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임팩트=이정희 기자] 우크라이나 드론의 모스크바 침투와 러시아 전략폭격기 전력 붕괴는, 단지 러시아만의 위기가 아니다. 그것은 전 세계 군사 강국들에게 던지는 전장의 경고장이나 다름없다.
이번 우크라이나 드론 공격으로 드론이 지배하는 전장의 실체가 명확해졌다. 수백억, 수천억원에 달하는 값비싼 공중전력이 불과 대당 1000달러도 채 안되는 자폭 드론 몇 대에 의해 무력화되고, 수도권 방공망마저 관통당하는 사건이 연달아 발생하면서, 이제 세계는 ‘포스트방공 시대’에 진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하늘의 방패’ 대신 ‘벌집 이론’으로 전환=우크라이나의 성공적인 드론 작전은 나토 내부의 방공 전략 전환을 촉진시켰다. 프랑스 국방부는 이달 초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드론 전투를 전제로 한 다층방어(Multi-Layered Counter-UAV)" 체계를 구축 중"이라고 밝혔다. 이는 고정된 레이더망 대신 AI 기반 이동형 전자전차량, 고출력 레이저 방어망, 드론 대응용 드론 부대 편성 등을 포함한다.
디펜스 뉴스에 따르면 나토 고위 방위전략 담당자인 잭 로웬 중장은 브뤼셀 회담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기존 미사일 요격 체계는 드론의 규모, 속도, 수량을 감당하지 못한다. 우리는 이제 거대한 방패를 드는 대신, 벌집처럼 촘촘하고 유연하게 움직이는 네트워크형 방어체계로의 전환을 논의하고 있다.”
◇이스라엘, ‘아이언돔’의 한계를 넘기 위한 AI 기반 전환=이스라엘은 이미 하마스와 헤즈볼라의 소형 드론 공격을 여러 차례 겪으며 선제적으로 대응해온 대표적인 국가로 꼽힌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의 FPV 드론 침투 사례 이후, 아이언돔의 고비용·고대응시간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이에 따라 이스라엘 국방부는 지난 3일, AI 기반의 자동 요격 드론 시스템 ‘파이어네트(FireNet)’를 2026년까지 배치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시스템은 자폭 드론이 접근하면, 주변 대기 중의 미니드론이 AI 명령으로 요격에 나서는 자동화 체계다.
◇중국, 무인기 무장 레이스에서의 선도 전략=중국은 이미 드론 전쟁을 새로운 국방 전략의 핵심으로 설정했다. 중국 관영방송 CCTV에 따르면 중국내에서 ‘드론 장성’이라 불리는 PLA(중국 인민해방군) 소속 한펑 소장은 베이징 군사 포럼에서 다음과 같이 밝혔다.
“드론은 제3세계의 무기가 아니라 대국의 전략 도구다. 우리는 미국과 러시아를 뛰어넘는 드론 핵전력 투발 시스템을 설계 중이다.”
중국은 드론 군집(스웜) 전술에 500억 위안 이상을 투자하며, 자폭 드론 수천 기가 한 번에 출격해 적 레이더망, 통신센터, 핵무기 사일로를 순차적으로 파괴하는 ‘양자떼 전술’을 실전 배치하고 있다.
◇미국, 민간 기술의 군사화=미국 국방부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스타트업 중심의 드론 국방 산업 구조로 전환하고 있다. 국방혁신단(DIU)은 지난 5월부터 캘리포니아의 스타트업 7곳과 긴급 계약을 체결, 자체 설계형 FPV 드론과 고속 요격 드론을 공동 개발 중이다.
특히 주목할 만한 사례는, 테슬라의 배터리 기술을 응용한 장시간 체공형 드론 개발 계획과, 스페이스X의 위성통신망인 스타링크를 활용한 해외 전장 실시간 드론 운영 시스템이다.
디펜스 뉴스에 따르면 미 국방부 기술전략국의 루이스 베넷 박사는 “이제 군수기업보다 더 빠른 건 스타트업이며, 우리는 민간 기술이 곧 전장의 우위임을 배웠다”고 말했다.
◇전장의 중심은 '하늘'에서 '네트워크'로=2022년대 초반까지는 전투기의 기종, 레이더의 사거리, 미사일의 속도가 전력을 가늠하는 기준이었다.
그러나 최근 우크라이나의 저가형 드론(대당 1000달러 미만)이 러시아 전략폭격기 부대를 마비시키고, 수도권 방공망을 무력화시킨 이후, 전력의 우위는 하드웨어가 아니라 ‘정보와 네트워크, 지능형 분산’으로 이동했다.
전쟁은 더 이상 군대만의 일이 아니다. 이제 전투는 스타트업, 기술 기업, 민간 연구소, 그리고 AI가 함께 벌이는 게임이 되었고, 드론은 그 상징이자 시작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