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임팩트 서평] 왜 이제야 읽었을까 '신경 끄기의 기술'

고통의 의미·실패와 성공·죽음의 교훈 알려줘

이상우 승인 2024.12.30 01:00 | 최종 수정 2024.12.30 03:47 의견 0

북콘서트를 진행 중인 신경 끄기의 기술 저자 마크 맨슨.@위키미디어 커먼스

[뉴스임팩트=이상우기자] 개인적으로 20대 중반부터 30년 초반까지 5년이나 되는 시간을 무직자로 보냈습니다. 행정고시 공부 때문이었죠.

고시에 실패한 뒤 기자로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지만 마음 한 편엔 좌절감, 자책, 실망감, 분노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나마 이젠 좀 덜해졌지만 예전엔 자다가 벌떡 일어나 욕설을 내뱉거나 '어쩌다 내 인생이 이렇게 꼬였나' 한탄하면서 줄담배를 피워댔습니다. 술도 당연히 마셨고요. 잠깐이나마 비참한 심정을 달랠 수 있다면 뭐든지 했습니다.

미국 작가 마크 맨슨이 쓴 신경 끄기의 기술을 통해 얼마나 큰 착각에 빠져 살았는지 깨달았습니다. 저와 1984년 동갑내기인 맨슨은 친구에게 얘기하는 듯한 서술로 잘못된 사고방식을 교정해 줬습니다.

맨슨은 질문을 바꿔야 한다고 했습니다. '무엇을 원하는가'가 아닌 '어떤 고통을 원하는가'로요. 이 구절을 보는 순간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듯했습니다.

돌이켜보면 고시생 시절 장밋빛 미래를 늘 꿈꿨습니다. 족보에 기재된다는 사무관 자리에 올라 부하들을 지휘하면서 무게감을 과시하는 모습을 그렸죠. 영화 대부에 나오는 마피아 보스 비토 콜레오네처럼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하는 권력자가 되고 싶었던 겁니다.

하지만 포부는 있을지언정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감당해야 할 고난엔 눈을 돌렸습니다. 주 100시간은커녕 주 70시간 공부 계획조차 어기기 일쑤였습니다. 하루 이틀 열심히 하다가 머리를 식히자는 핑계로 PC방에 갔습니다. 짜증이 나면 과식하는 나쁜 습관도 끝내 고치지 못 했고요. 진정으로 고시에 매진하기는커녕 놈팡이에 불과했던 셈입니다.

맨슨은 '성공하려면 실패를 기꺼이 감수해야 한다. 실패하지 않겠다는 건 성공하지 않겠다는 거나 마찬가지다'고도 했습니다. 정말 공감이 가는 내용이었습니다. 고시 스터디 모임 때 문제 풀이나 답안 작성 연습을 소홀히 했습니다. 공부가 제대로 안 돼 있는 것이 드러나는 게 부끄러워서였죠. 그러니 합격할 리 있겠습니까.

아울러 맨슨은 친구 조시의 죽음을 경험하면서 산다는 것의 의미를 깨달았다고 했습니다. 사람이 언젠가 죽어야 한다면 두려움, 민망함, 수치심 따위에 굴복할 이유가 없으며 괴로움과 불편함을 피하는 데 인생을 써버리는 건 삶을 외면하는 거라고 했죠. 진즉 이런 자각을 했더라면 고시에서 더 좋은 성과를 내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었습니다.

감명 깊게 읽었지만 신경 끄기의 기술이 모든 이에게 맞는 책이라고 여기진 않습니다. 다만 이 책이 하나 마나 한 소리를 늘어놓는 자기계발서와 성격이 다른 조언을 담고 있는 건 분명합니다. 감히 일독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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