역할을 했지만 이제는 시진핑이 푸틴을 몰아내고 주연 자리를 차지한 꼴이 됐다.

시진핑은 오는 10월말 열릴 예정인 제20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에서 3연임을 앞두고 있다. 마오쩌둥 이후 장기집권에 성공한 중국지도자가 없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시진핑의 3연임은 사실상 황제 자리에 오로는 대관식이나 다름없다.

모든 게 순조로워 보였던 시진핑의 3연임은 코로나19 발생에 따른 중국의 무지막지한 대응책 때문에 위기를 맞고 있다. 이른바 제로 코로나 정책을 앞세워 중국은 확진자가 발생한 지역에 대해서는 그것이 대도시건, 소도시건 무차별적으로 봉쇄하고 전수검사를 통해 감염확산을 막는 정책을 수년째 고수하고 있다.

최근에는 카지노 도시 마카오에서 확진자가 발생하자 예고도 없이 갑작스럽게 도시 전체를 봉쇄해 카지노에서 게임을 하다가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수천명의 사람들이 카지노에 갇히는 일이 발생했는가 하면 중국의 대표적인 관광지 하이난에서도 코로나19가 확산되자 섬 자체를 아예 봉쇄해 관광객 8만명을 옴짝달싹 못하게 섬에 묶어두는 무지막지한 방역정책을 펼쳐 관광객들이 집단항의하는 사태를 야기했다.

중국 같은 공산주의 국가에서 항의가 무슨 소용이 있겠냐만은 이런 일련의 봉쇄정책은 중국인들을 지치게 하고 경제마저 멍들게 하면서 중국 내부의 불만은 커져만 가고 있다.뉴스통제로 잘 드러나지 않아서 그렇지 중국 대도시 곳곳에서 무조건 막고 보는 제로 코로나 정책에 항의하는 중국인들이 늘고 있는 것은 더 이상 비밀도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은 한편으로는 코로나19로 인해 코너에 몰린 시진핑에게 좋은 탈출구를 제공했다고 할 수 있다. 무릎을 치며 속으로 쾌재를 불렀을 시진핑은 이를 계기로 대만해협을 봉쇄하는 군사훈련을 통해 긴장감을 최고조로 끌어올리며 내부 결속을 다지려고 마음먹은 듯 하다.

내부여론이 좋지 않을 때 전쟁 등을 통해 관심을 외부로 돌리는 수법은 모든 독재자들이 애용하는 고전적인 수법이다. 시진핑 역시 대만을 둘러싼 갈등을 지속적으로 끌어올려 미국에 대한 중국인들의 증오를 증폭시켜 오는 10월말 열리는 제20차 당대회 때까지 국내여론을 관리하는 방법을 쓸 가능성이 농후해졌다.

실제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는 시나리오는 현실성이 떨어진다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아예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조 바이든 행정부는 유럽에선 푸틴을 상대하는 한편, 아시아에선 시진핑을 상대해야 하는 상황을 맞이하게 됐다.

바이든은 이미 러시아에 대한 각종 제재폭탄을 퍼부었을 당시 시진핑이 곤경에 처한 푸틴을 도울 가능성에 대비해 중국이 러시아를 돕는다면 중국에 대해서도 가차없는 규제를 가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바이든이 푸틴을 압박하면서 시진핑을 겨냥해 강한 경고를 던진 것은 미국이 러시아와 중국을 동시에 상대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드러낸 것이었지만 실제로 중국까지 도발을 감행한다면 2개의 전선을 동시에 수행하는 어려운 처지에 놓일 수 있다.

물론 바이든 역시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약한 지도자 인상을 심어줄 생각은 눈꼽만큼도 없을 것으로 보인다. 중간선거 패배는 곧바로 레임덕을 초래할 것이 뻔하기 때문에 바이든도 물러설 수 없는 노릇이다.

결국 지금으로선 강대강 대결 가능성이 매우 높다. 물론 강대강 대결이 끝까지 지속되기 보다는 시진핑이 3연임에 성공하고, 바이든이 중간선거에서 이길 경우 극적인 분위기 반전도 예상할 수 있다.

뉴스임팩트 최진우 wltrbriant6520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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