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 전문가' 양욱 박사② "북한, 7차 핵실험 머잖아 할 것"

"러시아가 북한 도와줄 가능성 커… 트럼프와 협상해 자주국방 강화해야"

이상우 승인 2025.01.21 01:00 | 최종 수정 2025.01.21 04:22 의견 0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박사.@뉴스임팩트

[뉴스임팩트=박종국·이상우기자] ※ 양욱 박사 프로필

1975년생. 서울대 법대(학사)와 국방대 군사학과(석박사) 졸업. 민간군사기업 인텔엣지 대표이사, 한국국방안보포럼 선임연구위원, 합동참모본부 정책자문위원 역임. 현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 겸 한남대 국방전략대학원 겸임교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출처=연합뉴스

ㅡ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관련 질문을 하겠다. 전임 조 바이든 대통령과 캐릭터가 아예 다른데.

"트럼프는 상대방을 후려쳐 놓은 다음 자기한테 맞춰가게 하는 방식을 좋아한다. 이익에도 아주 민감하다. 바이든은 국제 질서 유지를 선호했지만 트럼프는 매사에 미국 우선주의를 들고나올 거다. 우리가 트럼프 성격을 잘 파악하고 이익을 주고받는 국면을 만들어야 한다."

ㅡ트럼프는 1기 정부 시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회동한 적이 있다. 트럼프와 김정은이 다시 만나 핵 군축을 합의할 가능성이 있나.

"핵 군축이 논의되려면 트럼프에게 뭔가 이익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현시점에서 트럼프가 김정은과 얼굴을 마주해 봐야 얻을 게 별로 없다. 대화하는 모습 그 이상의 무언가가 안 나와서다. 게다가 북한이 핵 군축을 공언해도 믿을 수 있나. 2019년 북미정상회담이 수포로 돌아간 것도 북한에 대한 신뢰 부족 때문이다. 군축은 검증이 핵심인데 북한은 자기네 핵을 검증하겠다는 미국 요구를 절대 받아들이지 않을 거다."

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는 북한의 대륙간 탄도미사일.@출처=연합뉴스

ㅡ일부 군사 전문가는 독자적 핵 능력 강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여기나.

"트럼프 측근인 엘브리지 콜비 국방부 정책차관 같은 이가 '미국이 한국을 못 지켜준다. 한국도 핵무장을 검토해 봐야 한다'고 하니 핵 능력을 강화하자는 의견이 제기된다. 콜비의 말을 잘 되새겨봐야 한다. 미국이 핵무장을 도와주겠단 뜻이 아니다. 여차하면 미국이 한국에서 손 뗄 수 있으니 알아서 준비하라는 경고다. 과거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월남전을 명분으로 주한미군 7사단 2만여명을 빼간 역사가 떠오른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답은 결국 자주국방 정신이다. 아무리 최대 우방이라지만 미국에 일방적으로 끌려다녀선 안 된다. 그렇다고 미국과 손절하자는 건 아니다. 트럼프에게 새로운 핵 분담금을 줄 테니 한국에 핵탄두 30기를 배치해 달라는 식으로 결기 있는 협상을 해야 한다는 얘기다."

북한의 1~6차 핵실험 위치를 표시한 그래픽.@출처=연합뉴스

ㅡ북한이 2017년 9월 3일 6차 핵실험을 한 후 아직 7차 핵실험을 하지 않는다. 이유가 무엇일까.

"북한은 이미 상당한 양의 핵탄두를 만들어 놨다. 아산정책연구원 추정으로 2027년까지 북한이 보유할 핵탄두가 200발에 달한다. 다만 아직까진 기술적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보인다. 핵탄두, 그중에서도 폭축 렌즈는 작아질수록 성숙한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머잖아 7차 핵실험이 진행될 전망이다.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서 북한이 피 흘리며 도와줬으니 러시아가 핵기술을 전수해 주지 않겠나. 기술 전수가 아니라 조언만 해줘도 북한엔 큰 보탬이 된다. 러시아 전문가들 도움을 받아 부족한 기술을 채우는 대로 북한은 7차 핵실험을 결행할 거다."

※ 폭축 렌즈(Explosive Lens)는 핵무기 기폭 장치 가운데 하나다. 렌즈가 빛을 굴절시키듯 폭발물의 충격파를 굴절시켜 임계 핵폭발을 일으킨다. 폭축 렌즈가 작아질수록 폭발물 중량도 줄어들어 임계 핵폭발 난이도가 올라간다.

ㅡ북한과 러시아가 밀착하는데 우리 사회엔 러시아 눈치를 보는 사람이 왜 이리 많은지 의문이다.

"한국이 강대국 러시아와 멀어지면 엄청난 피해를 본다고 믿는 거다. 냉전 종식 직후 중국, 러시아와 가까워져 경제적으로 성과가 있기도 했고. 그 성과를 체험한 세대가 러시아에 감정적으로 친밀감을 느끼면서 외교 안보 분야에 큰 목소리를 내고 있다."

"더불어 해당 세대는 국제 정치에 무관심하니 러시아를 두렵게 여긴다. 무지가 공포를 낳는 셈이다. 이런 판에 러시아에 할 말을 하는 결정 같은 건 기대하기 힘들다. 우크라이나에 파병도 아니고 참관단을 보내는 것조차 반대하는 행태를 보면 알잖나."

육군 군사용 드론.@출처=연합뉴스

ㅡ방산에 대해서도 묻고 싶다. 트럼프 2기 정부 실세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공중전의 미래는 무인기(드론)며 F-35 전투기는 바보 같은 이들이 만들었다고 했다. 이제 전투기 시대는 끝난 건가.

"무인기는 분명 대세다. 그렇지만 무인기를 강조하기 전 염두에 둬야 할 게 있다. 사람이다. 무인기 하나 조종하려면 조종사 1명, 무장 관제사 1명, 지휘관 1명이 달라붙어야 한다. 투입 인원을 줄이고자 무인기를 쓰는데 현실은 반대다. 이것을 어떻게 효율화할 수 있느냐가 숙제다. 드론이 1 대 다수로 운용되는 상황, 다시 말해 조작자 1명이 무인기 여러 대를 운용할 수 있는 게 아니라면 전투기가 아직 효용이 있다고 봐야 한다."

ㅡ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K방산이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K방산이 호황을 이어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K방산이 잘 나가는 근본 원인은 잉여다. 우리가 대규모 군대에 걸맞게 방산 물자를 많이 생산했고 남는 잉여분을 무기가 부족한 동유럽 국가들이 사 간 거다. 그런데 무기 체계는 언제 바뀔지 모른다. 지금이야 전쟁 때문에 국방력을 빨리 확충해야 하니 동유럽 국가들이 K방산 제품을 구매했지만 전쟁이 끝난 뒤에도 그러리라고 장담할 순 없다. 고객들을 계속 붙잡아두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기업도 잘해야겠지만 외교력이 받쳐줘야 한다. 절충 교역을 하려 해도 정부가 나서야 해서다. 현재는 계엄과 탄핵 정국 영향으로 K방산이 멈췄다. 빨리 정국이 수습돼야 K방산이 다시 활기를 찾을 수 있다."

※ 절충 교역은 외국 정부가 군사 장비, 물자, 용역을 사들일 때 계약자에게 기술 이전이나 부품 역수출 같은 일정한 반대급부를 요구하는 것이다.

제2차 세계 대전 때 유럽 서부전선에서 큰 공을 세운 조지 패튼 미 육군 대장(사진 왼쪽)과 미 해군 특수 부대 네이비씰.@위키미디어 커먼스

ㅡ책도 여러 권 썼던데 연관된 질의를 하겠다. 저서 가운데 세계 전쟁사를 소개하는 위대한 전쟁 위대한 전술 1, 2권이 눈에 띄었다. 인류 최고 명장은 누구라고 보나.

"취향 차이여서 단정 지어 말할 순 없지만 제2차 세계 대전에서 활약한 미국 장군 조지 패튼을 높이 평가한다. 그는 독일 장군들이 수행한 전격전을 구체적으로 정의하고 개선했다. 모방에 그치지 않고 한층 발전시켰다."

※ 전격전(電擊戰)은 적의 저항을 급속히 분쇄하고 전쟁을 빨리 끝내고자 기동과 기습을 최대한 활용하는 싸움이다. 기계화 부대와 공군력이 주도하는 급격한 진공 작전을 가리킨다.

ㅡ20세기 이전 명장 중에선 누가 가장 뛰어난가.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드로스 3세, 즉 알렉산더 대왕이다. 기원전 4세기 인물임에도 싸우기 전에 적과 환경을 정확히 이해하고 임기응변에 능했다. 망치와 모루 전술을 전선 환경에 맞춰 기가 막히게 활용했다. 무엇보다 뛰어난 실력을 바탕으로 선두에서 싸웠다."

※ 망치와 모루 전술(Hammer and Anvil Tactic)은 아군 보병대(모루)가 적 주력을 묶는 동안 아군 기병대(망치)가 적 후미를 쳐 결정타를 날리는 군사 전술이다.

ㅡ네이비씰, 그들은 누구인가와 세계의 특수 작전도 편찬했다. 우리나라 특수 부대를 세계 초일류 특수 부대와 견준다면 어떤 수준인가.

"개개인의 전투력은 미국 네이비씰이나 영국 SAS 부대원에 전혀 뒤지지 않는다. 문제는 시스템이다. 우리나라는 특수 부대가 고된 훈련만 하면 된다는 주의다. 특수 부대를 어떠한 핵심 임무에서 집중적으로 활용하겠다는 전략적 비전이 부족하다. 급변하는 임무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기발한 전술을 채용한다거나 최적화된 최신 장비를 어떻게 확보해서 활용할지에도 큰 관심이 없다. 아울러 특수 부대는 진급에서 푸대접받는다. 그러다 보니 특수 부대 경험이 없는 사람이 상급 지휘관으로 온다. 특수 부대가 빛을 보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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