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제22기계화 여단 병사가 드론을 날릴 준비를하고 있다.@우크라이나 국방부


[뉴스임팩트=이정희 기자] 전쟁은 종종 숫자보다 상징이 먼저 무너지는 순간에 방향을 바꾼다. 지난 6월 1일, 우크라이나 정보국(SBU) 주도로 실행된 ‘거미줄작전(Operation Web)’은 그 상징의 심장을 정확히 겨눴다고 할 수 있다.

무르만스크, 이바노보, 댜길레보, 벨라야 등 러시아의 주요 전략공군기지가 동시다발적으로 타격을 입었고, 이로 인해 전략폭격기 42대가 파괴 또는 대파됐다.

이는 러시아가 보유한 전략폭격기 전체의 약 3분의1에 해당한다. 특히 핵무기 투발 수단으로 분류되는 Tu-160M, 장거리 순항미사일 탑재 플랫폼인 Tu-95MS, 중거리 타격용 Tu-22M3가 다수 포함되어 있다는 점에서 이번 작전은 단순한 공습이 아니라 전략전력 마비를 노린 정밀 수술이었던 셈이다.

◇‘거미줄작전’의 전개 방식=이 작전의 가장 인상적인 점은 전통적 공습 방식이 아닌, 저비용 FPV(1인칭 시점) 드론을 활용한 분산 공격이었다. 우크라이나는 민간 컨테이너 트럭에 특수개조한 이륙 플랫폼을 숨긴 뒤, 국경 인근 및 내부의 잠입 요원을 통해 수십 기의 자폭 드론을 동시다발로 출격시켰다.

이 드론들은 수 미터 높이의 초저고도로 침투, 대부분의 레이더망을 회피하며 공군기지 내부로 침입했다. 한 번에 복수의 드론이 폭격기 동체, 연료 저장소, 활주로 장비 등 동일 목표물을 동시에 타격하면서, 러시아는 순식간에 수십 년간 축적해 온 전략 전력을 상실해버린 것이다.

◇세계 군사 전문가들의 평가=미국 랜드(RAND) 연구소의 공군 전략가 도널드 웨슬리는 디펜스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공격은 공군력에 대한 전통적 개념을 완전히 무너뜨린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고가의 스텔스 폭격기보다 수백 배 저렴한 자폭 드론이 핵심 전략 자산을 무력화시킨다는 것은, 단순한 기술적 우위가 아니라 전략적 사고의 승리”라며 “이른바 ‘항공기의 민주화’가 현실이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영국 킹스칼리지의 군사정보 분석가 엘레나 마틴 역시 디펜스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드론 전쟁은 이제 단순한 위협이 아니라 전략적 균형 자체를 흔드는 변수"라고 경고했다. 그는 “핵 억지력의 축이었던 전략폭격기 기지가 이제 드론 한 무더기로 무력화될 수 있다는 사실을 전세계가 목격하게 됐다”면서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는 물론 중국·인도 등 주요 군사강국에 근본적인 전력 운용 전략 수정의 신호탄이 됐다”고 단언했다.

◇패닉에 빠진 러시아군=러시아 국방부는 공식 성명에서 “테러 수준의 기습 공격에 따른 일부 피해”라고 축소 발표했지만, 민간 위성 이미지 분석 결과로 피해는 은폐될 수 없었다. 특히 댜길레보 공군기지에서는 Tu-160M 두 대가 활주로 옆에서 화염에 휩싸인 장면이 위성에 포착되었고, 이는 러시아 내부에서도 비판 여론을 확산시켰다.

디펜스 뉴스는 크렘린 고위 관계자의 말을 익명으로 인용해 “러시아 상층부에서도 전략자산분산배치 계획과 새로운 방공시스템 개발이 시급히 논의 중”이라며, “단일 기지 집중 방식은 드론 전장에서는 치명적 약점”임을 인정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작전은 단순히 드론의 위력이 아니라, 전쟁 수행 방식의 패러다임 전환을 증명한 사건으로 규정할 수 있다. 고정된 대규모 자산보다는, 유연하고 분산된 다수의 자폭 플랫폼이 상대의 심장부를 꿰뚫을 수 있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우크라이나군 정보부 관계자는 현지 언론을 통해 “이번 작전은 클라우드 기반 분산공격 개념의 실증 사례”라며, 향후에도 ‘적이 예측하지 못하는 시점과 방식’으로 핵심 거점을 반복 타격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대형 폭격기가 지닌 압도적 화력, 상징성, 억지력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데 이견이 없다. 그러나 이제 그 위에 날아드는 손바닥만 한 드론이 그 모든 것을 무용지물로 만들 수 있다는 점 역시 인정하기 시작했다. 모스크바를 덮친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에서 전장의 법칙은 다시 쓰이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