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연합뉴스


[뉴스임팩트=최진우 전문기자]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 지형이 근본적으로 변하고 있다. 북핵 위협은 기술적으로 고도화되고 있고, 중국과 러시아는 전례 없는 전략적 밀착을 과시한다. 미국은 ‘전략적 재균형’을 외치며 동아시아에서의 군사력 배치를 조정하고 있고, 유럽은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안보 자원을 점점 더 흡수당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한국군은 과연 변화에 얼마나 유연하게 적응하고 있는가. 이재명 정부 출범과 함께 국방 정책의 좌표를 다시 설정해야 할 시점이다.

◇북핵은 현실, 중·러는 전략적 위협=한국의 가장 큰 위협으로 꼽히는 북한은 더 이상 핵 개발을 목표로 하는 국가가 아니다. 이미 ‘전술핵 실전배치’를 선언했고, ICBM과 SLBM 등 전략무기체계를 완성단계에 올려놓았다. 여기에 중국과 러시아는 최근 수년간 북한과의 군사·외교 교류를 재개하고 있으며, 유엔 안보리에서 북한을 비호하는 모습을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이제 한반도의 위협은 더 이상 ‘북한 단독’이 아니다. 북·중·러 삼각구도의 전략적 연계 가능성은, 한국군의 전통적 작전개념—즉, 북에 대한 단독 억지와 대비만으로는 안 되는—의 전면적인 재검토를 요구한다.

한 국방전문가는 "북한의 도발은 언제든 '중러의 외교적 보호막' 아래에서 발생할 수 있다"며, "이는 전통적 억지구도—한미연합 방위체제만으로는 대응하기 어려운, 복합적 전장 상황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군의 날 행진 모습@연합뉴스


◇'줄서기' 압박 속 전략적 유연성 필요=미국은 아시아 지역에서의 군사적 영향력을 재조정하고 있다. 오커스(AUKUS), 쿼드(QUAD) 등 다국간 안보 협의체를 중심으로 중국 견제 구도를 형성하면서, 한국에는 더 많은 전략적 기여와 '역할 확대'를 주문하고 있다.

최근 미국은 인도-태평양 전략 문서에서 한국을 ‘핵심 동맹’이라 표현하면서도, 동북아 정세에서의 ‘전방 전략기지’ 역할을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중국은 한국을 향해 날을 세우고 있다. 사드(THAAD) 2차 논란과 역사·영토 문제는 한중관계의 지뢰밭이 되고 있다.

이재명 정부는 외교적으로 ‘균형외교’를 지향하고 있지만, 군사안보 분야는 불가피하게 미국 중심의 구조를 따르고 있다. 이 딜레마는 결국 한국군 전략기획의 자율성 부족이라는 구조적 한계를 낳는다.

◇전략의 부재인가, 방향의 공백인가=한국군은 지난 10년간 '3축 체계'(킬체인, KAMD, 대량응징보복)를 중심으로 북핵 대응 전략을 가다듬어왔다. 그러나 오늘날의 안보환경은 북한보다 더 광역적인 전장, 더 입체적인 위협을 전제로 해야 한다.

지금까지의 전략은 단선적, 위협대상 중심의 계획에 머물러 있다. 미·중 기술패권 경쟁, 북·중·러 외교전, 인공지능·우주·사이버 등 새로운 전장의 부상은 한국군에게 전혀 다른 사고방식을 요구한다.

그러나 국방부는 아직도 “무기체계 확보”와 “병력 유지”에 정책 초점을 두고 있다. 이재명 정부가 새로운 외교안보 라인을 통해 ‘전략기획본부’나 ‘국방안보자문회의’ 같은 민·관·군 통합 전략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국군의날 선보인 현무5 지대지 미사일@연합뉴스


◇지금 필요한 것은 ‘군사력’이 아니라 ‘전략력’=전쟁은 더 이상 전차와 전투기 숫자만으로 좌우되지 않는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첨단 무기와 정보전의 중요성을 재확인시켜줬고, '싸움의 방식'이 완전히 달라졌음을 증명했다. 한국군도 이에 걸맞은 전장 인식, 정보통합, 그리고 동맹국과의 실시간 연합작전 역량을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더 많은 무기가 아니라, 정확한 위협 분석과 자산 배분, 그리고 유연한 전략 사고다. 이재명 정부가 국방을 단순한 ‘국방예산 증가’의 문제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많은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변화하는 지정학 속에서, 군 스스로가 사고방식과 작전개념을 전환하지 않으면, 아무리 많은 예산도 무의미한 ‘기계 집합체’에 불과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