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임팩트 서평] '문제적 인간' 이건희를 알려면 본인의 책부터 읽자

이정희 승인 2021.10.06 08:02 | 최종 수정 2021.10.06 13:56 의견 0

이건희 에세이=뉴스임팩트

[뉴스임팩트=이정희기자] 한국 기업사에서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처럼 빛과 그림자가 뚜렷한 '문제적 인간'도 없을 겁니다.

그를 찬양하는 사람들은 이 회장을 '삼성과 한국을 근본적으로 바꿔놓은 천재 경영자', '백 년 뒤를 내다본 기업인'이라고 추켜세웁니다. 반대쪽에선 '탈법, 불법을 마구 저지른 마피아 보스', '노조를 탄압한 악덕 경영주'라고 깎아내리죠.

이 때문인지 이 회장에 대한 책도 '같은 사람을 다룬 게 맞나' 싶을 만큼 내용이 극단적으로 엇갈립니다.

그에게 우호적인 서적을 보면 이 회장은 밤낮으로 나라와 기업 걱정을 하며 삼성의 혁신에 온몸을 바치는 영웅입니다. 반면 어떤 책에선 이 회장이 회삿돈으로 호화 생일 파티를 열고, 노조 분쇄와 정치인 로비를 지시하고, 경영권 승계를 위한 위법 행위를 명령하는 것으로 나오죠.

이런 상황에서 이 회장에 대해 균형 잡힌 정보를 얻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다들 자기 잣대를 기준 삼아 이 회장을 일방적으로 평가하니까요.

그래도 이 회장을 제대로 알고 싶은 이들이 있다면 추천할 책이 한 권 있습니다. 이 회장이 직접 쓴 '이건희 에세이- 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 입니다.

이 책은 다른 이 회장 서적보다 담백합니다. 자신을 일방적으로 미화하거나 추켜세우지 않습니다. 불법, 탈법에 관여하지도 않고요. 이 회장이 일상생활과 경영에서 깨달은 교훈 등이 대부분입니다.

따라서 이건희 에세이는 읽다 보면 다소 심심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다만 그게 전부는 아닙니다. 읽으면 읽을수록 삶을 대하는 이 회장의 남다른 모습을 엿볼 수 있습니다.

이건희 에세이의 한 대목을 소개하겠습니다. 이 회장이 영화 감상과 입체적 사고를 연결해 쓴 글입니다.

'영화를 감상할 때는 대개 주인공에게 치중해서 보게 된다. 그런데 자신을 조연이라 생각하면서 영화를 보면 아주 색다른 느낌을 받는다. 나아가 등장인물 각자의 처지에서 보면 영화에 나오는 모든 사람의 인생이 느껴진다. 거기에 감독, 카메라맨 자리에서까지 두루 생각해서 영화를 보면 또 다른 감동을 맛볼 수 있다.'

입체적 사고는 오늘날 기업 경영에서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을 만큼 중요합니다. 신사업을 개척하든, 거래처를 새로 뚫든, 기술을 개발하든 기존의 평면적 사고로는 불가능하기 때문이죠. 그 입체적 사고를 이 회장은 영화 감상이라는 평범한 취미를 통해 아주 쉽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누군가는 이 회장을 칭송하고, 다른 누군가는 이 회장을 증오할 겁니다. 아마 한국 사회가 유지되는 한 이 회장을 둘러싼 논란은 그치지 않겠죠. 하지만 진영논리가 전부는 아닙니다. 치우치지 않은 시각으로 이 회장을 공부할 필요도 있습니다. 그럴 때 유용한 책이 이건희 에세이라고 생각합니다. 감히 일독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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