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테라 폭락 사태의 핵심인물 권도형@연합뉴스


[뉴스임팩트=이정희 기자] 루나·테라 사태의 주범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미국으로 송환되어 재판을 받고 있다. 그는 끝까지 한국에서 재판받기를 원했지만, 미국 검찰의 강력한 요청으로 미국 법정에 서게 됐다. 권도형이 마지막까지 미국 송환을 두려워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권도형이 미국 송환을 거부한 가장 큰 이유는 미국의 강력한 금융범죄 처벌 시스템 때문이다. 미국 검찰은 그에게 증권사기, 은행사기, 전신사기 등 8개의 중범죄 혐의를 적용했으며, 각 혐의당 최대 20년형이 가능하다.

이론적으로는 최대 160년형까지 선고될 가능성이 있다. 반면, 한국에서는 금융범죄에 대한 처벌이 비교적 가볍고, 형량 감경 요소가 많아 미국과는 대조를 이루고 있다.

과거 한국에서도 대형 금융사기 사건이 발생했지만, 주범들은 상대적으로 낮은 형량을 받았다. 예를 들어, 2011년 옵티머스 펀드 사태에서도 주범들이 10~15년형을 선고받았지만, 미국에서 같은 사건이 발생했다면 형량이 최소 2배, 최대 5배 이상 높았을 가능성이 크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권도형이 한국에서 재판받기를 원한 것은 단순한 법적 판단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과 한국의 재판 및 형벌에는 큰 차이가 있다. 기소 및 재판 절차에서부터 두 국가의 출발선은 다르다.

미국은 연방검찰이 금융범죄를 기소하며, 기소율이 90% 이상에 달한다. 일단 기소되면 거의 유죄 판결이 나오는 구조다. 반면, 한국은 금융범죄에 대한 기소율과 유죄 판결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다.

미국에서는 배심원 재판이 일반적이며, 배심원들은 금융범죄 피해자들에게 감정적으로 공감하는 경향이 있다. 반면, 한국은 판사가 단독으로 심리를 진행하는 경우가 많아 법리적 판단이 더 강조된다.

가장 큰 차이는 형량 및 감형 가능성이다. 미국에서는 연방 양형지침(FederalSentencing Guidelines)에 따라 형량이 결정되며, 감형 가능성이 적다. 특히 플리바게닝(유죄 협상제도)이 일반적이므로 피고인이 협력하지 않는 한 감형을 받기가 어렵다. 반면 한국에서는 반성문 제출, 피해자와의 합의 등을 통해 형량이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수감 환경과 출소 이후 생활에서도 한국과 미국은 큰 차이를 나타낸다. 미국의 연방 교도소는 규율이 엄격하고, 금융범죄자도 일반 수형자들과 함께 수감될 가능성이 높다. 반면, 한국의 교도소는 비교적 교정 및 교육 프로그램이 체계적이며, 형을 마친 후 사회 복귀가 더 용이하다.

미국 컬럼비아대 로스쿨의 존 카플란 교수는 “권도형이 한국에서 재판받기를 원한 것은 한국 법원의 온정주의적 경향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면서 “미국에서는 금융 사기범들에게 엄격한 판결을 내리며, 배심원들이 피해자의 입장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어 유죄 판결 시 중형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전 FBI 금융범죄 수사관 마이클 헨리는 “미국은 금융 사기를 개인적 차원의 범죄가 아니라, 시장 전체를 교란하는 중대 범죄로 인식한다”며 “권도형이 수십억 달러 규모의 피해를 발생시킨 만큼 최대형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영국 런던정경대(LSE) 금융법 교수 리처드 맥클레인은 “한국은 기업 친화적인 법 체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금융범죄에 대한 처벌이 미국보다 덜 가혹하다”며 “권도형이 한국에서 재판받기를 원한 것은 법적 판단이 아니라 생존 전략일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권도형의 미국 송환은 금융범죄에 대한 미국과 한국의 사법 체계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는 점에서 한편으론 씁쓸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