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이 공개한 벙커버스터(GBU-57)모습@연합뉴스
[뉴스임팩트=최진우 전문기자] 미국이 자랑하는 벙커버스터가 실제로 이란 핵시설을 무력화했는지를 둘러싸고 미국과 이란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기습적인 공습 직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효과적으로 무력화했다”고 자찬했다. 반면 이란은 “피해는 제한적이며, 핵 개발 프로그램은 전혀 중단되지 않았다”고 반박하며, 미국의 발표는 심리전의 일환이라고 일축했다.
양측의 주장이 정면으로 엇갈리는 가운데, 이번 작전에 투입된 벙커버스터 폭탄의 실질적 위력, 그리고 과연 지하 수십 미터 아래의 우라늄 농축시설이 무력화되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작전에 투입된 벙커버스터는 어떤 무기=미군이 이번 공습에 사용한 것으로 알려진 무기는 GBU-57A/B Massive Ordnance Penetrator(MOP), 일명 ‘벙커버스터’다.무게 1만3600kg, 길이 6.2m에 달하는 이 폭탄은 콘크리트로 된 지하 60미터 깊이의 벙커를 관통할 수 있는 세계 최강의 벙커 파괴용 탄두다. B-2 스텔스 폭격기에 탑재돼 적진 깊숙이 침투해 투하되는 구조이며, 발사 시 표적 GPS 좌표에 기반해 자동 유도된다.
미국 공군은 이번 공격이 "나탄즈와 포르도의 지하 농축시설에 대한 직접 타격"이라고 강조하며, “중복 타격과 지진파 감지를 통해 성공 여부를 사전에 확인했다”고 밝혔다.
공중 급유를 받고 있는 B-2스텔스 폭격기@연합뉴스
◇이란 “피해 극히 제한적”=이란 원자력청은 22일 성명을 통해, “나탄즈 일부 전력공급 시설이 손상됐을 뿐, 지하 우라늄 농축 구역은 전혀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또, 포르도 시설의 경우 “작동이 일시 정지됐지만, 48시간 내 복구 완료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란 국영 방송은 “미국이 투하한 벙커버스터는 구형 GBU-28 계열이며, 현대화된 포르도의 다층 지하 격실을 관통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일부 현지 보도는 미국이 MOP를 사용했다는 주장이 “심리전용 허풍”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실제 피해 둘러싸고 전문가들 의견 엇갈려=서방언론의 접근이 어려운 이란이라는 지역의 특수성 때문에 사실 확인은 어려운 구조지만, 위성 사진과 지질 데이터 등을 기반으로 국제 핵확산 전문가들은 미국의 타격 성공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미들베리 국제학연구소의 제프리 루이스 박사는 상업용 위성 사진을 분석한 결과 “나탄즈 지하 벙커 상단부에서 균열과 함몰 흔적이 보인다”며, 이는 “GBU-57급 벙커버스터의 직격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또한, 국제원자력기구(IAEA) 관계자는 익명 조건으로 독일 슈피겔과의 인터뷰에서 “이란이 일부 지하 농축라인을 옮기고 있는 정황이 포착됐다”며, “이는 시설 구조적 손상 가능성을 보여주는 간접증거”라고 밝혔다.
한편 터키 지진연구소(Kandilli Observatory)는 포르도 인근에서 공습 시각과 일치하는 소규모 인공 지진파(2.2~2.5 규모)가 감지되었음을 확인했으며, 이는 “지하 폭발의 물리적 증거”로 간주된다.
반면 일부 군사전략 전문가들은 “MOP는 현존하는 최고의 벙커 파괴무기이지만, 지하 다층 구조물 전체를 완전 파괴하는 것은 여전히 도전적 과제”라고 지적했다.
미국 랜드연구소(RAND Corporation)의 무기시스템 분석가 마크 거니스 박사는 “정확한 투하 시점, 각도, 지형에 따라 MOP의 관통력은 제한적일 수 있다”며 “일부 회로나 장비에 피해를 줄 순 있지만, 전체 농축 체계를 제거했을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