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 19세기 빈 체제 확립한 메테르니히 꿈꾸나
영국·독일 우파 세력 지원해 자기 신념 반영한 새 질서 구축 시도
이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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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28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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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임팩트=이상우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외교에까지 손을 뻗치고 있다. 그가 19세기 빈 체제를 이끈 클레멘스 폰 메테르니히처럼 자기 신념을 반영한 새 질서를 확립하려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메테르니히는 유럽에 군주제와 세력 균형이 필요하다는 소신으로 빈 체제를 수립한 오스트리아 외교관이자 재상이다. 빈 체제는 프랑스 혁명 이전으로 되돌아가려는 반동적 성격을 지녔지만 유럽에 30년의 평화(1815~1848년)를 가져왔다는 호평도 받는다.
28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에 따르면 머스크 CEO는 최근 나이절 패라지 영국개혁당 대표와 미국 플로리다주 마러라고에서 회동했다. 마러라고엔 트럼프 당선인의 별장이 있다. 머스크 CEO와 패라지 대표는 트럼프 당선인 초상화를 배경으로 사진도 찍었다.
아울러 머스크 CEO는 X를 통해 독일을 위한 대안(AfD)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그는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를 가리켜 "무능한 바보"라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영국개혁당과 AfD는 반(反)이민, 반다문화주의를 강조하는 우파 정당이다. 동성애, 성전환, 인위적 인종 평등에 우호적인 PC(정치적 올바름)주의를 강하게 반대하는 머스크 CEO와 공통 분모가 있는 셈이다.
당초 머스크 CEO는 PC주의에 딱히 거부감을 드러내지 않았다. 하지만 아들이 성전환을 택하자 확고한 반PC주의자가 됐다. 그로선 미국에 이어 영국, 독일 우파 세력을 강화해 PC주의를 키운 서구 사회의 지도적 이데올로기인 리버럴(진보적 자유주의) 기조를 바꾸겠다고 생각할 법하다.
현재까진 머스크 CEO 구상이 먹히는 분위기다.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을 바꾼 트렌스젠더가 여성 스포츠 대회에 출전하고 초등학교 학생들에게 동성애의 정당성을 가르치는 현상에 대한 비판이 거세기 때문이다. 트럼프 당선인도 "내년 1월 20일 취임하자마자 트렌스젠더 광기를 끝내겠다"고 선언하면서 머스크 CEO와 보조를 맞추고 있다.
다만 오랜 기간 서구 사회에 뿌리내린 리버럴 기조가 이대로 뒤집힐지는 더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귀가 얇고 변덕이 심한 트럼프 당선인이 머스크 CEO에게 계속 힘을 실어줄지도 미지수다. 머스크 CEO가 모든 어려움을 이겨내고 메테르니히처럼 자기 의지를 새 질서로 구현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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