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우의 국제논단] 표트르 대제가 무덤에서 통곡할 모스크바호 피격

1만1500t, 길이 187m, 폭 21m 500명 탑승

최진우 승인 2022.04.18 10:11 | 최종 수정 2022.04.18 10:14 의견 0
우크라이나 군의 대함미사일 넵튠에의해 격침된 걸로 알려진 러시아 해군의 흑해기함 모스크바함 =ytn뉴스 영상캡쳐


[뉴스임팩트=최진우 전문위원] 러시아의 역사에서 표트르 대제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오죽하면 역사가들은 표트르 대제 이전과 이후의 러시아와 완전히 다른 국가라고 평가하고 있다.

로마노프 왕조의 제4대 차르이자 러시아 제국의 초대 황제인 표트르 대제는 수많은 업적을 남겼지만 무엇보다 러시아 해군을 건설한 인물로 유명하다. 내륙에 갇혀있던 러시아를 해군대국으로 우뚝 서게 한 토대를 만들었으며 변방에 머물렀던 러시아를 정치적 강국으로 만든 인물이다.

표트르 대제가 러시아 해군 발전에 얼마나 많은 공을 들였는지는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는 그의 동상 모습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그의 동상은 배를 만드는 작업을 형상화하고 있다.

그가 해군력에 매달리게 된 계기는 러시아의 지정학적 위치 때문이었다. 표트르가 황제에 즉위할 당시 러시아는 기본적으로 대륙국가였다. 바다 진출은 위로는 스웨덴에 막혀 있었고, 밑으로는 오스만투르크 조공국이었던 크림 칸국에 발목이 잡혀 있었다.

변변한 부동항조차 없던 러시아의 흑해 진출을 위해 그는 12만명의 대군을 이끌고 아조프를 공격했지만 오스만 연합군에 의해 무참히 패배했다. 표트르는 패전의 원인을 해군력 부재라고 판단하고 이때부터 군함 건설에 모든 것을 걸었다.

그는 조선업 기술을 먼저 배우는 것이 시급하다고 판단해서 직접 사절단을 이끌고 해양강국이었던 네덜란드에서 배 만드는 기술을 익혔다. 직접 연장을 들고 배를 만든 그는 네덜란드 조선소로부터 조선업과 관련한 많은 기술을 배울 수 있었다.

이후 영국과 라트비아, 독일까지 17개월에 걸친 해외순방을 마치고 돌아온 그는 1704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아드미랄티 조선소를 건설해 이를 통해 수많은 함선들을 건조했다. 이를 토대로 스웨덴과의 전쟁에서 승리해 발트해에 항구를 마련했고, 오스만 제국으로부터 아조프를 빼앗아 흑해에 부동항을 건설했다.

막강한 해군을 앞세워 승승장구하던 그의 존재는 당시 세계 최강 영국마저 두려워할 정도였다고 하니 표트르 대제가 일군 러시아 해군이 얼마나 강했는지 짐작케 한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을 당시 세계의 많은 언론들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공격을 버틸 수 있을지 회의적이었다. 단기간에 우크라이나의 패배로 전쟁이 조기종료될 것을 점쳤던 언론들이 많았다. 특히 흑해를 통한 러시아의 막강 해군을 동원해 공격에 나서게 되면 우크라이나가 속수무책으로 당할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모두의 예상을 깨고 우크라이나는 군사력에서 절대적 우위라는 러시아의 공격을 50일 이상 잘 막고 있다. 미사일 공격에 취약점을 드러내고 있지만 다른 부분에서는 러시아와 거의 대등한 공격을 펼치고 있어 세계 군사전문가들을 놀라게 했다.

무엇보다 러시아가 갖고 있는 제공권의 우위와 해군의 우위가 막상 전쟁이 터지고 나서 제대로 먹히지 않고 있다는 점은 미스테리로 꼽힐 정도다.특히 러시아 해군의 자존심으로 불리는 모스크바호가 우크라이나 군의 공격을 받고 큰 타격을 입자 전세계 언론들은 긴급 속보로 이를 타전하기도 했다.

외신에 보도된 영상을 보면 흑해함대의 지휘함인 모스크바호에서 불길이 치솟았고 폭발과 화재로 큰 손상을 입었다. 러시아가 긴급 예인에 나섰지만 예인되던 도중 결국 바닷속으로 가라앉고 말았다.

우크라이나 남부사령관인 블라디슬로프 나자로브는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흑해 작전 지역에서 대함 미사일 넵튠이 순양함 모스크바를 타격했다”면서 “폭풍과 강력한 탄약 폭발로 순양함이 전복되고 가라앉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러시아군은 모스크바호의 침몰 사실에 대해서는 인정하면서도 피격이 아닌, 탄약폭발사고로 가라앉은 것이라며 피격사실을 극구 부인했다.하지만 모스크바호 침몰 이후 러시아가 수도 키이우를 비롯해 우크라이나 전역에 대한 미사일 공세를 대폭 강화하고 나서면서 러시아가 모스크바호 침몰에 따른 보복조치에 돌입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특히 모스크바호 침몰 직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외곽의 바실키우 지역을 대대적으로 공격한 것이 유독 눈에 띈다. 바실키우 지역은 넵튠 미사일 제조공장이 있는 지역이어서 모스크바호를 침몰시킨 대함 미사일 넵튠 생산공장을 파괴하려고 러시아가 작심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모스크바호는 배수량 1만1500t, 길이 187m, 폭 21m의 크기에 승무원 500명이 탑승할 수 있고 사거리 700km 이상의 불칸 미사일 10여기를 탑재한 러시아 해군의 자존심이자, 흑해함대의 핵심 전력이었다.

지난 1월 미국잡지 포브스는 “이 전함 한 척에 실린 대함 미사일 무장만으로 우크라이나 해군 전체 전력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화력”이라고 지적할만큼 러시아 해군에서는 절대적 위상을 자랑했다.

그런 모스크바호가 우크라이나의 주장대로 대함 미사일 넵튠에 의한 피격으로 침몰했다면 러시아로서는 자존심에 금이 가는 정도에 그치는게 아니라, 군사적으로도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이미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작전 능력에서 많은 허점을 노출하며 민간인에 대한 보복공격으로 전세계적인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 군사 작전 도중에 사망하는 전사자가 늘어나면서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군사력을 가진 러시아가 맞냐는 비웃음마저 사고 있다.

러시아 해군의 자존심으로 꼽혔던 모스크바호 침몰은 러시아의 전쟁수행 능력을 둘러싼 수많은 의문부호가 느낌표로 바뀌는 결정적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400여년전 황제의 신분을 감추고 네덜란드에 몰래 사절단으로 숨어들어가면서까지 배 건조 기술을 익혀 해군의 기초를 닦은 표트르 대제가 알았다면 무덤에서 땅을 치고 통곡할 사건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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