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용호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SK이노베이션

[뉴스임팩트=이나현기자] SK온·SK엔무브 합병법인의 IPO 가능성이 대두되면서 모회사 가치훼손 우려가 제기됐다.

5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자회사 SK온과 윤활기유 자회사 SK엔무브의 흡수합병을 추진한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장기화로 ‘돈 먹는 하마’로 전락한 SK온에 알짜회사 SK엔무브를 붙여줘 재무구조를 개선한다는 구상이다. 합병 이후 SK온의 자본은 1조7000억원 증가하고, 적자 폭은 8000억원가량 줄어들게 된다.

다만, 합병법인 출범이 IPO를 위한 초석을 다지려는 행보가 아니냐는 지적이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SK엔무브 상장이 SK온과의 중복상장 논란으로 중단된 상황에서 우회로를 모색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 섞인 시선이 확산되고 있다.

SK온이 합병 추진 소식과 함께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했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우려가 커졌다. SK온은 제3자 배정방식으로 2조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할 예정인데, 여기서 단일 배정 대상자로 ‘뉴젠에너지제1호㈜’가 등장한다. 뉴젠에너지제1호㈜는 메리츠증권이 만든 SPC(특수목적법인)이다.

외부투자자가 자금을 투입하는 만큼 향후 IPO를 해야 하는 상황이 올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장용호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은 "현재 시점에선 합병법인의 IPO 계획은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뉴젠에너지가 자체 자금 없이 ABS(자산유동화증권) 발행과 대출 등으로 신주 인수 자금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SK온에 투자금 회수 압력을 가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Sk이노베이션이 SK온 신주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3년 만기 PRS(주가수익스와프) 계약을 체결했다는 점도 주목된다. PRS는 신주를 인수한 투자자가 주가 하락에 따른 손실을 보지 않도록 기업이 차액을 메워주거나 신주를 재매입하는 방식으로 손실을 보전해 주는 파생계약이다. 즉, SK이노베이션은 현금 유출을 피하기 위해 SK온 기업가치를 끌어올려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는 셈이다.

투자자들은 자회사 SK온 상장 추진으로 모회사 SK이노베이션의 가치훼손이 발생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회사 측이 SK온에 대해 IPO를 급하게 진행하기 보다는 중장기 성장 기반을 구축하고 재무 건전성을 구축할 계획이라고 밝혔음에도 논란이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