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임팩트=이정현 일본통신원] 일본이 자체 개발하고 생산했던 항공자위대의 수송기 C-1이 첫 비행으로부터 55년 만인 올해 3월 14일을 기점으로 31기 모두가 퇴역했다.
수도권을 포함한 일본 전역을 반세기동안 연결했던 일본 항공자위대의 상징과도 같은 수송기지만 사실 전문가들은 C-1이 실패작이라고 입을 모은다. 특별한 결함이 있던 것도 아니고 우수한 기동성에 단거리 이착륙도 가능했던 기체에 박한 평가가 이어진 이유는 무엇일까.
결정적인 이유는 수송기로 개발되었지만 수송 역할을 제대로 못한다는 것이었다. 애초에 C-1은 국내 개발이라는 결론을 내놓고 여기에 맞춰 요구 성능을 역산해서 만들어졌다는 비화를 갖고 있다.
가장 먼저 수송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진다. 최대 탑재량은 고작 8톤으로 같은 세대 수송기들이 15톤 이상을 탑재하던 것과 대비되고 화물실 용적도 절반 정도가 고작이다.
여기에 비행거리도 짧다. 최대 수송거리는 2000km로 다른 수송기들의 70%정도밖에 안 되고 그마저도 실제 운용 시에는 안전 확보를 위해 1000km 정도까지만 비행하면서 일본 열도를 한 번의 비행으로 커버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가격은 더 비싸서 미국제 4발 엔진 수송기가 당시 30억 엔이었지만 쌍발 엔진의 C-1은 40억 엔으로 지나치게 고가였다. 성능은 절반 이하인데 가격은 30%이상 비쌌기 때문에 C-1은 항공자위대에 첫 인도된 지 7년 만에 모든 생산이 멈춰버린다.
여기에 해상자위대가 당시 방위청의 집요한 요구에도 불구하고 성능부족과 높은 가격을 이유로 C-1가 아닌 미국제 C-130 수송기 도입을 결정하면서 C-1는 그대로 단종을 맞이한다.
실제로 미국의 C-130은 모든 면에서 일본의 C-1을 압도했다. C-1이 8개의 기뢰를 탑재할 때 C-130은 32개를 탑재했고 그럼에도 훨씬 멀리 날고 가격마저 10억 엔 더 저렴했다. 완벽한 상위호환인데 가격까지 더 저렴했으니 항공자위대도 나중에는 C-1이 아닌 C-130을 채택하여 현재도 C-130H로 운용하고 있다.
그렇다면 애초에 C-1가 탄생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일단은 당시 일본이 항공기 제조에 대한 자존심이 강했고 업계의 유착관계가 너무 강했다. 항공자위대는 장비 도입에 관해서는 방위청을 비롯한 정부에 이견을 내지 못하는 입장이었고 육상자위대처럼 성능을 따지며 도입을 거부하지도 못했다.
또한 공군이 아닌 자위대라는 이름처럼 방공군의 입장이었기 때문에 공군의 주요 임무라고 할 수 있는 제공, 정찰, 공격, 수송 중 제공임무에만 관심이 집중되어 항공기 역시 전투기 이외의 임무에는 크게 비중을 두지 않은 점이 비효율적인 C-1의 탄생을 빚어내기에 이르렀다.
더 큰 문제는 C-1의 후속기로 만들어진 C-2 역시 별반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C-1과 마찬가지로 객관적인 비교와 검토 없이 국내 개발이라는 결론을 내고서 여기에 성능을 끼워 맞춘 C-2는 보잉의 C-17, 록히드 마틴의 C-130J 등과 비교해서 모든 성능이 뒤떨어지고 가격은 압도적으로 비싼 실패작이라는 평가를 그대로 이어받았다.
여전히 수송능력은 부족하고 비행거리는 짧은데다가 서양의 수송기들과 똑같은 엔진을 더 적게 탑재했는데도 더 비싼 가격에 인도되고 있다.
최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C-2가 아닌 중고 C-17를 계속 언급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은데 전문가들은 일본이 자국 방산만 신경 써서 비효율적인 C-2 수송기를 고집하다가는 정작 결정적인 순간에 후회를 면치 못할 것이라고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