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남 트럼프 주니어@정용진 인스타그램
[뉴스임팩트=이나현기자]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트럼프 행정부와의 인맥으로 주목받는 가운데 그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같은 처지가 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1일 재계에 따르면 정용진 회장의 초청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남 트럼프 주니어가 한국을 찾았다.
정용진 회장은 트럼프 행정부와 소통할 수 있게 가교 역할을 해달라는 재계 요청에 따라 이전부터 친분이 있던 트럼프 주니어와의 만남을 성사시켰다. 트럼프 주니어는 반도체, 자동차, 에너지, 전자, 철강, 방산 등 미국 사업 비중이 큰 대기업 총수 20명 내외와 릴레이 단독 면담을 가질 예정이다. 정용진 회장은 모든 일정에 동행한다.
재계 일각에선 정용진 회장이 머스크 CEO와 겹쳐 보인다는 의견을 내놓는다. 머스크 CEO는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자리매김해 정부효율부(DOGE) 수장 자리까지 꿰찼다. 그가 유리한 사업 환경 조성을 위해 정치를 활용하듯 정용진 회장도 비즈니스 차원에서 트럼프 주니어에게 공을 들인다는 해석이다.
하지만 기업 총수가 정치인 최측근으로 인식되는 건 되려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머스크 CEO만 해도 정치 활동 때문에 사업에서 손해를 봤다. 지난 1분기 테슬라 매출액은 193억달러(28조여원)에 그쳤다. 지난해 동기보다 9.38% 줄어든 수치다. 같은 기간 경쟁사 BYD가 1704억위안(33조여원)의 매출액을 기록하는 등 성장세를 구가한 것과 비교된다.
실적 부진에 부담을 느낀 머스크 CEO는 이달부터 DOGE에 할애하는 시간을 줄이겠다고 했지만 월가 관계자들은 엎어진 물을 주워 담기 어렵다고 평가한다. 웨드부시증권의 댄 아이브스 애널리스트는 “머스크 CEO가 최근 몇 달간 정치 활동에 관여하면서 초래한 브랜드 훼손은 영원히 남을 것”이라고 했다. 미 경제매체 CNBC 보도에 따르면 지난 9∼13일 미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47% 이상이 머스크 CEO와 테슬라에 대해 부정적이라고 응답했다.
신세계그룹은 백화점, 마트, 식품, 패션처럼 소비자와 가까운 비즈니스를 하는 기업이다. 정치에 브랜드가 훼손되면 그 여파가 실적에 미칠 가능성이 큰 셈이다. 게다가 신세계그룹이 브리스톨 팜스, 뉴 시즌스 마켓을 필두로 미국 내 오프라인 유통망 확장을 계획하고 있는 판에 정용진 회장이 트럼프 주니어와의 인맥을 과시한 건 미국 고객에게 마이너스로 작용할 거란 우려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