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호 국방부 장관 직무대행@연합뉴스
[뉴스임팩트=이장호 전 정훈병과 중령]군을 비롯한 조직들은 임무 수행의 근간은 법과 규정이다. 그래서 당연히 법과 규정을 살펴 근거와 타당성을 따져 보고 이에 문제가 없어야 그 업무를 수행한다. 그만큼 법과 규정은 누구에게나 어떤 조직이나 동등하게 적용되는 합리적이 기준이다.
김선호 국방부 장관 직무대행이 24일 전군에 지휘서신을 하달해 관심을 모았다. 김 대행은 이번 12.3 비상계엄 사태에서 나타난 군 수뇌부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이를 시정하고 타산지석으로 삼기 위해 “법과 규정에 기반한 군대 문화 정착”을 강조했다.
김 대행은 지휘서신에서 고위급 리더들이 법과 규정을 명확히 이해하고 법의 테두리 내에서 적법하고 책임감 있는 리더십을 보여 줄 때 구성원읜 자발적인 팔로어십을 끌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법과 규정을 철저히 준수하면서 부여된 임무에 전념하는 군대문화를 함께 만들어 나가자고 말해 지금 군이 그런 문제로 국민의 지탄을 받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인정했다.
비상계엄으로 군이 국민의 지탄을 받고 있고, 국방 장관과 육군참모총장 등 수뇌부 부재 등 최악의 위기를 겪고 있는 군에게 경고와 격려를 동시에 보낸 의미를 담고 있다. 좀 더 빨리 어수선한 조직을 바로 잡아 안정시켜야 한다는 점에서는 아쉽지만 그나마 군에 어떤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에서는 다행이라 생각한다.
무엇보다 이번 국방장관 직무 대행의 메시지는 군이 확고한 명령체계로 움직이는 조직이라는 점에서 그 명령이 법과 규정에 기반하지 못한다면 당연히 따라서는 안 된다는 것을 강하게 암시하는 동시에 경고의 의미도 담고 있다. 이번 비상계엄에 동원된 수천 명의 장병들은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정당하지 않은 지시를 따랐다는 점에서 군이 가장 기본도 지키지 못한 조직으로 저락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군의 핵심 전력이라고 할 수 있는 특전사와 수방사의 병력들이 수뇌부 지휘관의 판단 실수로 국민에게 총을 겨누는 상황까지 갔다는 점에서 이번 김 대행의 지휘서신은 군의 잘못을 인정하는 것으로 간주된다. 그래서는 안 되었는데, 결국 그렇게 했다는 점에서 향후 군이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 깊은 조치로 생각되어 그나마 위안이 되었다.
지금 군에서는 12.3 비상계엄에 대한 뼈저린 반성과 함께 과거 군사독재로 군이 감수해야했던 그 아픔을 하루 빨리 회복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분위기 바꾸기에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지난 해 연말부터 더욱 기본 임무에 충실하면서 어수선한 분위기를 안정화시키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
그러면서도 고위급 간부들의 인사가 정상대로 진행되어 조직의 안정과 임무 수행을 위한 추진동력 마련이 시급하다는 의견도 많다. 병사들은 18개월 복무 후에 전역을 하지만, 간부들인 장교와 부사관들은 정상적인 인사이동이 있어야 차후 임무를 정상적으로 시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군은 이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더욱이 비상계엄 이후의 어두운 터널에서 빨리 빠져나와야 한다. 군은 국가 예산으로 운영되는 조직이면서도 국가 안보를 책임지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군이 위축될수록 우리의 안보에는 위기다. 군이 정상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간부와 병사가 매일 해야 하는 임무는 명확하다. 하루도 거를 수 없고 게을리 해서도 안 되는 존재가 바로 군이라는 점에서 조직을 추스르고 다친 상처를 잘 치료하는 노력을 해야 본래의 위치로 돌아갈 수 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군은 법과 규정의 중요성을 깊이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으리라 생각한다. 법과 규정을 무시한 채 그것도 국민을 대상으로 행한 위험한 행동이 어떤 결과를 불어오는지 생생하게 목격했기에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도 법과 규정을 준수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비싼 수업료를 내고 배웠을 것이다.
군이 다시 국민의 신뢰를 얻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과거에 우리는 충분히 경험해서 안다. 그리고 쉽지도 않다. 그러나 그래도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 희망이 있고 목표가 다가온다. 군에 있는 모든 구성원이 이를 인식하고 노력하는 새로운 모습을 기대한다. 우리 국민들도 그런 모습에 박수와 격려를 보낼 것이다.
[글쓴이 이장호 중령]
1990년 육군사관학교 46기로 졸업해 정훈장교로 30여 년간 복무했다. 고려대학교 언론홍보대학원 신문방송학과 단국대학교 교육대학원 영어교육학 석사 학위를 받음. 앙골라UN평화유지군 파병 등 3회의 해외 파병과 미국 공보학교 졸업, 20여 회의 외국 업무 경험 등 군 생활을 통해 다양하고 풍부한 경험을 쌓아 군 업무에 활용해 나름 병과 발전에 기여했다고 자부하며 전역 후 군에 대해 감사한 마음으로 애정과 지지를 보내고 있다. 현재는 기자, 요양보호사 등의 일을 하며 우리 사회의 생활상에 대해 색다른 경험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