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임팩트 논단] 하성용·김조원 전 KAI 사장 사례로 보는 경영자의 자질

도덕성보다 더 중요한 건 업의 본질 이해

이상우 승인 2020.08.28 20:38 | 최종 수정 2020.08.28 20:37 의견 0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사옥=KAI

[뉴스임팩트=이상우] 1998년 출범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자타가 공인하는 국가대표 방산업체다. 전투기, 헬기, 위성 등을 설계하고 최종 조립한 뒤 후속 지원까지 할 수 있는 국내 유일의 항공기 체계 종합전문기업이어서다. 삼성항공, 대우중공업 항공사업본부, 현대우주항공이 통합돼 만들어진 회사여서조직 역량과 인적 자원도 뛰어나다. 

하지만 KAI는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했다. 이런저런 사유가 있지만 결정적인 원인은 정치의 개입이었다. 정치 때문에 KAI는 방위산업을 잘 알고 국제 비즈니스를 이해하는 인사에게 지휘봉을 맡기지 못했다. 늘 낙하산 사장이 내리꽂혔다.  

예외는 있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임명한 하성용 전 사장(2013~2017년 재임)이다. 하성용 전 사장은 대우중공업 출신으로 KAI 내부 인사였다. 그만큼 방위산업을 꿰고 있었다. 성과는 놀라웠다.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2배 이상 늘었다. 한국형 전투기(KF-X), 소형 민수·무장 헬기(LCH·LAH) 사업 수주로 미래 먹거리도 확보됐다. 

그런 하성용 전 사장이 정부가 바뀌자 단숨에 날아갔다. 감옥에 갇혀 재판을 받는 처지가 됐다. 분식회계, 협력업체 지분 차명 소유 등 범죄 혐의가 입증돼서다. 친박(親朴) 인사라는 낙인도 작용했다. 하성용 전 사장 재판은 3년째 1심이 진행 중이다. 

하성용 전 사장 후임은 김조원 전 감사원 사무총장이었다. 노무현 정부 시절 민정수석이었던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에서 한솥밥을 먹은 인물이다. 감사통이자 엄정한 공무원으로 알려졌지만 과거 낙하산들처럼 방위산업엔 문외한이었다. 

업의 본질을 모르는 경영자의 한계는 곧 드러났다. 김조원 전 사장은 KAI의 장래가 걸려 있는 미 공군 고등훈련기(APT) 사업에 전력투구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수익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총사업비 17조원 규모 APT 사업은 손익 계산만으로 평가할 프로젝트가 아니었다. 설령 단기간엔 손실이 나더라도 장기적으론 무조건 득이 되는 사업이었다. KAI가 세계 최대 방산업체 록히드마틴과 파트너십을 구축할 기회이기도 했다. 이 때문에 하성용 전 사장은 수시로 미국을 드나들며 APT 사업의 중요성을 강조했었다. 

2018년 10월. KAI는 APT 사업 수주에 실패했다. 김조원 전 사장은 수익성 때문에 전투기 개발 가격을 지나치게 낮출 순 없었다고 했다. 국가대표 방산업체 수장이 방위산업의 논리에 어긋나는 발언을 한 것이다. 

이게 끝이 아니었다. 김조원 전 사장은 지난해 1월 기자회견에서 민항기 사업을 본격화하겠다고 했다. 시장 상황을 아는 방산업계 관계자들과 기자들은 쓴웃음을 지었다. 전투기보다 훨씬 경쟁이 치열한 민항기 시장에서 KAI가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 의문스러웠기 때문이다.  

지난해 7월 KAI 사령탑이 바뀌었다. 김조원 전 사장은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옮겨갔다. 조국 전 법무장관 후임이었다. 그는 공직 기강을 바로잡겠다며 특별 감찰을 시행했다. 언론은 김조원 전 사장을 문재인 정부의 군기 반장으로 표현했다. 

군기 반장은 지난 7일 의외의 복병을 만나 자리에서 내려왔다. 부동산이다. 김조원 전 사장은 서울 강남에 아파트 2채를 보유하고 있었다. 평소라면 문제가 되지 않을 사안이지만 시점이 좋지 않았다. '부동산 가격을 반드시 때려잡겠다'는 정부의 강경 기조가 발표됐기 때문이다.     

경영자는 도덕성을 갖춰야 한다. 자명한 사실이다. 다만 더 중요한 자질이 있다. 업의 본질을 파악하고 그에 맞는 비즈니스를 해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하성용, 김조원 전 사장의 사례는 이를 명백히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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