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보 오디세이.@뉴스임팩트
[뉴스임팩트=이상우기자] 기자, 특히 경제기자에게 기업 홍보실은 가장 먼저 맞닥뜨리는 파트너이자 취재원입니다. 유능한 기자일수록 홍보실을 잘 활용하죠. 홍보 임원부터 실무자까지 아우르는 네트워크도 탄탄하고요.
다만 기자라고 해서 홍보실과 무조건 사이좋은 건 아닙니다. 얼토당토않은 기사를 써서 다투는 경우도 있지만 그보다는 홍보 담당자가 기자에게 무엇을 바라는지 모르기 때문에 관계 설정이 안 되는 거죠.
이메일에 들어오는 보도자료를 기계적으로 처리하는 정도에 그쳤으면서 '홍보실 직원들이 다른 기자에겐 정보를 주지만 나한텐 선을 긋는다'고 불만을 토로하는 기자가 의외로 많습니다. 저연차는 물론 짬밥이 제법 찬 기자 중에서도요.
그런 기자들이 참고할 만한 책이 '홍보 오디세이'입니다. 김경식 전 현대제철 기획본부장(전무)이 쓴 책인데 뜬구름 잡는 이론이 아니라 홍보맨으로서 경험이 담겨 있어 피부에 와닿는 내용이 많습니다. 이 책만 잘 소화해도 홍보실이 어떤 조직이고 홍보 담당자가 원하는 게 뭔지 감을 잡을 수 있습니다.
책에 나오는 김경식 전 전무의 기사 대응 우선순위를 소개하겠습니다. 그는 보도로 인해 회사가 사정기관에서 조사를 받을 가능성이 있는 기사, 국회 호출이나 정부의 해명 요구 가능성이 있는 기사, 시민단체나 이해관계자와 다툴 가능성이 있는 기사, 회사 이미지 실추로 손익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는 기사, 인재 유치 차질이나 직원 사기 저하 가능성이 있는 기사 순이라고 했습니다.
이 순위를 참조하면 보도자료에 의존하는 것만으론 제대로 된 기자 대접을 못 받는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홍보실이 어떤 기사에 민감하고 기자가 취재할 때 어느 부분에 중점을 둬야 하는지도 파악 가능하고요.
삼성이나 현대 같은 대기업에 출입 기자로 등록된 이가 수백 명이 넘습니다. 그들 가운데 명함만 기자가 아닌 진짜 선수로 인정받는 사람은 소수죠. 선수가 되려면 여러 관문을 거쳐야 하지만 일단 홍보실과의 관계 설정부터 제대로 해내야 합니다. 홍보 오디세이를 통해 홍보 담당자가 지닌 사고방식을 이해하면 관계 설정이 어렵지만은 않을 겁니다. 감히 일독을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