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달청과 행정소송 중인 김기남 삼성전자 고문.@출처=연합뉴스
[뉴스임팩트=이상우기자] 김기남 삼성전자 고문과 조달청 간 소송전이 2심으로 넘어간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조달청 측은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 취소소송을 심리한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이상덕 부장판사)에 최근 항소장을 제출했다.
원고는 김기남 고문, 피고는 조달청장이다. 김기남 고문은 1958년생으로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나왔다. 삼성전자에서 DS(Device Solution·반도체 사업)부문장, 대표이사 사장·부회장, 종합기술원 회장을 지냈다. 2023년 12월 고문으로 물러났다.
조달청은 지난해 3월 삼성전자 법인, 김기남 고문, 김현석 고문, 고(故) 한종희 부회장에게 입찰참가자격 3개월 제한 처분을 내렸다. 2018~2021년 삼성전자가 충북 지역 학교에 요청 사항보다 에너지 소비효율 등급이 낮은 냉난방기를 납품했다는 이유에서다. 김기남 고문은 소송으로 맞섰다. 삼성전자 법인도 따로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달 17일 1심 재판부는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냉난방기 공급 계약은 원고가 관할하지 않은 삼성전자 CE(Consumer Electronics·소비자 가전) 부문에 속한다"고 했다.
2018년 3월~2022년 2월 삼성전자 대표는 김기남 고문, 김현석 고문(CE부문장 겸 사장), 고동진 고문(IM부문장 겸 사장)이었다. IM은 정보 기술과 이동 통신Information Technology & Mobile Communications)을 뜻한다. 세 사람의 후임이 한종희 부회장과 경계현 고문이다.
재판부는 "피고는 삼성전자 내 사무 분장과 관계없이 원고가 냉난방기 공급 계약을 맡은 대표자라고 주장한다. 고시인 국가전자종합조달시스템 입찰참가자격등록규정 제13조 제4항에 따라 삼성전자가 원고를 대표대표자로 등록했다는 게 근거"라고 했다.
고시(告示)는 행정기관이 국민을 대상으로 어떤 내용을 알리는 공적 문서다. 행정규칙이어서 원칙적으로 대외적 구속력을 가지지 않는다. 대표대표자는 법인이나 단체의 여러 대표자 가운데 법적으로 회사를 대표해 계약을 체결하거나 소송을 진행하는 권한을 보유한 이다.
재판부는 "국가계약법 시행령 제76조 제6항 제1호는 법인 대표자가 다수일 경우 계약 업무를 담당한 대표자로 한정해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을 하도록 규정한다"며 "냉난방기 공급 계약은 CE 부문 소관 사항이다. 피고는 김현석 고문에게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을 해야 한다"고 했다.
시행령(施行令)은 어떤 법률을 시행하는 데 필요한 규정을 담은 명령이다. 행정규칙이 아닌 법규명령이므로 대외적 구속력을 지닌다. 중앙행정기관이 초안을 작성하고 법제처 검토를 거친 뒤 대통령이 재가해 공포하면 시행령의 효력이 발생한다.
재판부는 "고시에 기반한 대표대표자 등록은 입찰 참가 업체들의 기본적 자격을 확인하는 차원에서 피고가 3년마다 하는 조치일 뿐"이라며 "이것만으로 피고가 냉난방기 공급 계약 대표자 판별 과정을 생략하는 건 행정규칙을 핑계 삼아 법령상 조사·판단 의무를 방기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