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英‧伊 6세대 전투기 개발사업 뛰어든 사우디아라비아

파트너 자격 연내 4개국 합의 예정. 관련 기술 부재 기밀유출 우려

이정현 승인 2024.12.12 16:02 의견 0
2035년 실전배치 될 6세대 스텔스 전투기 템페스트. @BAE SYSTEMS


[뉴스임팩트=이정현 통신원] 일본, 영국, 이탈리아가 참여하는 차세대 전투기 공동개발 프로젝트에 막대한 자금력을 가진 사우디아라비아가 추가로 참여하게 된다.사우디는 3개 참가국과 조금 다른 파트너 자격으로 합류할 예정으로 이번 프로젝트 참여를 계기로 자국의 방위산업 육성에 물꼬를 튼다는 계획이다.

글로벌 전투 항공 프로그램(GCAP)로 불리는 차세대 전투기 개발계획은 2022년 12월 처음 시작되어 일본, 영국, 이탈리아의 민관이 함께 참여해 2035년까지 개발완료 및 실전배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 미국의 F-35를 뛰어넘는 6세대 전투기로 영국과 이탈리아가 운용 중인 유로파이터를 대체하게 된다.

소문으로만 떠돌던 사우디아라비아의 GCAP 참가는 지난 달 19일 브라질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본격적인 협의가 시작되었으며 이후 영국이 해당 사실을 공식 인정하면서 연내에 사우디를 포함한 4개국이 합의를 마칠 예정이다.

하지만 사우디는 기존 참가국들과 달리 전투기 제조능력과 관련 기술들을 보유하고 있지 않으며 기밀정보 유출 우려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때문에 파트너로 참가하더라도 당장의 역할은 없으며 일단은 3개국의 협력을 얻어 정보보전과 제조 능력을 향상시킨 후 구체적인 역할을 검토하게 된다.

현재 사우디는 영국, 이탈리아 등이 공동 개발한 전투기 유로파이터 타이푼을 운용하고 있다. 때문에 당초 영국과 이탈리아는 차세대 전투기를 개발하여 유로파이터의 후속기로 사우디에 수출할 것을 기대하고 있었지만 자국 방위산업을 육성하고자 했던 사우디는 단순 구매자가 아닌 개발과정 참여를 희망해왔다.

여기에 유로파이터 타이푼 조달 과정에서 뇌물사건, 인도 지연, 사우디 현지생산 취소, 독일의 사우디 대상 무기 금수조치 등의 마찰이 계속되면서 작년 10월 기다리다 지친 사우디가 유로파이터 타이푼의 추가 구매를 포기하고 프랑스 라팔 도입을 위한 구매 협상에 들어가자 다급해진 영국이 사우디의 차세대 전투기 사업 참여에 적극 동조하기 시작했다.

반면 영국과 달리 방위산업에서는 사우디와 이렇다 할 협력이 없었던 일본은 신중한 자세를 견지했다. 공동 개발 참여국이 늘어나면 관련 협의가 길어지고 그만큼 개발과 실전배치가 늦어질 것을 우려한 것도 있고 사우디와 가까운 중국이나 러시아에 주요 군사기밀이 새어나갈 위험도 적지 않다.

하지만 차세대 전투기 공동 개발을 주도하는 영국의 입장이 완고했기 때문에 이제 와서 공동 개발을 포기하고 자체 개발로 선회할 수도 없는 일본으로서는 사우디가 정보보안을 철저히 하고 개발국이 아닌 파트너로서 참여하는 방식에 타협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우리 돈 40조원이 넘어가는 개발비를 사우디가 상당부분 분담할 수 있다는 점도 공동개발 비용의 40% 가량을 담당하는 일본의 부담을 줄여주었다.

조만간 일본, 영국, 이탈리아 3개국은 체결 조약에 근거하여 공동 개발을 위한 국제기관 자이고(GIGO)를 영국에 설치한다. 첫 수장에 일본인이 임명될 것이라는 추측도 나오는 가운데 사우디의 사업 참여가 어떤 변수들을 만들어낼 것인지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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