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깃발.@출처=연합뉴스

[뉴스임팩트=이상우기자] 오랜 기간 멈춰 있었던 삼성물산 합병 관련 손해배상 소송이 마침내 절차 진행 단계에 돌입했다.

옛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2015년 7월 통합 삼성물산으로 합쳐졌다. 옛 삼성물산 주식 100주가 제일모직 주식 35주로 평가됐다. 일각에선 이재용 삼성그룹 회장 지배력 강화 차원에서 옛 삼성물산에 불리하고 제일모직에 유리한 합병 비율이 인위적으로 설정됐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0부(김석범 부장판사)는 손해배상 소송 2차 변론기일을 지난 19일 열었다. 원고는 옛 삼성물산 주주 32명이다. 피고는 이재용 회장, 삼성물산 법인, 삼성물산 합병에 관여한 고위 임원들을 포함해 총 20명이다.

이 소송은 2020년 2월 제기된 후 지난해 첫 변론이 치러졌을 뿐 계속 추후 지정(변론 일정을 나중에 정한다는 뜻) 상태였다. 하지만 지난 2월 삼성물산 합병 형사재판 항소심 판결이 나오자 재판부가 변론을 재개했다.

2차 변론에서 원고 측은 삼성물산 합병 형사재판,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성바이오) 회계 변경 행정소송의 증거를 두루 검토해 쟁점을 가려내겠다고 했다. 삼성바이오는 제일모직 자회사로 삼성그룹 미래 먹거리인 제약 사업을 한다. 삼성물산 합병 당시 제일모직 가치를 높이는 데 일조했다.

피고 측은 "모색적 증거 신청을 허용해선 안 된다"고 반발했다. 모색적 증거 신청은 입증 책임을 지는 이가 증명할 사실을 정확하게 특정하지 않은 채 증거 신청부터 해서 자기주장의 기초 자료를 확보하려 하는 행위다. 민사소송법은 모색적 증명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증거 신청 남용으로 인한 소송 지연을 막기 위해서다.

재판부가 원고 측 희망을 바로 받아들이지 않자 원고 측이 대안을 제시했다. 다른 민사소송 사건에서 삼성물산 합병 형사재판, 삼성바이오 회계 변경 행정소송 증거에 대한 문서 송부 촉탁이 채택됐기에 자료를 받는 대로 신속히 쟁점을 추려 재판부에 제출하겠다는 얘기였다.

문서 송부 촉탁은 법원, 검찰 같은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보관 중인 기록의 불특정한 일부를 보내 달라고 요청하는 제도다.

재판부는 "내용을 최대한 압축해 50페이지 이내로 서면을 제출하라"고 지시한 뒤 원고 측 쟁점 정리를 기다리겠다고 했다. 그러자 피고 측이 "원고 측 의견을 반박하는 서면을 내겠다"고 했다. 재판부는 이를 수용하면서 "피고 측도 원고 측과 같은 분량으로 서면을 작성하라"고 했다.

원고 측 서면 제출 기한은 오는 8월 21일이다. 피고 측은 오는 9월 25일까지 서면을 내야 한다. 재판부는 원피고 서면을 확인한 다음 3차 변론기일을 잡겠다며 추후 지정을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