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밤 계엄령 선포 후 국회의사당에 진입한 계엄군@연합뉴스
[뉴스임팩트=이장호 전 정훈병과 중령]이번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로 대한민국은 그야말로 벌집을 쑤셔놓은 형국이 되고 있다. 고작 6시간 동안 일어났던 비상계엄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불러 온 파장은 정치권뿐만 아니라 나라 경제가 심하게 요동치고 세계적으로 위상을 드높인 대한민국의 국격이 한 순간에 무너져 버린 실로 엄청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정말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다행히도 짧은 시간에 어느 정도 안정을 되찾고 일상으로 되돌아 간 분위기다. 김용현 전 국방장관의 조사와 구속, 군 관련자들의 조사가 이어지면서 비상계엄의 속사정이 하나 둘 밝혀지고 있어 실상이 드러나고 있다. 특히, 군이 어느 정도 관련되어 있고, 비상계엄에 대한 실체적 계획과 구체적인 활동이 속속 밝혀지면서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다.
#1. 지난 9일에는 김현태 707특수임무단장이 기자회견을 열고 “707은 김용현 전 국방장관에게 이용당한 피해자”라고 주장하며 이번에 계엄군으로 출동한 부하들은 죄가 없다는 내용을 강조했다.
#1. 지난 10일 열린 국회 국방위 긴급 현안질의에서 1공수여단장이 김현태 707특수임무단장의 증언을 보며 눈물을 흘렸다. 곽종근 특전사령관도 눈을 질끈 감은 채 깊은 한숨을 내쉬는 모습을 보였다.
#3 같은 날 국회 국방위 회의에 참석했던 공군 소장이 정회 시간에 군화를 벗고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는 장면이 유튜브로 생중계되어 정신 나간 군인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위에 열거한 사례는 군과 관련된 내용으로, 군이 제대로 처신을 하지 못하고 있는 내용이다. 계엄이라는 엄청난 국가적 혼란에 직접 참여했던 군이 결국 비상계엄이 실패로 돌아가자 상급자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자기 살겠다는 식으로 장군답지 못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이런 나약하고 무능한 군인에게 나라의 안위를 맡겼다는 여론과 비난이 우리 군을 무너뜨리고 있다. 과거 12.12사태와 같은 군사 행위로 수십 년간 군이 국민들의 지탄과 비난을 감수하고 새로 태어난 지금이 있기까지 각고의 노력을 다 해온 수많은 선재 군인들의 피와 땀을 한 순간에 허무하게 만든 결과를 만들었다. 과연 지금의 직업 군인들이 과거의 아픔을 알고는 있는지 묻고 싶다.
군인은 상관을 보고 근무하는 것이 아니고, 조국을 위해 일해야 한다는 선배의 말이 새삼 생각난다. 사람은 변하지만 국가는 늘 한결같기 때문에 법과 규정을 준수하며 군인으로서, 군대로서 해야 할 일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가르침을 받았다.
군인이 그것도 장군이라는 높은 직책을 가진 군인이 자신의 결정과 행동에 의연하게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필요하다. 부하를 감싸는 것도 좋지만, 그럼에도 국민들에게는 비굴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책임을 회피하며 상관의 지시라며 고개를 숙이는 모습이 우리 군 전체의 모습은 아니다.
자신의 행동에 대해 사실 그대로 밝히는 것도 방법이 정당해야 한다. 나라 전체가 충격과 공포를 느꼈던 비상계엄의 중심에 서 있는 3성 장군이 개인 유튜브에 등장해서 마치 연예인이 인터뷰하듯 질문에 열심히 답하는 모습에서 실망감이 절정에 이르렀다. 유튜브에 출연하는 것 자체가 법과 규정에 따라야 함을 잘 알고 있는 그 장군이 아 정도면 과연 누가 법과 규정을 지키겠는가.
707특임단장인 김현태 대령도 마찬가지다. 부하를 감싸고 자신이 책임을 지겠다는 의도는 멋지지만, 방법이 틀렸다. 기자회견에서 대외비에 준하는 자신의 존재를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 과연 정당한지 스스로에게 물어보라고 하고 싶다. 게다가 스스로 자신이 ‘근무지 이탈 상태’라는 말을 한다는 것이 그것을 듣는 국민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먼저 생각해봤는지 의심스럽다. 이런 방법밖에 없었는지 안타깝다. 개인적인 심정은 이해되지만, 그럼에도 할 것이 있고 지켜야 할 것이 있다. 개인적으로, 김현태 대령과는 지난 2007년 레바논 UN평화유지군 1진으로 같이 근무했던 인연이 있어 이번 일이 더욱 와 닿았다.
수많은 언론 보도의 댓글과 다른 미디어의 반응은 거의 동일하다. 군 수뇌부의 무능과 안일함, 믿지 못할 군대 등등 군을 질타하고 장군들에게 엄벌을 가해야 한다는 분노 섞인 내용들이 차마 표현하기 힘들 정도의 단어를 써 가며 감정을 쏟아내고 있다. 현재 대한민군 군의 현실이고 이러한 현상을 그리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비상계엄 관련해서 군의 간여가 연일 새로운 소식이 드러나면서 군이 위기를 맞고 있다는 사실을 과연 군은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궁금하다. 육군의 최고 수장인 참모총장도 조사를 받는 상황에서 과연 참모총장으로서 위상이 제대로 발휘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추측하건대, 아마 뭐라도 하고 있을 것이다. 내 경험에도 없었던 초유의 사태를 잘 마무리 하고 다신 안정을 찾아 본래의 역할을 성실히 수행하는 군으로 인정을 받아야 한다.
앞으로 이번 비상계엄에 관한 여러 조사가 계속 진행될 예정이다. 군 장성으로서 부하들에게 수치스럽지 않도록 장성다운 면모로 정확하고 사실을 밝히고 당당하세 책임을 지겠다는 모습을 바란다. 앞으로 군을 이끌어 갈 많은 후배들은 이번 사태를 정확히 보고 교훈을 얻어야 한다. 군인은 명예를 먹고 산다는 말이 요즘 사대에 안 어울린다고 할 수 있지만, 군의 본질은 과거나 지금이나 같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글쓴이 이장호 중령]
1990년 육군사관학교 46기로 졸업해 정훈장교로 30여 년간 복무했다. 고려대학교 언론홍보대학원 신문방송학과 단국대학교 교육대학원 영어교육학 석사 학위를 받음. 앙골라UN평화유지군 파병 등 3회의 해외 파병과 미국 공보학교 졸업, 20여 회의 외국 업무 경험 등 군 생활을 통해 다양하고 풍부한 경험을 쌓아 군 업무에 활용해 나름 병과 발전에 기여했다고 자부하며 전역 후 군에 대해 감사한 마음으로 애정과 지지를 보내고 있다. 현재는 기자, 요양보호사 등의 일을 하며 우리 사회의 생활상에 대해 색다른 경험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