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뉴스임팩트=최진우 전문기자] “나는 다시 출마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다시 위대해질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작년 대선을 앞두고 출정선언을 했을 당시 말했던 내용이다. 그런데, 트럼프는 이 말을 2028년 대선에서도 다시 들을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다. 사실상 3선에 도전하겠다는 선언인 셈이다.

현행 미국 헌법은 대통령의 3선을 명시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그렇다면 트럼프의 발언은 단순한 정치적 수사일까, 아니면 실제로 ‘3선’이 가능한 어떤 헌법적 시나리오가 존재하는 것일까,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다.

◇루스벨트의 유산, 22차 수정헌법=1951년 제정돼 미국 대통령의 연임 제한을 규정한 22차 수정헌법은 대공황과 2차 세계대전을 이끈, 프랭클린 D. 루스벨트 대통령의 장기 집권에 대한 반작용으로 도입된 것이다.

루스벨트는 1933년부터 1945년까지 총 4선에 성공하며 미국 역사상 유일하게 3선 이상 집권한 대통령이 되었다. 그의 재임 기간 동안 미국은 대공황과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국난을 겪었고, 국민 다수는 그의 리더십에 안정감을 느꼈지만, 정치권 내부에서는 '권력의 집중'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루스벨트 사망 후, 공화당 주도의 의회는 대통령 임기를 두 번으로 제한하는 수정헌법을 추진했고, 1951년 공식적으로 비준되어 헌법에 편입됐다. 이로써 대통령직은 연임이든, 아니든 최대 2회까지만 당선될 수 있게 됐다. 단, 부통령으로 재직 중 대통령의 유고 등으로 불가피하게 대통령직을 승계했을 경우, 2년 미만으로 재임한 경우는 대통령직 승계를 횟수에 포함하지 않고, 두 번 더 대통령직에 도전할 수 있다.

트럼프는 2016년 대선에서 당선돼 45대 대통령으로 재임했으며, 2020년 대선에서는 조 바이든에게 패배했다. 2024년 대선에 다시 출마해 당선된 것은 헌법상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22차 수정헌법은 ‘3번 출마’를 금지한 것이 아니라, ‘2번을 초과해 당선’되는 것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비연속적으로 두 차례 집권하는 것은 합법이며, 그 사례로는 1892년 다시 대통령에 당선된 그로버 클리블랜드(22·24대 대통령)가 있다. 하지만 트럼프가 만일 2028년 대선 출마를 다시 선언한다면 이는 헌법에 금지된 3선 도전에 해당하게 된다.

◇‘3선’ 도전의 현실성은=그렇다면 트럼프가 실제로 3선을 하려면 어떤 절차를 거쳐야 할까? 해답은 미국 헌법 제5조가 규정한 수정헌법 개정 절차에 있다. 수정헌법을 개정하려면 연방 의회(상·하원)에서 각각 3분의 2 이상 찬성하거나, 50개 주 중 4분의 3 이상(즉 38개 주)의 주 의회가 비준을 해야 한다.

이러한 절차를 거쳐야만 22차 수정헌법을 폐기하거나 수정할 수 있다. 그러나 정치 현실적으로 이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특히 현재 상원과 하원의 다수당 분포가 바뀔 가능성은 있지만, 3분의 2라는 높은 기준은 양당의 강한 합의 없이는 달성하기 어렵다.

미국 정치 전문가이자 런던정경대(LSE)의 조너선 파웰 교수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언제나처럼 법의 경계선을 시험하려는 인물이다. 그러나 3선을 위한 헌법 개정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며, 그의 발언은 충성층 결집을 위한 수사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프랑스 파리 정치대학의 미국정치연구소 소장 마리옹 르브르 교수도 “미국 정치체제의 핵심은 ‘제한된 권력’이다. 루스벨트 이후 미국 사회는 권력의 장기화에 대한 깊은 불신을 공유하고 있으며, 트럼프의 3선 발언은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종합해보면, 트럼프의 3선 도전 발언은 헌법적 한계를 넘지 못할 가능성이 크지만, 그 발언 자체가 미국 민주주의의 구조적 신뢰에 대한 도전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또한 극단적인 충성 지지층이 다수 존재하는 정치 현실 속에서, 헌법 질서를 넘어서려는 시도가 향후 정치적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