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신상담의 처절한 노력이 필요하다.

이장호 승인 2025.01.19 01:00 의견 0
문상호 정보사령관이 체포되어 이동하고 있다.@연합뉴스

[뉴스임팩트=이장호 전 정훈병과 중령]지난해 온 국민을 큰 충격과 위기로 몰아넣은 비상계엄 사태의 여파가 해가 바뀌었어도 여전하다. 사회는 갈라졌고 혼란스러우며 불안을 넘어 공포로 다가오고 있다. 경제는 큰 충격을 받았으며, 대한민국의 이미지는 끝없이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어 이런 위기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한 번도 격어보지 못한 수준의 위기의 터널을 지나고 있다.

무엇보다 과거 군사 구테타를 경험했던 우리사회가 이번 비상계엄에 주도적인 역할을 한 군에 보내는 시선은 차가움을 넘어 이제는 무관심과 무시의 수준으로 떨어졌다. 육군의 최고 수장인 참모총장이 구속되는 초유의 사태로 심하게 말하면 육군은 지휘관 없이 그냥 버티고 있다. 장군 인사도 막혀 한 치의 지휘공백도 용납되어서는 안 되는 비상상황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도 우리 안보에는 치명타가 되고 있다. 만약 이 시점에 북한의 도발이나 충돌 상황이 발생하면 군이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얼마 전 친구 아들이 군에서 휴가를 나와 같이 식사를 하는데 불쑥 질문을 했다. 이번 비상계엄에 동원된 군인들이 잘못한 것인지, 그들이 처벌을 받는다면 합당한지에 대한 의구심이 있다는 것이다. 나는 그 병사에게 군이 상명하복의 조작체계 속에서 움직이는 집단의 특성을 감안하면 명령에 대한 복종은 당연한 것이지만, 그 명령의 정당성과 합법성도 판단기준이 된다고 말해 주었다.

그리고 과거의 경우에도 부당한 명령을 거부했던 그 행위가 결국은 사회정의에 부합되고 더 명예로웠다는 점도 알려주었다. 결국 그 행위가 누구의 지시인지가 중요하다기 보다, 그 행위의 근거가 합법적이고 정의로워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역사가 승자의 논리이고 승자의 정의라고 하지만, 우리사회는 그것이 정의로운가에 더욱 강한 힘을 실어준다. 이번 비상계엄이 실패한 것도 결국 우리사회가 가진 보통의 가치관과 기준은 비상계엄이 정의로움의 기준에서 벗어났다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주었다. 과거에서 우리가 배운 것이 바로 이것이다. 힘의 논리가 아닌 사회기준의 논리가 더욱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명확하게 드러낸 것이다.

Justice(정의)를 쓴 마이클 샌들은 정의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행복, 자유, 미덕을 꼽았다. 즉, 정의가 사회 구성원의 행복에 도움을 줄 수 있는지, 혹은 구성원 각자의 자유로움을 보장할 수 있는지, 아니면 사회에 좋은 영향으로 끼쳐야 하는 지로 정의로움을 결정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의는 그렇다. 늘 우리 곁에 있으면서 중요한 순간에 나와 큰 힘을 발휘한다. 우리 사회에서 정의는 보통 사람들의 머리속에 자리 잡고 있으면서 위기의 순간에 작동한다. 과연 저것이 정의로운지 아닌지에 대해 명확한 잣대로 판단을 하고 결정을 하는 최고의 덕목이다. 마이클 샌들의 말처럼, 정의는 사회 구성원의 행복과 자유를 보장하고 사화 발전을 이끄는 역할을 한다.

‘험난한 정의의 길을 걷는다’는 육군사관생도의 신조가 무색할 정도로 육사 출신 장군들의 정의롭지 못한 행동으로 국가와 군에 씻을 수 없는 치욕과 부끄러움을 준 것에 대해 나도 얼굴이 화끈거린다. 오랜 군 생활을 하고 장군의 반열에 오른 우수한 능력을 지닌 그들이 과연 정의로웠는지는 법과 역사가 판단할 것이다.

이미 일은 저질러져서 그 결과가 어떠한지는 오늘 이 시간에도 계속되고 있다. 한 순간의 판단 착오가 불러 온 결과는 책임질 수도 없는 수준으로 우리를 위기에 몰아넣어 그 결과에 따른 비난은 한동안 계속 될 것이다. 소수 군인들의 책임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그동안 우리 군이 과연 무엇을 했는지에 대한 고찰과 반성을 해 보면, 군의 누적된 잘못이 터져버린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과연 군인들이 정의로운 마음과 자세로 군에서 역할을 했는지 스스로 되돌아봐야 한다. 열심히 군 생활을 했다고 할 수는 있어도 잘 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군은 이제 와신상담(臥薪嘗膽)의 자세를 가져야 한다. 이 순간만 지나면 된다는 생각을 경계한다. 그만큼 우리 군은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 수십 년 동안 ‘신뢰받는 국민의 군대’가 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한 선배들의 노력이 헛된 것은 물론, 그 전보다 더 나락으로 떨어진 결과를 낳았다. 미담이나 우수 사례를 발굴해 군의 새로운 모습을 홍보하는데 많은 시간과 노력을 했던 군대 생활이 허무하게 느껴질 정도로 우리 군의 현재는 최악이다.

군복을 입은 사람이 자랑스럽도록 하겠다고 했던 故 노무현 대통령의 말씀이 새삼 그리워진다. 요즘은 오히려 군인이 부끄러워지는 분위기다. 그렇다고 넋 놓고 아무것도 하지 않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군 수뇌부가 안정적으로 군을 이끌고 방향을 제시하는 노력이 가시적으로 나타나야 한다. 군 인시가 멈추었다고 아무것도 안 하거나, 임무에 소극적으로 임해서는 안 된다.

위기는 또 다른 기회다. 사회가 우려하고 걱정하지 않도록 군이 국민을 안심시키는 활동을 해야 한다. 위기를 헤쳐 나가는 슬기로운 지혜를 모아야 한다. 위기에서 움츠리기보다 더욱 힘을 내는 용기와 결단력도 필요하고 군대다운 활동을 더욱 확대해야 한다. 지휘관은 위기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부하에게 확고한 방향과 목표를 제시해야 한다. 소

국민의 세금으로 받는 봉급이 미안하지 않도록 군에 종사하는 모든 구성원들은 다시는 이번과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절치부심해서 각고의 노력으로 국민의 사랑과 신뢰를 받는 군이 되어야 한다는 점은 모두 공감해야 한다.

군복이 자랑스럽고 멋져 보이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도 해야 한다. 열심히 하다보면 그런 날이 온다. 오늘의 군은 더욱 그러해야 한다. 장교나 부사관, 군무원 등 군의 간부들은 더욱 명심해야 군이 살아남는다. 더 이상 군이 창피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깊이 기억해야 한다.

[글쓴이 이장호 중령]

1990년 육군사관학교 46기로 졸업해 정훈장교로 30여 년간 복무했다. 고려대학교 언론홍보대학원 신문방송학과 단국대학교 교육대학원 영어교육학 석사 학위를 받음. 앙골라UN평화유지군 파병 등 3회의 해외 파병과 미국 공보학교 졸업, 20여 회의 외국 업무 경험 등 군 생활을 통해 다양하고 풍부한 경험을 쌓아 군 업무에 활용해 나름 병과 발전에 기여했다고 자부하며 전역 후 군에 대해 감사한 마음으로 애정과 지지를 보내고 있다. 현재는 기자, 요양보호사 등의 일을 하며 우리 사회의 생활상에 대해 색다른 경험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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